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산 DOTP에 부과한 예비 반덤핑관세를 놓고 말들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1주일만에 무역보복이 시작됐다느니, 미국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느니 등등 이치에도 맞지 않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반덤핑 판정 과정을 잘 몰라서 그러할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단아적 행동에 초점을 맞추려는 보도자세 때문에 무리가 따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반덤핑 판정은 관련제품 생산기업이 저가에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상대국 거래현황을 조사하고 반덤핑 혐의로 제소하는 절차가 필수적이고, 해당국가가 덤핑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는데 최소한 6-12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미국이 한국산 DOTP에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하기까지는 최소한 1년이 넘는 기간이 걸린 것으로 판단된다.
Eastman Chemical 등은 2016년 6월 한국기업들이 DOTP를 덤핑판매해 피해를 입었다며 제소했으며 한국산에 반덤핑 마진 23.7-47.9%를 부과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기조와 DOTP의 반덤핑 예비판정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수출에 아무런 제약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을 비롯해 수입을 규제하고 나설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있으며, 강력한 무역정책에 대응하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1월27일 미국시장에서 공정가격보다 낮게 DOTP를 판매했다고 판정하고 애경유화에 3.96%, LG화학에 5.75%, 양사를 제외하고는 4.47%의 예비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한 것은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은 2015년 미국 수출액이 312만달러에 달했고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55.9%로 절대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액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나 딱히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LG화학이 미국 수출량이 많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수출량이 1만톤에도 미치지 못하고 수출액도 5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체 흐름을 간파하고 대책을 세워야지 총 매출액 20조원의 0.03%에 불과하다는 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수출량의 60% 이상을 중국으로 내보내고 미국 수출은 5% 미만에 불과해 수출선을 다른 지역으로 돌리면 그만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범용제품을 저가에 수출해 낮은 마진에 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화함으로써 수입국의 저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으로 PE는 수출단가가 톤당 1100-1300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일본 및 미국산 수입단가는 2000달러를 훨씬 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에틸렌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키워 밀어내기로 승부하고 있는 반면, 일본기업들은 범용제품 생산을 대폭 줄이고 고부가 특수제품 생산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입저항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고가여서 수입 거부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범용제품 생산에서 탈피해 고부가 화학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무역마찰도 줄이고 마진도 올리는 전략적 선회가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수입을 규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책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