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 투자계획을 밝힌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며 제네럴모터스(GM)와의 미국 합작법인 2공장 투자도 상반기에 결정한다고 밝혔다.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자동차(EV) 시장에서 선두 공급기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면서 미국 정부의 거부권 행사가 쟁점인 SK이노베이션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그린뉴딜 정책 영향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이 2020년 30만대에서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로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예상치가 2025년 150만대였다는 점에서 그린뉴딜 수혜로 발생할 전기자동차 수요가 약 9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역시 2019년 523MW에서 2020년 1.5GW, 2021년 3.6GW로 증가해 2025년에는 7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배터리 공급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20년에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요가 154GWh에 공급은 502GWh로 공급과잉이었으나 2025년에는 수요가 1254GWh에 달하는 반면 공급은 1163GWh에 그치며 수급타이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의 수급타이트가 심각하고 중국의 미국 진출이 막혔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중심 투자 계획이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부지 확정 혹은 인센티브 확보 전에 투자계획을 먼저 공개한 것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배터리 분쟁에서 패소하고 미국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방어 차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0년 동안 자사 배터리 수입이 금지되면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의 배터리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독점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의 투자만으로 배터리 수요 증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미국 내 모든 공장을 완공해도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30% 안팎이어서 독점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차질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맞서 LG에너지솔루션이 창출할 경제적 효과를 강조해 미국 정부를 안심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의 미국 ITC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에 대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