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지침 격상 PPWR법 채택 … UN 국제협약 제정은 이견 충돌
유럽연합(EU)이 플래스틱 포장재 규제에 나선다.
EU의 입법부인 유럽의회는 포장·포장재 폐기물 지침 강화안(PPWR)을 정식으로 채택했으며 유럽이사회 정식 승인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2018년 시행한 기존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지침(PPWD)을 법적 구속력을 가진 법령으로 격상한 것으로, 포장재 폐기량 감축 및 리사이클 플래스틱 사용과 관련된 수치목표를 제시하고 일부 1회용 플래스틱 사용을 금지하며 식품과 접촉하는 포장에는 PFAS(Polyfluoroalkyl Substance)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리사이클 플래스틱 의무 사용량은 용도와 소재별로 다르나 2030년부터 10-35%, 2040년부터 50-65%로 정했으며, 순환경제 이행을 목표로 2029년까지 1회용 플래스틱과 금속으로 만든 식품용 용기는 90%를 회수할 방침이다.
유럽 플래스틱 생산자 단체 Plastic Europe은 개정안 채택과 관련해 “법률로 포장 분야에서 리사이클 소재 의무 함유량 목표를 설정한 것은 리사이클 플래스틱 수요 증가를 자극하고 리사이클 기술 및 리사이클 가능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의사를 관련 산업계에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용기‧포장 감축을 위해서는 EU 국가에서 1인당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5%, 2035년까지 10%, 2040년까지 15% 줄이는 목표를 설정했다.
2030년부터는 신선식품 포장과 식당에서 사용하는 컵과 접시류에 1회용 플래스틱 사용을 금지하며 음료나 테이크아웃 포장은 소비자가 용기를 지참해야 제공하거나 소재 중 10%를 재생 가능한 소재로 제조한 패키지를 활용해 제공해야 한다.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기 위해 2차 포장과 전자상거래용 택배에 사용하는 상자 등은 내부 여유공간을 50%로 제한할 예정이다.
PPWR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딜의 순환형 경제 행동계획에 기반한 정책 패키지의 일환이며 2022년 11월 유럽위원회가 제안해 2024년 3월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가 합의했다.
최근에는 PFAS를 일정 기준치 이상 함유한 식품접촉 포장재 출시 제한안을 도입해 유럽의회가 정식으로 채택하며 조문에 추가했다.
EU는 2018년 포장산업 매출액이 3550억유로에 달했고 포장재 폐기량은 2009년 6600만톤에서 2021년 8400만톤으로 급증했다. 1인당 포장재 폐기량은 188.7kg으로 증가했으며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에는 209kg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한국도 참여하고 있는 플래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약(플래스틱 협약) 제정은 EU 등 주요 플래스틱 소비국과 원료 공급국 간 이견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는 2022년 3월 열린 제5차 유엔(UN) 환경총회(UNEA)에서 세계적인 플래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2024년까지 플래스틱의 전체 수명주기를 포괄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본격적으로 플래스틱 협약 마련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4월23-29일 캐나다 오타와(Ottawa)에서 플래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열렸으나 참가국 간 이견만 확인한 채 종료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차 회의에서는 △플래스틱 원료 1차 폴리머의 생산 감축 △규제 대상 플래스틱과 규제 수준 △재활용 기법을 포함한 폐기물 관리 △각국의 협약 이행에 대한 평가 형식과 구속력 △협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조율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당초 4차 회의 전까지 조문을 완성해 4차 회의에서 정리‧집약할 예정이었으나 11월25일∼12월1일 부산에서 열릴 5차 회의 전까지 전문가 그룹 논의를 통한 협약문 조율을 이어가기로만 합의했을 뿐 사실상 참가국들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폴리머 생산 감축을 둘러싸고 EU 등 플래스틱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많은 국가는 감축 목표 설정 및 생산‧판매‧유통‧수출입 금지 의무 설정을 주장하고 있으나 사우디, 러시아, 이란 등 산유국과 중국의 반발이 거셌고 한국과 일본이 생산량 감축 대신 폐기물 관리와 리사이클을 통해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중립 입장을 취하면서 결국 공식적으로 전문가 그룹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우려가 있다거나 유해하다는 의미에서는 스톡홀름 조약이나 바젤 조약 등 기존 조약과 중복되는 문제가 있으며, 문제가 있고 회피 가능한 플래스틱은 유해물질을 포함한 플래스틱으로 보자는 의견과 리사이클이 불가능한 플래스틱으로 보자는 의견이 모두 채택돼 있어 명확성이 떨어지는 상태이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