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대표 임병연)이 고부가 화학제품 원료 확보를 위해 정유기업들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최근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으로 사업 폭을 확대하며 기존 석유화학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으나 오히려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BPA(Bisphenol-A), M-X(Mixed-Xylene) 등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은 GS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기업들과 잇따라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를 신증설하고 있다.
최근에는 GS에너지와 합작기업인 롯데GS화학(가칭)를 설립하고 8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C4 유분과 BPA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GS에너지로부터 원료 프로필렌(Propylene)과 벤젠(Benzene)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앞선 2014년에도 현대오일뱅크와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해 M-X를 상업화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컨덴세이트(Condensate)를 현대케미칼에게 공급하면 M-X와 경질 나프타(Naphtha)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롯데케미칼은 M-X를 공급받아 벤젠, 톨루엔(Toluene), 자일렌(Xylene)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또 현대케미칼은 2018년부터 2조7000억원을 투자해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를 건설하고 있다. HPC는 중질유 분해설비로 원유 찌꺼기를 원료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Polyolefin)을 생산하며 2021년 상업 가동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이 정유기업들과 합작기업 설립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다운스트림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필렌, 벤젠, BPA 등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케미칼을 설립하기 전에는 P-X(Para-Xylene), 벤젠, 톨루엔 등을 생산하기 위해 원료인 M-X를 전량 수입해야 했으나 현재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케미칼의 HPC 설비가 완성되면 기존 NCC(Naptha Cracking Center)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저가에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돼 수익 개선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에너지와 합작 설립할 계획인 롯데GS화학으로부터는 PC(Polycarbonater) 원료인 BPA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음으로써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불안정해지고 전기자동차(EV)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이나 한화케미칼 등 경쟁기업들은 태양광, EV 배터리 등 신규사업에 도전하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롯데케미칼은 정유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원료를 저가에 장기 공급받고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해 주목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의 합작은 석유화학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사례”라며 “합작을 통해 원료를 안정적이고 낮은 가격에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유-석유화학 사업영역을 구분함으로써 새로운 경쟁을 제한한 가운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