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횡재를 했을까,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이 바보짓을 했을까? 김승연 회장이 도박을 했을까? 이재용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을까?
삼성그룹이 석유화학과 방위 사업을 한화그룹에 넘겼을 때 재계에서는 누가 실수했는지를 두고 설왕설래한 바 있다. 최근 방위 사업이 크게 부상한 후 득실을 따진다면 모르겠으나 당시에는 김승연 회장의 도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화그룹이 석유화학과 방위 사업을 묶어 인수했으나 한화토탈의 앞날이 불투명하고 한화임팩트는 미래가 암울했기 때문이다. 한때 석유화학 호황을 바탕으로 한화토탈이 많은 수익을 올렸으나 프랑스 토탈과 한화임팩트의 지분을 고려하면 크게 남는 거래는 아니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방위 사업에 대한 평가를 논외로 한다면… 물론, 삼성그룹이 반도체 사업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화와의 거래를 높게 평가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가 대산석유화학단지의 NCC 거래를 중심으로 통합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석유화학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데 따른 결단으로 평가된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0대40 비율로 합작한 현대케미칼이 롯데케미칼이 가동하고 있는 에틸렌 생산능력 110만톤의 NCC 인수를 중심으로 한 생산 통합을 구상하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가 현금 혹은 현물을 추가 출자해 통합함으로써 안수하는 방안과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롯데케미칼의 적자 장기화에 따라 롯데그룹이 안고 있는 재무적 부담이 커져 대산단지 매각으로 현금흐름을 개선하고자 하는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나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대케미칼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 1조8255억원, 현대케미칼은 283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이 2024년부터 LG화학, DL케미칼 등과 설비 통폐합을 논의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요인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진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화학소재, 생명과학, 농화학 등 사업 다각화로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으나, 나머지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적자를 면하기 어려워 매물이 나와도 M&A에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현대중공업의 자금력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정유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마찬가지여서 한계가 분명하다. 대산단지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85만톤에서 195만톤으로 확대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으나 생산능력 감축 또는 폐쇄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통합 이후 점진적으로 일부 설비를 폐쇄해 생산량을 줄이고, 중복 인력을 중심으로 업무 효율화를 추진한다고 하나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인건비, 관리비를 절감하고 유틸리티 코스트, 원료 구입비용도 줄일 수 있으나 노동조합의 반발이 예상되고 코스트 절감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결단을 평가할 수는 있으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단지는 물론이고 미국, 동남아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했으나 에틸렌을 비롯해 폴리올레핀, MEG 등 범용 석유화학제품 중심의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수익성 개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대산단지 매각 또는 합작 전환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이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중심의 생산구조에서 탈피해 미래에도 버틸 수 있는 사업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고, 전체적으로 고비용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는 경영 개선작업을 선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