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는 AI(인공지능) 사용 확대로 호조를 누리고 있으나 전망이 밝지 않은 편이다.
특히, 반도체산업의 슈퍼 을로 평가되는 ASML이 부진한 수주실적을 발표함에 따라 반도체 겨울론이 재점화됐다. ASML은 영업실적이 개선됐으나 수주예약이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그러나 AI 열풍의 대표적 수혜주로 주목받는 타이완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는 2024년 3분기 매출이 약 32조3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9%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순이익이 약 13조8000억원으로 54.2% 폭증했고 엔비디아(NVIDIA), SK하이닉스 등도 양호한 영업실적을 기록하면서 ASML 쇼크에 따른 반도체 겨울론이 일부 진정되고 있다.
라피더스, 저전력 기술 개발 추진
반도체 시장 전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신르네상스를 꿈꾸는 일본은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라피더스(Rapidus)는 전공정과 후공정에서 모두 최첨단 기술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전공정은 2027년 4월부터 양산을 시작하며 12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공정 생산 일정은 불투명하나 장기적으로 전·후공정을 통합한 반도체 기술 차별화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사회적으로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와 데이터 이용이 확대되면서 과제로 부상한 소비전력 문제를 해소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저전력 기술이 전공정 축소와 전용 칩 개발과 함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급격히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은 칩을 더 많이 적층함으로써 성능을 개선하며 로직 칩과 메모리 칩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전기저항이 감소하면서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진다.
현재 인터포저에 칩을 수평으로 배치하는 2.5D 패키징이 상용화되고 있는 가운데 DRAM 적층 숫자가 증가하는 등 디바이스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로직 칩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집적하는 3D 반도체는 에너지 절약 성능이 더 우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피더스는 소비전력이 10%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이코엡손과 후공정 개발 협력
라피더스는 로봇 개발과 자동화 기술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세이코엡손(Seiko Epson)의 치토세(Chitose) 사업장 후공정 파일럿 라인을 활용해 조기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도체 적층화와 함께 생산 완전 자동화 등 양산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열 설계 등 과제가 많은 3D 반도체에 앞서 2.5D 반도체 생산을 효율화할 계획이며 대면적 인터포저를 40개 만들 수 있는 최대 600밀리미터 패널레벨패키징(PLP)도 개발할 계획이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2030년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력 생산량의 9%를 소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생성 데이터는 2025년 175기가바이트에서 2035년 2142기가바이트로 10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폭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AI 분야에서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의 50% 이상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AI 이용을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필수적이다.
후공정 개발도 단독으로는 어려워 소재, 장비와의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라피더스는 세이코 엡손과의 협업 뿐만 아니라 장비 생산기업과의 연계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소재 생산기업과도 공동개발을 광범위하게 모색할 계획이다.
레조낙, 후공정 소재 증설
일본은 중국에서 반도체 소재 밸류체인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시장은 자동차·철도용 파워반도체와 AI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메모리 관련은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레조낙(Resonac)은 중국에서 반도체 후공정 소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용 반도체 소재 수요 확대에 대응하
기 위해 쑤저우(Suzhou) 에폭시수지(Epoxy Resin) 봉지재 라인 증설에 착수했고, 난퉁(Nantong) 사업장에서도 칩과 기판 등 캐리어 웨이퍼 본딩용 소재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법인 Resonac Materials Suzhou는 봉지재와 인쇄회로기판(PCB)용 감광성 필름을 공급하고 있으며 연구개발(R&D)과 기술 지원 기능을 겸비하고 현지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Resonac Materials Suzhou는 반도체 후공정용 봉지재 증설을 2025년 3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2023년 No.2 봉지재 공장을 가동했으나 자동차용 등 고품질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증설 투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며 중국 점유율 1위를 목표로 2025년 이후 추가 투자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sonac Materials Nantong은 다이본딩필름(DAF) 생산능력을 확대해 메모리와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반도체용으로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레조낙은 글로벌 DAF 시장점유율 1위이며 2021년 난퉁 사업장 가동을 계기로 일본 고이(Goi) 사업장 포함 2곳에서 DAF를 공급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레조낙이 공급하는 DAF는 높은 접착력과 내열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며 난퉁에서는 필름 뿐만 아니라 다이본딩용 페이스트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B, 중국 봉지재 공장 가동 임박
스미토모베이클라이트(SB: Sumitomo Bakelite)도 쑤저우에서 봉지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스미토모베이클라이트의 중국법인 Sumitomo Bakelite Suzhou는 2022년 쑤저우에서 반도체 봉지재용 에폭시수지 성형소재 공장을 착공했고 2024년 9월 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프로세스는 실리콘(Silicone) 웨이퍼 표면에 전자회로를 형성하는 전공정과 웨이퍼를 자르고 조립하는 후공정으로 구분되며, 열경화성 수지인 에폭시수지는 내구성, 내수성, 전기특성, 접착력이 우수해 후공정 가운데 하나인 몰딩에서 봉지재로 널리 사용된다.
쑤저우 신규 공장은 부지면적이 약 6만평방미터로 기존 공장의 2배이다. 이미 4개 라인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으며 에폭시레진 Sumikon Eme 시리즈와 다이어태치(Die Attach) 소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Sumikon Eme는 내열, 내전압성 뿐만 아니라 가공성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며 현재는 기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Sumitomo Bakelite Suzhou는 9월 준공한 다음 시험제품을 생산하고 수요기업의 인증을 거쳐 1년 동안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먼저 한
라인을 가동하고 중국 반도체산업의 움직임에 대응해 추가 투자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umitomo Bakelite Suzhou는 강점인 생산·판매 일체화 운영 뿐만 아니라 신규 공장에는 일본과 동등한 수준의 시험생산 및 평가 설비를 갖춘 연구동을 건설해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수요기업인 반도체 관련기업들이 모인 쑤저우 산업단지의 특성을 고려해 신규 공장을 수요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으로도 운용할 계획이다.
스미토모베이클라이트가 신규 공장을 건설한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Sumitomo Bakelite Suzhou는 이미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점유율은 20-30%로 1위이다. 현지기업 대비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파워 반도체 및 모빌리티 분야에서 신뢰성이 우수한 봉지재를 중심으로 생산 효율성을 개선함으로써 중국에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Sumitomo Bakelite는 2024년 4월부터 시행하는 새로운 경영계획의 목표로 1인당 생산성 200% 향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종업원 확보가 생존이 달린 문제로 부상함에 따라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자동화 설비 도입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