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순도 황산으로 중심축 이동 … 반도체·2차전지 핵심 소재로 부상
국내 황산 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황산 시장은 비철금속 제련 부산물로 대량 공급되던 범용제품은 성숙단계에 접어든 반면, 반도체 세정에 투입되는 고순도 황산(HPSA)은 수요가 급증하며 전체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범용 황산은 구리·아연 제련 과정에서 아황산가스를 포집해 생산하며 비료, 금속 가공, 폐수처리가 전통적 수요처이다. LS MnM이 192만5000톤으로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려아연도 130만-14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양사 모두 주력 사업인 비철금속 생산량에 따라 황산 공급이 좌우되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구조적 한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웨이퍼 세정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화학물질로 초미량 불순물 제어와 품질 인증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고순도 황산 생산능력은 고려아연 24만톤, LS MnM 18만톤, 남해화학·이엔에프테크놀로지·삼성물산이 합작해 설립한 NES머티리얼즈 5만4000톤으로 파악된다.
고순도 황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던 부산물에서 전략적 핵심 소재로 격상됐고, 과거에는 일본산 수입 의존도가 80%를 상회했으나 최근 국내기업들이 고순도 황산 생산은 확대하면서 일본산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내 주요 반도체 생산기업에게 고순도 황산을 공급하고 있다”며 “수요 증가에 맞추어 생산량을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S MnM 관계자도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를 포집해 일반 황산과 고순도 황산을 생산하고 있다”며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고순도 황산 생산도 함께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황산 시장은 연평균 4.1%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4년 143억달러에서 2037년 241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고순도 황산은 2023년 3억6000만달러에서 2032년 7억4000만달러로 연평균 8.2%의 높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황산 생산기업들은 첨단산업 밸류체인 통합으로 사업 방향을 변화시키고 있다. 고려아연은 황산니켈 사업과 병행해 고순도 황산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고, LS MnM도 납품을 확대해 범용 황산 시장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있다.
제련기업들은 고순도 황산 확대와 동시에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황산망간 등 2차전지 양극재 전구체 원료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황산이 니켈(Ni)·코발트(Co)·망간(Mn) 광물을 침출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필수 소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자회사 켐코를 통해 황산니켈 생산능력 8만톤을 확보하고 울산에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회사 켐코를 통해 생산하는 황산니켈은 현재 글로벌 상위 10위 안에 들며 약 90%를 2차전지용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황산니켈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S MnM도 울산 온산제련소 인근에 6700억원을 투자해 황산니켈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6년 황산니켈 2만2000톤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9년까지 새만금에 4만톤 공장을 추가 건설해 생산능력 6만2000톤 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LS MnM 관계자는 “황산니켈은 단순 부산물이 아니라 2차전지 양극재의 주요 소재”라며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 해외 원료와 리사이클링 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산코발트와 황산망간 역시 성장 잠재력이 기대되고 있다.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양극재 생산기업들은 하이니켈 트렌드 속에서도 안정성 확보를 위해 코발트와 망간을 일정 비율로 유지하고 있어 황산코발트와 황산망간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차전지 소재 시장은 전기자동차 확산과 맞물려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주요 시장 조사기관들은 2028년 황산니켈의 배터리용 수요 비중이 9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황산 시장은 안정적 공급망, 품질 인증, 친환경 공정 확보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 국내기업들이 고순도 황산, 황산니켈 등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구조적 전환은 한국이 첨단산업 소재 강국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주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