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에너지 공급난으로 2023년 역성장 … 미국, 달러 강세 신음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2022년 영업 가이던스를 낮추고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3분기 수익성과 관련해 예상치를 하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ICIS에 따르면, 10월6일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에 본사를 둔 9개 화학기업이 2022년 가이던스를 낮추거나 보류했다.
미국 트로녹스(Tronox), 올린(Olin), 헌츠만(Huntsman), 이스트만케미칼(Eastman Chemical), 네덜란드 악조노벨(AkzoNobel)은 3분기 영업 전망치를 낮추었으며 미국 케무어스(Chemours), Avient, 영국 Synthomer도 2022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오스트리아 Lenzing은 2022년 가이던스 발표를 보류했다.
영업 부진의 주요 원인은 높은 에너지 코스트와 유럽과 아시아의 수요 약세로 파악된다. 유럽은 수요 위축과 더불어 가스 코스트가 화학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은 미국의 7배에 달하는 가스 코스트를 지불하고 있으며 독일 생산자물가는 8월 기준 46% 폭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원자재 시장에서 경제적인 부담을 받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유럽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IMF의 경제성장 전망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1.6%에서 2023년 1.0%로, 유럽은 3.1%에서 0.5%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독일은 1.5%에서 마이너스 0.3%로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에너지 코스트 급등으로 화학기업들이 해외로 생산설비를 옮기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코베스트로(Covestro)는 위기가 계속되면 유럽 대신 아시아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코베스트로 마커스 슈틸만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는 독일과 유럽 현물시장보다 20배 저렴하게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베스트로는 2022년 연료비로 22억유로를 지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 이전인 2020년에 비해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코베스트로 관계자는 “현재 가격 수준에서 에너지 집약적인 독일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며 “화학제품은 미국이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독일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베스트로는 서서히 수요기업들을 잃고 있다”며 “수요처들의 파산과 폐업이 증가하고 구매가 제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스프(BASF)는 3분기 당기순이익이 9억900만유로로 전년동기대비 27.3%, 2분에 비해서는 56.7%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는 Wintershall DEA 지분 보유와 관련 약 7억4000만유로에 달하는 비현금적 손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은 219억4600만유로로 11.6% 증가했으나 원자재 및 에너지 코스트 상승분을 일부만 판매가격에 전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바스프는 3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독일 지역에 초점을 맞춰 코스트 절감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며 비생산 영역에서 5억유로를 절약할 방침이다. 절반 이상을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 법인센터, 운영, 서비스, 연구개발(R&D) 부서 간소화를 통해 절감할 계획이며 유럽 페어분트(Verbund)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화학기업들도 달러화 강세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북미산 에틸렌(Ethylene) 베이스 폴리머 생산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US Gulf 기준 PE(Polyethylene)-에탄(Ethane) 스프레드는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38.1%, PP(Polypropylene)-프로판(Propane)은 54.1%, 에틸렌-에탄은 49.8%, PP-액화석유가스(LPG)는 29.6%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화학기업들은 가동률 90%를 유지하려면 생산량의 45-50%를 수출해야 하지만 달러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고심하고 있다. HB Fuller는 달러화 강세가 3분기 순이익에 6.6%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은 달러화 강세와 물류난에 따라 8월부터 PE 가동률을 15% 낮추었으며 투자자에게 3분기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우케미칼, 헌츠만, 이스트만케미칼, Avient는 중국의 도시 봉쇄를 지목하며 아시아에서 의미있는 수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SK증권 박한샘 연구원은 “영업 부진은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기업들도 비슷하고 2021년 상반기 이후 영업이익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다”며 “글로벌 17대 화학 메이저들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2분기 11%에서 3분기 9%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