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유별나게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다. 너무 가까워서인가, 아니면 사대주의 후유증인가?
석유화학은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한때 중국 수출 의존도가 50% 수준을 넘나든 후 최근 급락했으나 아직도 20-30%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한국산을 대량 수입할 필요성이 작용한 측면이 있으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거리가 가까운 중국에 집중 수출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리오프닝을 적극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중국 수출이 크게 줄었고,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없이는 살 수 없다는 화학기업이 줄을 서고 있다.
정밀화학이나 제약은 중국이 원료나 중간체 수출을 중단하면 아예 생산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고, 무기화학은 중국과의 거래 차제를 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태이다.
쉽게 돈 벌 생각만 했지, 국가의 장래나 산업의 미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이 사대주의에 빠져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화학기업들도 사리사욕에 찌들어 화학산업의 장래를 망칠 우를 범하고 있다.
희토류는 특히 심각하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네오디뮴 영구자석 수입액 중 중국산 비중이 87.9%에 달했다. 반면, 일본은 중국산 영구자석 수입 의존도를 2016년 42.3%에서 2022년 31.1%로 크게 낮추었다.
중국은 갈륨·게르마늄 수출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고 8월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 관련 화합물을 수출할 때 최종 수요처, 수출량을 신고해야 함은 물론 허가 취득을 의무화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출을 막아 생산 차질을 유도하겠다는 협박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공급·이전을 제한한 데 따른 대응조치이나, 갈륨 화합물은 반도체에서 LED, 레이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에 사용되고 있어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다만, 중국은 글로벌 갈륨 수출 비중이 29%에 그쳐 효과가 상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일본이 대표적인 갈륨 생산국이고 중국과 다른 공급원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의 공급망 압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독일·오스트레일리아도 갈륨 생산을 재개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일본은 저순도 갈륨을 수입한 후 정제하거나, 스크랩을 재활용하거나, 멕시코산 아연 제련 부산물 베이스로 생산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갈륨 수출을 통제하면 공급이 제한되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갈륨 거래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우려되고 있다. 갈륨 거래가격 급등이 독일·오스트레일리아의 갈륨 생산 재개를 촉진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갈륨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는 대응책 마련은 절실하다. 중국 정부는 센카쿠 열도 분쟁에 대응해 2010년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차단한 바 있고, 2019년에는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응해 한국 제재를 강화한 전력이 있다. 2021년에도 리투아니아가 타이완 대표처를 개설하자 레이저 수입을 중단했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경제·공급망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가운데 의도적인 글로벌 공급망 위협 시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희소금속이나 희토류는 국내 매장량이 많지 않아 수입이 불가피하나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수입을 다변화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가 중국의 입김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거리가 가깝고 수입가격이 낮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덫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