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기업 영업이익 일제히 감소 … EU, 경기회복 기대에 찬물 우려
중국발 공급과잉이 글로벌 화학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에 따르면, 중국은 생산능력 과잉에 따른 화학원료·화학제품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023년 석유·화학산업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0% 감소했다.
화학부문 영업이익은 30%, 기초화학제품은 50% 급감했으며 화학제품 수출입액 역시 약 10% 감소했다. 석유·천연가스 출하가격이 10%, 화학원료·화학제품은 9% 하락했기 때문이다. 49개 주요 무기화학품 가운데 41종, 72개 유기화학품 가운데 65종의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석유화학 4사도 중국발 공급과잉에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영향을 미쳐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국내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율은 금호석유화학이 68.7%, LG화학이 15.1%, 한화솔루션이 37.4%에 달했고 롯데케미칼은 3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LG화학은 다운스트림 수요 부진과 원료가격 상승이 겹쳐 석유화학 사업에서 143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롯데케미칼 역시 전체 영업적자 3332억원 중 석유화학 사업에서만 2499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시장의 수익성 회복은 중국 기초제품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타이 화학산업 또한 중국발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현지 메이저 Siam Cement Group(SCG)은 2023년 9월 예정했던 SCG Chemicals(SCGC)의 기업공개(IPO)를 2회에 걸쳐 연기했다. 2024년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조달의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CG는 2023년 매출과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모두 마이너스 20%대를 기록했으며 주력제품인 PE(Polyethylene)와 PP(Polypropylene) 수익성은 4분기에도 개선되지 못했다.
중국이 범용화학제품 내수 부진에 따라 저가에 수출하면서 아시아 공급과잉이 심화된 것이 폴리머 수익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
PE 시황은 곧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PP는 2024년 말까지도 수익 악화 가능성이 있어 SCG가 2025년 IPO를 실시할지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SCG는 베트남에서 계획해온 포장용지 공장의 최종투자결정을 보류하는 등 화학 뿐만 아니라 패키지 사업에서도 설비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 중국 남부지역 수출을 목표로 추진해온 사업이어서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수입초과 상태인 베트남에 폴리올레핀(Polyolefin)을 공급하기 위한 LSP(Long Son Petrochemical) 프로젝트 역시 중국산 저가제품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1월 화학 생산이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으나 중국산 유입 증가가 안정적인 회복을 저해할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EU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석유화학제품, 기초무기화학제품 생산량이 급감하며 전체 화학제품 생산이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2023년 소폭 회복 조짐이 나타났으나 특수화학제품은 감소 폭이 여전히 큰 것으로 파악된다.
1-11월 화학제품 생산량은 전년동기대비 8.7% 감소했으며 석유화학은 약 12.0%, 폴리머는 약 11.0%, 기초무기화학제품은 약 6.0%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다만, 11월에는 화학제품 생산량이 전년동월대비 1.0% 증가했다. 합성고무는 31.8%, 비료, 석유화학도 10%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EU는 높은 에너지·원료 코스트의 영향으로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이고, 화학산업 경기가 12월에도 플러스를 유지했으나 11월에 비하면 둔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 석유·화학산업협회(CEFIC)는 2024년 화학제품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증가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2024년에는 중국발 공급과잉 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동 리스크, 한국을 비롯한 70여개국의 선거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