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싱하이밍(邢海明) 중국대사를 만나 경제현안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SK그룹은 중국 투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중국 40개 지역에 투자법인 100개 이상이 활동하고 있어 중국대사와 현안을 협의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에서는 사이노펙과 합작으로 에틸렌 크래커를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증설을 추진하고 있고,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도 중국 투자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니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입법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조짐이고,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마저 이행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반길 수만은 없는 딱한 처지이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중국이 2020년 1분기까지 432억달러 상당의 미국제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했으나 실제 구매액은 200억달러에 불과해 이행률이 46.3%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공산품은 277억달러 중 148억달러로 이행률이 53.4%에 불과했고 농산물도 91억달러 중 51억달러로 50%를 조금 넘어선 수준에 그쳤으며 에너지는 목표액 63억달러 중 1억달러에 불과했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 약속을 어김에 따라 한국산이 빈자리를 메꿀 수 있어 다행이기는 하나 장기적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반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중국은 1분기에 미국산 공산품 수입이 16.8% 감소한 반면 한국산은 4.2% 줄어드는데 그쳤으나 화학제품, 기계 등을 제외하면 미국산 대체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화학제품은 중국에 대한 수출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정면대치 양상으로 발전하면 중국 수출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은 중국수출 의존도가 50% 안팎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60-70%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됐으나 아직도 수출량의 50% 정도를 내보내고 있다. 홍콩을 포함하면 10% 이상 높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량의 60% 안팎을 수출한다고 가정할 때 생산량 중 30% 이상이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으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스스로 옥죄는 양상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때 중국이 어떠한 태도를 취했는지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석유화학에 그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무기화학은 중국산 수입의존도가 70-80%에 달하고 있어 중국이 수출을 중단하면 공장 가동을 멈춰 세워야 할 지경이고, 정밀화학이나 제약도 원료, 중간체의 상당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화학산업 전체적으로 중국산 수입의존도가 높거나 중국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것으로, 국내 화학기업들이 손쉽게 중국과의 거래에 의존하는 행태는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화학산업 전체적으로도, 국가경제적으로도 빨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조선조 광해군의 중립노선을 생각하고 있다면 큰 착오라고 말하고 싶다. 명이나 청은 조선을 다독일 필요가 있었지만 중국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한국의 뒤에는 미국이 있고 한국은 중국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가 중국투자를 확대하고 중국과의 관계 정립에 노력하는 것은 평가할 일이지만 국내 화학산업 전체가 중국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은 볼썽사납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