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가동하고 있는 석유화학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맞춰 나프타(Naphtha)의 바이오화를 서두르고 있다.
나프타를 바이오화하지 않고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프타의 바이오화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나프타 수요는 5억톤이 넘고 있으나 바이오나프타 유통량은 현재 50만톤으로 0.1%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2030년에는 바이오나프타 수요가 200만톤 이상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네스테, 동·식물성 유지에 미생물‧이산화탄소 활용 확대
나프타의 바이오화는 핀란드 네스테(Neste)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
핀란드 국영 석유기업 네스테는 폐식용유, 동‧식물성 유지 등으로 재생가능 원료 및 연료를 생산한 다음 석유화학기업의 탈탄소화 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원료 다양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 뿐만 아니라 항공, 수송 등 다양한 산업계에서 재생원료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고 있어 기존 원료 소스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폐플래스틱, 조류, 이산화탄소(CO2) 등 다양한 자원을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네스테는 약 20년 전부터 팜유 재생을 신규사업으로 육성했고 석유화학 사업도 유지하고 있으나 재생가능 원료‧연료를 신 성장동력으로 적극 확대하고 있다.
2021년에는 매출 151억유로에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19억유로로 호조를 누렸고 EBITDA의 75% 정도 이상이 재생원료 및 연료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원료 및 연료 생산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생산능력이 330만톤으로 세계 최대이며 핀란드, 네덜란드, 싱가폴 공장을 통해 화학제품 생산용 바이오나프타와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트럭용 바이오디젤 등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나프타는 SK이노베이션,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 등이 사용하고 있고 다른 석유화학기업들도 도입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스테는 수요 증가에 대응해 최근 합작투자를 통해 미국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싱가폴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등 2026년까지 약 40억유로 이상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680만톤으로 2배 확대하겠다는 목표 아래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료 다양화가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원유와 비슷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네스테의 독자기술 NEXBTL을 바탕으로 식품 공장에서 발생한 육류로부터 추출한 유분이나 맥도날드의 폐식용유 등을 회수해 정제 처리한 재생원료 및 연료의 비중이 전체의 92%에 달하고 있다.
새로운 원료로는 폐플래스틱 CR(Chemical Recycle)에 주목하고 있으며 현재 핀란드 정유공장에서 실증실험을 추진하고 있어 2030년 처리능력 100만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조류, 미생물, 쓰레기, 리그노셀룰로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재생원료 및 연료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기업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친환경 나프타 3000톤 투입
국내에서는 SK지오센트릭(대표 나경수)이 친환경 나프타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12월 초부터 연말까지 울산CLX(컴플렉스)에 리뉴어블(Renewable) 나프타를 3000톤 도입하고 2022년부터 10만톤 이상으로 투입량을 늘려 친환경제품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리뉴어블 나프타는 대두유, 팜유,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 만든 나프타로 친환경적이지만 기존 나프타보다 3배 이상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9월 말 국내 최초로 폐플래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만든 친환경 열분해유를 울산CLX의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했고 10월14일에는 탄소중립 관련 친환경 국제 공인인증인 지속가능성·탄소 인증(ISCC+)을 취득했다.
ISCC+ 인증은 유럽연합(EU) 재생에너지 지침에 부합하는 인증제도이며 생산과정과 최종제품까지 친환경성을 엄격하게 점검해 부여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친환경 인증 획득을 통해 리뉴어블 나프타로 관련제품을 생산하면 도입물량만큼 ISCC+ 인증 석유화학제품으로 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 열분해유 5만톤 공장 건설 검토
현대오일뱅크(대표 강달호)는 친환경 나프타를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는 폐플래스틱을 녹여 만든 열분해유를 원유 정제공정에 투입함으로써 친환경 나프타를 생산할 방침이다. 2021년 11월18일 열분해유 100톤을 정유공정에 투입해 실증 연구를 시작했고 안전성을 확보한 뒤 투입량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현대오일뱅크와 같은 석유정제기업은 폐플래스틱 열분해유를 공정 원료로 사용할 수 없으나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신청하고 9월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를 승인받았다.
친환경 나프타는 인근 석유화학기업에게 공급해 새로운 플래스틱으로 재탄생함으로써 폐플래스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순환경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폐플래스틱 열분해유 5만톤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으며, 중앙기술연구원이 물성 개선, 불순물 제거 등을 통해 열분해유 베이스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생산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ISCC+ 등 국제 탄소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취득했고 앞으로 폐플래스틱 열분해유로 만든 나프타를 친환경 인증제품인 그린 나프타로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ISCC+ 인증을 계기로 폐플래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플래스틱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고 전문 컨설팅기업과 협업해 폐플래스틱 열분해유로 생산한 친환경제품의 탄소저감 효과를 수치화하는 탄소 LCA(Life Cycle Assessment)도 진행하고 있다.
탄소 LCA가 완료되면 폐플래스틱의 CR을 통한 순환경제 효과를 객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열분해유 나프타로 친환경 PC 생산
롯데케미칼(대표 신동빈‧김교현‧이영준‧황진구)도 폐플래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열분해유 베이스 나프타를 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8월 현대오일뱅크로부터 폐플래스틱 열분해 나프타를 공급받아 여수 NCC에 투입했고 PC(Polycarbonate) 생산에 성공해 수요기업에게 ISCC+ 인증 확인서와 함께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ISCC+ 인증은 생산과정 전반에 걸쳐 친환경 원료가 사용됐음을 국제적으로 인증해주는 제도로 롯데케미칼은 열분해 나프타를 원료로 생산한 PC 등 합성수지 7종의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폐플래스틱 열분해유는 비닐 등 버려진 플래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얻으며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과정을 거쳐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소각하던 폐플래스틱을 재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열분해유 기술은 플래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장기 친환경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친환경 리사이클 소재 사업을 100만톤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 열분해유를 나프타 원료로 인정
폐플래스틱 열분해유 활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는 폐플래스틱 열분해유를 나프타 원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 유형에 추가하고 열분해유 생산설비와 열분해 소각설비를 분리해 생산설비는 재활용 설비로 설치·검사기준을 간소화 했다.
폐플래스틱 열분해는 산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폐플래스틱에 섭씨 300-800도의 열을 가해 가스와 오일 등으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정부는 열분해와 같이 화학적으로 재활용(CR)된 플래스틱 제조·수입기업에게도 2023년부터 폐기물 분담금을 감면할 계획이다. 또 2023년 상반기까지 플래스틱 열분해 재활용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 지원금 단가를 높이고 고품질 폐플래스틱이 확보되도록 EPR 지원금 구조를 개편할 예정이다.
열분해유 생산업의 산업 분류도 명확히 한다.
열분해유 생산업은 정유, 석유화학, 폐기물 처리의 특성을 모두 가졌으나 일부 산업단지는 정유이기 때문에 석유화학용 부지 입주를 불허하고 다른 산업단지는 폐기물업으로 분류해 정유‧화학 부지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폐플래스틱 열분해 외 플래스틱 CR 방식도 녹색분류체계에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국가가 인정하는 녹색경제 활동이 될 뿐만 아니라 녹색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재활용 플래스틱 가공제품 및 용기에 재생원료 사용비율 표시를 허용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