일본이 화학산업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화학공업협회는 UN이 제창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 화학산업이 추구해야 할 비전을 2017년 5월 제시했다.
SDGs는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협동해 해결할 과제이기 때문에 개별기업 차원에서 도입하는 곳은 많았으나 산업계 차원에서 비전을 제시한 사례는 일본 화학산업이 처음이다.
일본 화학공업협회는 2017년 초부터 비전 수립을 위한 논의를 거듭했으며 일본이 세계 화학시장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SDGs를 지키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개별기업들의 위기감이 합쳐져 종합의견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DGs, 사회·환경적 국제 목표
SDGs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환경·경제 분야와 관련된 국제목표로 ▲빈곤퇴치 ▲기아종식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성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모두를 위한 깨끗한 이미지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산업, 혁신, 사회기반시설 ▲불평등 감소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기후변화와 대응 ▲해양생태계 보존 ▲육상생태계 보호 ▲정의·평화, 효과적인 제도 ▲지구촌 협력 등 17개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로 구성돼 있다.
2015년 9월 UN 총회가 채택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2030년 어젠다」가 제창된 개념으로 일본에서는 경단련이 SDGs에 맞추어 「기업 행동헌장」 수정을 검토하는 등 확고한 지침으로 정착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1980년대에 탄생해 20세기 후반 확산된 개념으로, 특히 1960-1980년대 세계 각지에서 환경오염 사례가 보고되며 널리 퍼진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경제규모를 키우는데 그치지 말고 환경을 보호하며 성장해야 한다는 흐름이 자리잡았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SCR) 개념이 탄생하는 등 산업에 대한 국제적인 견해가 크게 변화했다.
일본, UN의 SDGs 달성 비전 제시
일본 화학공업협회는 2017년 1월 SDGs를 위해 화학산업이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논의를 계속했다.
논의 초기에는 우선 역사를 되돌아보고 SDGs 달성을 위해 일본 화학산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어떠한 사회문제가 발생해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 화학산업은 1950년대부터 석유화학분야가 본격화되며 부흥기를 맞이해 전체 경제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해왔다.
하지만, 준비 없이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며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했고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발생한 4대 공해병과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화학공장의 폐수와 배기가스가 지목됐다. 컴플렉스에서 안전사고 및 대형사고도 빈번히 일어나 문제로 지적됐다.
1980년대 이후 파인케미칼, 1990년대에는 스페셜티 케미칼이 발전하며 전자소재, 자동차에 사용하는 혁신적인 고기능 소재가 잇따라 등장했다.
상대적으로 범용제품 생산이 줄어들며 공해와 사고 위험성이 낮아졌으나 아시아 신흥국이 범용 생산을 주도함에 따라 주변국의 리스크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노베이션·솔루션 적극 활용
최근에는 원료, 폐기물을 포함한 화학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바라보고 안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태스크포스는 일본 화학산업이 갖춘 강점들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화학산업의 강점으로는 혁신적인 기술과 생산제품을 통한 이노베이션, 환경문제 등에 대한 해결능력을 가리키는 솔루션 등을 예시로 들고 있다.
일본 화학산업은 자동차, 전자기기 등 높은 수준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산업군에도 대응이 가능할 만큼 높은 기술력을 갖추었으며 배기가스 정화, 수자원 보전에 기여하는 촉매 및 필터 기술, 에너지 절약에 공헌하는 경량소재, 전자소재, 의약품 원약 및 중간체, 재생의료용 소재 등도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식량 분야에서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비료와 농약이 역할을 다하고 있다.
솔루션 능력은 과거 화학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축적된 것으로 화학기업들이 공해와 환경오염을 극복하기 위해 배기가스 및 배수 처리 기술을 향상시키고 더욱 안전한 프로세스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며 2번의 오일쇼크 경험을 계기로 원료, 에너지 문제에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일본 화학산업은 에너지 효율이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RC, 솔루션능력 향상에 기여
RC(Responsible Care) 활동도 솔루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법령을 준수하고 화학제품의 라이프사이클에서 환경·건강·안전을 확보해 스테이크홀더에게 공개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키는 RC는 화학산업의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RC를 본격 도입해 CSR을 위한 핵심 활동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서플라이체인에서는 화학제품 관리를 위한 GPS/JIPS 등을 실시할 때 RC의 이념을 이용했다.
UN이 제창한 SDGs는 사회 각계각층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으며 화학기업들도 이제야 막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태스크포스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3대 핵심개념인 경제·환경·사회와 SDG의 17개 목표를 분류하면 화학산업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하고 관련 세부 활동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노베이션, 글로벌 사업은 우선 경제와 관련돼 있으며 이노베이션은 환경보전, 에너지 및 자원 절약과도 연관성이 많아 환경에 대한 기여도도 높다. 또 글로벌 사업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에 사회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CSR, RC는 사회적 활동으로 분류하나 RC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등 환경과도 관계가 깊다.
태스크포스는 SDGs가 완벽하게 새로운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지속해온 다양한 활동과 어떠한 형식으로든 연결할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총 5번의 미팅을 실시하고 일본 화학기업들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며 SDGs에 공헌하기 위해 ▲화학의 힘으로 이노베이션을 창출하고 풍부한 인력으로 건강한 생활에 기여할 것 ▲세계 환경·안전 문제를 지원할 것 ▲스테이크홀더와의 대화를 통해 화학산업의 공헌을 촉진시킬 것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진 비전을 최근 발표했다.
또 이노베이션과 솔루션이라는 일본 화학산업의 기존 강점을 바탕으로 과제대응형 산업(Reactive)에서 선도형 산업(Proactive)으로 나아가고 책임(Responsibility)에서 공헌(Contribution)으로 진화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선도형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동일하게 수요처의 과제 해결을 위해 혁신적인 소재 및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다가올 과제를 예측하고 해결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B2C(Business to Consumer)보다 B2B(Business to Business)형 포트폴리오를 갖춘 곳이 많은 화학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직접 실행하기 어렵지만 밸류체인에서 빠지지 않고 적극적인 활동을 지속하는 것 역시 선도형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로 파악된다.
책임형에서 탈패해 기여형으로…
책임형 산업에서 기여형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보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화학산업은 이노베이션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나 화학물질은 위험성, 유해성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해 SCR/RC 활동을 확대해도 책임형 산업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활용해 신흥국의 환경, 안전체제 강화에 기여한다면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데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여도 향상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아시아는 글로벌 화학제품 생산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화학산업의 주요 수요지이기 때문이다.
일본 화학산업계는 앞으로 아시아 각국이 심각한 환경오염, 사고 없이 화학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술·관리 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태스크포스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화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화학산업은 새로운 물질을 창조하는 것이 가능해 지속가능한 개발 역시 화학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화학기업들에게는 특별히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에 추진해온 활동 범위 안에서 SDGs 달성을 위해 어떠한 공헌을 할지 의식하고 선구자로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며 이노베이션을 위해 계속 도전하는 것이 화학산업의 나아가야 할 길이며 SDGs에 대한 공헌을 가속화시켜 성장을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지속가능한 개발 관점에서 본 일본 화학산업의 역사, 17대 목표와 화학산업의 연관성,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3개 비전과 구체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