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동차용 화학소재 시장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산공장과 더불어 부평공장, 창원공장까지 폐쇄하고 한국을 떠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공장은 가동률이 20% 수준에 머물러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부평·창원공장까지 폐쇄하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GM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경쟁력이 떨어져 자동차용 화학소재를 공급하는 화학기업들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하지만 GM이 완전 철수하면 르노삼성을 고려하더라도 현대·기아자동차의 독점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GM이 정상적으로 가동할 때도 현대·기아의 독과점으로 맥을 추지 못한 가운데 GM마저 철수하면 화학소재는 물론 자동차부품 생산기업들이 흑자를 내는 것은 꿈을 꿈 수도 없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한숨이 터져 나오는 이유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독과점 횡포가 어느 정도 심했으면 그러할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자동차부품 생산기업들은 1997년 IMF 위기 당시 현대, 기아, 삼성, 대우 4사 체제일 때가 그립다고 하소연할 정도이다. 당시에도 현대자동차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고 기아자동차는 삼성에게 매각함으로써 쌍두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DJ 정부가 현대그룹에게 자동차 사업을 밀어주면서 오늘의 불행을 잉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자동차는 아직까지 철강이 핵심소재로 자리 잡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경량화 바람이 불어오면서 PP를 중심으로 한 합성수지와 EP가 외장소재를 대체해가고 있고 석유계 엔진은 배터리가 대체하는 혁신이 유럽 및 일본 자동차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기업들도 유럽을 뒤따르는 형식으로 화학소재 사용을 확대하고 있어 화학소재 시장 역시 자동차용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건축자재가 가장 큰 수요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섬유산업이 사양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동차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만약, GM이 부평 및 창원공장에 신차를 배정하고 가동률을 높인다면 군산공장 폐쇄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겠지만 GM이 정부와 산업은행을 상대로 1조6000억원을 요구했다고 하니 산 넘어 산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원조건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이라는 3대 원칙을 제시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GM의 부실이 깊어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지만 GM이 자동차부품을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공급해 원가율을 높이고 노조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파업투쟁을 벌이면서 성과급 챙기기에 열을 올리는 등 양쪽의 고비용 구조가 직접적인 화근으로 요약되고 있다.
2가지 고비용 구조를 혁파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여서 정부가 지원에 나서면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까닭일 것이다. 산업은행이 출자전환 등 지원에 나서는 대신 GM 본사가 보증을 서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철수를 전제로 정부를 압박하는 GM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GM이 철수하는 것을 전제로 자동차용 화학소재의 마케팅 전략을 다시 수립할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