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2015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로 미국에서 153억3300만달러를 배상했고 미국 구매자들은 자동차 환불·수리와 관계없이 1인당 최대 1100만원을 배상받았다. 반면, 국내 폭스바겐 구매자들은 100만원 쿠폰을 받는데 그쳤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미국은 제조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피해금액의 최대 수십배를 배상하도록 제도화하고 있으며 소송에서 패소하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배상금액이 높다. 제조기업의 불법행위가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전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불법행위에 대해 거액의 배상 책임을 규정해 놓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생산제품의 결함을 엄격하게 관리·감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으로, 옥시가 한국에서만 유해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고 폭스바겐이 미국과 달리 허술한 리콜 계획서로 소비자를 우롱한 사태를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화학 관련 환경·안전사고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는 9월4일 이산화탄소 누출로 젊은이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 1층 이산화탄소 집합관실에 있던 45kg 액화 이산화탄소 탱크 133개가 9개의 배관을 통해 전기실 9곳으로 연결돼 있는데, 9개 배관 중 3층 전기실과 연결된 1개의 밸브 부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파손돼 이산화탄소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설비 이상과 함께 기계적인 결함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며, 안전점검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여천NCC의 부타디엔 추출공정에서는 8월17일 부타디엔 가스가 누출돼 현장에서 작업하던 4명이 흡입했다. 열교환기를 청소하기 위해 투입된 150톤 크기의 유압 크레인이 가스관 밸브를 충격하면서 사고가 발생했으나, 안전장구를 착용한 현장 근로자가 밸브를 잠그는 등 안전조치를 취해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8월18일에는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 플랜트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파편이 도로까지 떨어지는 등 주변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뜨거운 고무 원료를 담은 핫박스가 가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공정 가동이 중단되면서 압력이 올라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두 설비 점검을 철저히 수행했거나 주의를 기울였으며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이다.
여수단지는 1967년 조성 이후 안전사고가 321건 발생했고 사망자가 133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설계 결함이거나 안전의식 미비, 관리 소홀, 설비 노후화가 원인으로 숙련 기술자가 부족해지고 설비 노후화가 진행돼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앞으로 환경·안전사고가 확대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울산단지는 설비 노후화가 더욱 심각하고 대산단지도 체계적인 설계와는 거리가 멀어 안전성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인천, 안산 등 중소 화학공장이 밀집된 곳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화학공장은 환경·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법규에 따라 3주-4주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추는 셧다운에 낡은 설비의 교체와 보수를 실시토록 하고 있으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군다나 모든 안전사고의 뒤에는 하청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니고 있다. 전문성은 차치하고 안전사고가 날 개연성이 큰 작업에는 하청 근로자를 배치하는 집단적 도덕적 해이와 제도적 모순이 자리를 잡고 있다.
환경·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이 커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