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앞으로도 글로벌 화학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변함이 없겠으나 2019년 이후 시장을 둘러싼 여러 환경이 격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학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진출한 곳이 많거나 원료 수입, 최종제품 수출 등 중국과의 무역비중이 높은 일본 화학기업들도 2019년 이후 중국사회의 변화에 대비한 사업환경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화학공업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화학기업의 과반수가 2019년 사업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고 70%는 악화 혹은 현상유지를 전망했다.
특히,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심화되며 중국의 신차 판매가 격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연구개발(R&D) 투자나 선제적인 사업기반 강화를 통해 사업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화학기업, 상반기까지 호황 누렸지만…
일본 화학기업들은 중국 신차 판매대수 증가, 반도체 및 액정 디스플레이 등 전자 분야 수요를 노리며 과거 수년간 중국에서 높은 수익을 올려왔다.
2017년 이후에는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위기가 도래했으나 현지기업 생산중단 및 생산량 감소에 따라 아시아 시황이 상승하며 수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렸다.
설문조사에서도 일본 화학기업들은 2018년 사업환경에 대해 60%가 대체로 좋았다고 답했으며, 40%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하는 등 대체로 양호한 시장환경을 누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2017년에 비해 어려운 해였다고 답한 응답기업도 20%에 달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고 응답한 곳들도 2017년에 확보해둔 수익 덕분에 2018년 영업실적 개선에 성공했다고 답하는 등 2018년의 시장환경 자체만으로 완전한 호황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로 불확실성 “확대”
2018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의 차이가 꽤 컸고, 9월 이후 영업실적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고 답한 곳이 많았던 점도 주목된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하반기 이후 영업실적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미국-중국 무역마찰을 들고 있다.
미국-중국은 3월 이후 서로 관세장벽을 세우며 무역면에서 마찰을 빚어왔고 여름까지 화학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나, 가을 이후 중국 가전 생산기업들의 생산량 축소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며 화학소재 생산기업들은 재고 조정이 당초 예상만큼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마찰이 본격화되며 실물경제가 받는 타격도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담당자지수(PMI)는 2018년 12월 호황 기준이 되는 50 아래로 무너졌고, 수출입 비중이 큰 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1월에는 사회소비제품 소매 총액 증가율도 전년동월대비 8.1%로 15년만에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소비가 부진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일본기업 가운데 66%는 미국-중국 무역마찰에 대해 매우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신차 판매대수도 부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소형 자동차에 대한 감세 혜택이 종료된 영향까지 겹치며 2018년 판매대수는 7월 이후 전년동월 수준을 하회하는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연간으로는 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Apple)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부진함에 따라 4분기 매출액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45%는 2019년 경제환경 전망에 대해 2018년보다 어렵다고 답했고, 35%는 불확실성이 커 명확한 전망이 어렵다고 답해 총 80%에 달하는 화학기업들이 미래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영업실적에 대해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곳이 26%, 2018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 답한 곳은 32%로 조사됐다.
다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세계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무역진흥기구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시장에서 가지는 매력에는 큰 변화가 없고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적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하고 있다.
Dai-ichi Research는 중국이 그동안 국제사회의 질서를 무시한 채 성장을 중시해온 만큼 현재의 불확실성이 적절한 구조개혁을 위한 과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CCTV·드론 제재도 우려 요소로…
일본 화학기업들은 2019년 대규모 설비투자를 자제하고 거대시장 공략을 위해 마케팅이나 R&D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중국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영역으로 70%가 미국-중국 무역마찰을 지적했다.
높은 수준의 관세장벽을 세우고 있는 무역전쟁이 기술패권, 군사패권으로 확장되고 긴장관계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원래 2019년 1월1일부터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릴 계획이었으나 3월1일까지 유예기간을 두었다.
하지만, 중국 통신기기 메이저인 화웨이(Huawei) 간부가 캐나다에서 체포되며 양국 사이의 분위기가 다시 경직됐으며 미국이 통신기기에 이어 그동안 중국이 세계시장을 장악해온 감시카메라, 드론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확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만약, 감시카메라나 드론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된다면 해당제품에 부품 및 소재를 공급해온 일본 화학기업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차 판매대수 감소, 환경규제 강화는 63%, 환율 변동 우려는 47%로 조사됐다.
일본기업들은 2018년 위안화 약세에 연초부터 엔고 현상이 이어진 만큼 안정적이지 못했다고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인재 확보와 R&D 강화로 리스크 극복해야…
인재 확보를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곳도 38%에 달했다.
화학기업들은 전체적으로 고용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생산현장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R&D 기능 부족을 응답한 곳이 많았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유럽, 미국기업에 비해 R&D 투자가 더디고 중국 현지의 R&D가 취약해 마케팅 활동에도 지장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9년에는 대다수의 화학기업들이 현지 R&D 체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경규제에 대해서는 2019년부터 생태환경부가 2017-2018년 실시한 1차 중앙감찰 결과 개선 상황을 확인하고 국유기업, 지방정부에 대한 엄격한 단속을 실시하는 2차 중앙감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말에는 일부에서 중국 경기둔화가 심각해 중앙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환경규제를 완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제 현지에 진출한 화학기업들은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한 곳이 47%,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답한 곳이 37%로, 80% 이상의 화학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완화를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중국 정부가 PM2.5에 이어 최근 PM10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며 공장 분진대책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있어, 현지 생산에 진출한 화학기업들은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자동차·반도체 시장 축소 우려되고…
일본 화학기업들은 2019년 주요 사업영역으로 74%가 자동차, 87%가 전기전자·반도체를 주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해당 2개 영역을 둘러싼 시장환경은 앞으로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신차 판매대수가 1990년 이후 28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경기둔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고액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며, 2019년부터 시작될 신에너지자동차(NEV) 규제와 자동차 전환 시대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전기전자와 반도체 분야는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으나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심화되면서 2018년 중반부터 생산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수요 신장 사이클이 장기화되는 슈퍼사이클이 절정기를 지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수요기업들이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있어 관련 화학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일본기업의 중국 주력사업 영역, 중국사업 과제 및 불안요소, 중국 화학사업 전망(2019), 중국 화학사업의 과제 및 불안요소,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미치는 영향, 중국 화학사업 영업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