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용 가스 시장은 구조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용 가스는 전방산업 침체로 수요 신장이 정체된 가운데 생산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수요처 확보에 나서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시장은 대성산업가스,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 프렉스에어(Praxair), 린데(Linde), 에어리퀴드(Air Liquide) 등 5사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신규설비 투자, M&A(인수합병)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는 매각을 추진하는 등 구조재편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에어프로덕츠는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SK그룹 및 린데는 M&A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에어리퀴드, 대성산업가스는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5년 매출액 기준으로 대성산업가스 24.4%, 에어프로덕츠 22.6%, 프렉스에어 16.2%, 에어리퀴드 13.8%, 린데 11.1%, 그린에어 7.4%, SK에어가스 3.4%, 코리아에어텍 1.0%로 파악되고 있다.
전방산업 침체로 수요 부진
국내 산업용 가스 시장은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산업용 가스는 산소, 질소, 아르곤, 수소 등이 범용으로 철강, 석유화학, 정유, LCD(Liquid Crystal Display), 반도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전자·반도체용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철강, 조선, 태양광 등 주요 전방산업의 가동률 하락으로 수요 신장이 크게 둔화되면서 생산기업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산소, 질소, 아르곤, 수소는 신규수요가 제한된 가운데 국내기업들의 파이 나누어먹기가 불가피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아르곤은 포스코의 잉여가스 공급중단으로 2015년 수급타이트 파동을 겪은데 이어 2016년에도 공급부족이 지속됐으나 수요가 부진해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수소는 기존의 발전용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없어 연료전지, 수소자동차용 등 신규수요를 기대하고 있으나 상용화가 지지부진해 정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산업용 가스는 공급방식이 탱크로리(Tank Lorry)를 사용하는 벌크(Bulk), 현지에서 공급하는 온사이트(On-Site), 파이프로 공급하는 파이프라인(Pipe-Line) 등 다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온사이트는 대형 수요기업의 사업장에 가스 생산설비를 설치해 공급하는 방식이고, 파이프라인은 수요처가 밀집한 산업단지에 생산설비 및 대형 저장탱크를 건설해 파이프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국내기업들은 석유화학 등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벌크 공급보다는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온사이트, 파이프라인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온사이트 및 파이프라인 방식은 한번 계약이 성사되면 수요처들이 공급처를 쉽게 바꿀 수 없어 시장 선점이 중요하며 신규수요 확보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수급타이트로 가격인상 불가피… 
산업용 가스는 경쟁이 과열된 가운데 2016년에는 수급이 타이트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철강기업이 공급하는 잉여가스가 크게 감소한 가운데 국내 생산기업들의 정기보수가 겹치면서 공급부족이 이어졌다.
포스코는 수출부진으로 생산률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잉여가스 공급이 크게 줄었으며, 특히 아르곤 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스 유통·수요기업들은 영남을 비롯한 일부 남부지역에서 산소, 아르곤 공급부족이 지속됨에 따라 수급불균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서산, 경기도 용인에서도 플랜트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일시적인 공급부족이 나타났으나 전체적인 수요가 둔화돼 부족분에 대한 파장이 예상만큼 크지는 않았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산업용 가스 시장은 잉여가스 공급 침체와 국내 생산기업들의 정기보수로 수급이 타이트했으나 절대적인 수요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용 가스 생산기업들은 전기요금, 국제유가 등의 원가 상승요인이 크지 않은 가운데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공급가격을 2016년 초부터 전체적으로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생산기업들은 산업용 가스 가격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채산성이 악화됨에 따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적인 수요 침체는 판매가격 인상 움직임을 제한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생산·유통기업들은 영업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인상을 단행했으나 국내 수급타이트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온사이트 및 파이프라인의 정기보수에 따른 부족물량은 탱크로리 공급을 강화함으로써 일부 상쇄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어프로덕츠, 신증설로 경쟁력 강화
에어프로덕츠는 구조재편 및 신증설을 추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5년 11월 특수가스 사업을 분리해 버슘머티리얼즈를 출범했으며 2016년 9월 분리작업을 마무리하고 산업용 가스에 대한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분사한 버슘머티리얼즈와 협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충북 오창에 패키지가스 충전설비를 갖춤으로써 특수가스의 원활한 공급을 이어갈 방침이다.
에어프로덕츠는 특수가스 구조재편에 이어 평택 고덕산업단지 소재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에 공급하기 위한 산업용 가스 플랜트를 신규건설하고 있다.
설비투자액이 2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반도체 산화 및 오염방지에 사용되는 초고순도 질소 및 수소를 생산해 삼성전자에게 전량 공급할 방침이다.
에어프로덕츠는 2015년 8월 평택 부지매입 계약 이후 부지조성 및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2017년 1월 초고순도 질소 공장의 추가 증설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공장을 2017년 상반기 상업화할 예정이며 역대 최대 투자규모로 평가됨에 따라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에어프로덕츠가 신규건설되는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에 초고순도 질소 및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프로덕츠는 평택 증설에 이어 울산 온산에도 산업용 가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 투자유치단은 2016년 10월 미국 에어프로덕츠 본사에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울산 온산에 2018년까지 850억원을 투입해 산업용 가스 플랜트를 건설할 방침이다.
신규 플랜트는 질소, 산소, 아르곤 등을 생산하며 기존설비와 비교해 액화 공정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25% 줄일 수 있어 제조 코스트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는 신규공장 부지를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해 조세감면을 비롯해 인허가 및 애로사항을 원활히 처리하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할 방침이다.
생산된 산업용 가스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기업에게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린데, 에어리퀴드 가스 사업 “인수”
린데는 M&A를 통해 산업용 가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린데는 2016년 10월 에어리퀴드의 산업용 가스 온사이트 및 벌크 사업과 전자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국내 점유율을 확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온사이트 플랜트와 벌크 공급을 위한 저장탱크 등의 인수를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마무리했으며 영업직원 등의 이전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데는 에어리퀴드의 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삼성그룹, LG그룹, 롯데케미칼,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을 강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벌크제품의 직거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기존의 포트폴리오와 통합·공급함으로써 직접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린데는 2011년 가스유통 합작기업인 PSG의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에어리퀴드의 온사이트 및 벌크 사업을 인수하는 등 수요부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에어리퀴드에게 인수한 10곳의 가스 플랜트는 린데가 보유한 공급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요기업들과의 근접성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리퀴드는 동부제철 당진공장이 2014년 가동을 중단하면서 온사이트 플랜트를 정상가동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동부제철 열연공장에 산소 및 질소를 공급해왔으나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대성산업가스, 2조원대 매각 “거품”
대성산업가스는 국내 메이저들의 인수가 불발됐으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게 매각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성합성지주 및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2017년 2월24일 MBK파트너스에게 대성산업가스 지분 100%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대성산업가스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 범용 산업용 가스와 NF3(삼불화질소), WF6(육불화황) 등 특수가스 사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으며 2015년 매출 기준으로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Guangzhou, Hefei에서 LED(Light Emitting Diode)용 고순도 암모니아를 공급하는 가운데 ChemChina 산하 Liming Research와 공동으로 Luoyang 소재 NF3 1000톤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0톤 파일럿 공장의 테스트 가동에 돌입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매출이 5000억원, 영업이익이 300억-500억원에 달하고 중국 현지생산도 다양화하고 있어 대성합동지주 계열사 가운데 알짜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컨소시엄과 대성합동지주는 2016년 10월 대성산업가스 지분 100%를 매물로 내놓고 예비적격후보 선정·실사 등을 거쳐 MBK파트너스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3-4월 만기되는 대성산업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대성산업가스를 1조5000억원 이상에 매각함으로써 자금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에어리퀴드, 린데, 프렉스에어 등에게도 매각안내서를 발송했으나 인수 이후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성의 추정요건에 해당될 수 있어 SK그룹, 효성 등이 인수 후보로 주목됐다.
SK그룹과 효성은 NF3, WF6 등 특수가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중국시장 공략도 적극화하고 있어 대성산업가스 인수를 기대했으나 인수액 부담이 높아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
SK그룹은 SK머티리얼즈, SK에어가스 등 가스관련 계열사들과 SK하이닉스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돼 대성산업가스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1조원 이하의 인수액을 제시함에 따라 쇼트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이후 홍콩 Pacific Alliance Group(PAG), 미국 TPG Capital, 국내 MBK파트너스 등 사모투자펀드(PEF) 3곳만 남은 가운데 PAG가 1조7000억원 상당을 제시했으나 곧바로 이탈했다.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PAG가 제시한 가격을 놓고 TPG Capital과 MBK파트너스에게 수정가격을 요구했으며 최종적으로 2조원에 근접한 금액으로 인수액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합동지주와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TPG Capital과 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한 막판 인수협상에서 2조원 가량을 제시한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주요 전방산업인 조선, 철강, 정유, 석유화학, 전자 시장이 대부분 역성장하거나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매각액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성산업가스는 총 차입금이 8000억원 이상에 달하고 부채비율이 47%에 육박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대성합동지주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다소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섭 기자: jh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