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ECHA 의견서 338건 제출 … 대체물질 개발‧도입 비현실적
PFAS(Polyfluoroalkyl Substance) 규제안을 두고 유럽과 일본 간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유럽 화학물질청(ECHA)이 덴마크 포함 5개국 제안을 받아들여 PFAS 규제안을 공표함에 따라 화학기업 포함 관련 산업계가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5개국이 1월 PFAS 규제 제안서(ROI)를 제출했고 ECHA가 2월 예비안에 이어 3월22
일 최종 규제안을 공개함에 따라 의견서 모집이 시작됐다.
2023년 7월 상순까지 공개된 의견서 수가 2041건에 달했고 9월25일까지 모집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의견서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을 제외한 산업계 단체나 화학기업, 정부, 학계 등이 총 775건을 제출한 가운데 일본이 338건으로 가장 많았고 2위 독일 193건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벨기에 33건, 네덜란드 28건, 이태리 24건, 영국 23건, 프랑스 21건, 오스트리아 20건, 미국 20건이 뒤를 이었으며 아시아는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 4건, 중국 3건뿐이어서 PFAS 규제안에 대한 일본의 관심 및 위기감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화학 등 관련기업 의견 제출 건수는 680건, 조직 80건, 단체 7건, 행정기관 2건, 기타 6건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제조산업국 소재과, 도쿄(Tokyo)의과치과대학 연구소가 의견을 제출했으며 산업계 단체 중에서는 불소화학제품 생산기업으로 구성된 일본 불소화학제조협의회(FCJ)가 유럽 규제안이 유해성 등에 관한 실증 데이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채 PFAS 전면 폐지를 주장하며 리스크 관리를 통한 예방적 접근방법으로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REACH 규칙 68조를 위반했다고 강조해 주목된다.
FCJ는 유럽 규제안에 제시된 실증 데이터가 PFAS 중에서도 이미 금지된 PFOS(Perfluorooctanesulfonic Acid), PFOA(Perfluorooctanoic Acid)에 국한된 것이며 나머지 데이터는 빈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화학공업협회 역시 허용 가능한 규제안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규제안이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화학물질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전례가 될 수 있고 허용 불가능한 리스크에 관한 한계치를 설정하고 있으나 실제 분석 가능한지 의문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분석수단이 확립되지 않으면 한계치를 지킬 수 없어 유효한 규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유럽 규제안 대상인 반도체 제조공정 범위가 불명확해 그대로 적용되면 유럽에서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해지고 적절한 PFAS 대체물질을 개발해도 수요기업 평가·인증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돼 이행기간 18개월, 유예기간 12년도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유럽과 마찬가지로 PFAS 규제를 논의하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며 사용 용도 및 분야를 먼저 확인하고 일반 소비자용을 대상으로 용도를 고려해 위험 유해성이 높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접근방식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유의미한 리스크가 없는 PFAS까지 포함해 일률적으로 생산·사용 또는 출시를 제한하는 규제안은 목적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무역제한을 일으키는 규제이기 때문에 무역거래에서의 기술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의 TBT 협정 제2.2조에 위반되고 제2.12조에 따라 적절한 기간을 두어야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단체 소속 메이저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들도 의견 제출에 나서고 있다.
전선 생산기업 1곳은 유럽 규제안이 대체물질로 PVC(Polyvinyl Chloride), PE(Polyethylene), PEEK(Polyether Ether Ketone), 폴리에스터(Polyester)를 제시했으나 전선을 만들어 불소수지 전선과 비교·평가한 결과 대체소재는 열화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는 데이터를 정리해 제출했다.
제출된 의견들은 공통적으로 개별 물질 리스크인 유해성×흡수량에 대한 인식 없이 난분해 물질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PFAS를 규제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M이 PFAS가 음용수 수질 오염과 관계됐다는 소송에서 복수의 자치단체와 최대 125억달러(약 16조4438억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고 듀폰(DuPont), 케무어스(Chemours), 코르테바(Corteva) 등 3사 역시 비슷한 합의안에 잠정 동의했다. (윤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