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페인트 시장은 출혈경쟁이 지속됨에 따라 구조재편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페인트산업은 건축 호조에도 조선 침체, 자동차 생산감소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2016년 영업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페인트 시장은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강남제비스코(구 건설화학), 조광페인트 등 5사가 80% 가량을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는 중소기업들이 난립해 있는 구조이다.
페인트 생산기업들은 환경규제 강화 및 경쟁 심화로 코스트 절감과 고부가제품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수요 신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R&D(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해외투자를 적극화하고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는 수익성이 낮은 페인트 비중을 줄이고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건축소재 사업으로 투자를 선회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메이저와의 경쟁에서 견디지 못해 구조재편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이 요구되고 있다.
선박·자동차용, 생산량 감축 불가피…
국내 페인트 시장은 전방산업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파악된다.
페인트는 내수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창출하고 있어 전방산업 시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다수가 파이 나눠먹기식 출혈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2016년에는 조선·해양 및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자동차산업 침체가 본격화됨에 따라 선박용, 공업용, 자동차용 수요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산업은 2000년 공급과잉으로 전환된 이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2016년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도 시황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박용 페인트도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며 2016년에는 기존의 수주로 연명했으나 2017년부터는 부진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KCC, 조광페인트, 츄고쿠삼화, IPK 등 선박용 페인트 생산기업들은 선박용 페인트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감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박용 페인트는 수요 감소에 따라 과거와 같은 수주 경쟁이 불가능해 생산량 축소가 요구되고 있으며 환경규제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고부가화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관계자는 “2016-2017년부터 선박용 페인트 침체가 본격화되며 국내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동차용 페인트는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이 잇따르면서 자동차산업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짐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신차용 페인트를 공급하는 KCC, 노루오토코팅, KDK, PPG 등은 파업 여파에 따라 일시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4분기부터는 파업이 종료돼 자동차 생산이 재개되면서 수익성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된다.
PCM 페인트, 컬러강판 침체 “위기”
철강산업도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컬러강판 유입이 지속돼 국내 철강기업들의 내수 점유율이 하락함에 따라 PCM(Pre-Coated Metal) 페인트도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은 포스코강판, 동부제철, 세아제강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약 120만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컬러강판 수입량은 2016년 30만톤 수준으로 전년대비 10만톤 가량 늘어났으며 수입제품은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수입 컬러강판은 도장까지 마치고 유입되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날수록 PCM 페인트 투입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철강기업들이 컬러강판에서 프린트강판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도 수요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철강기업들은 고부가화 요구에 맞추어 무늬·패턴 등 외관을 고려한 강판을 확대하고 있으나 프린트강판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프린트강판은 도장속도가 기존의 PCM 도료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페인트기업들의 수익성 향상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국내 PCM 페인트 시장은 KCC, 삼화페인트, 노루코일코팅, 강남제비스코가 주도하고 있으나 컬러강판 생산이 감소하면 프린트강판용으로 전환하거나 생산량을 줄여야 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안산 PCM 페인트 공장을 공주로 이전하면서 생산능력을 70% 가량 확대해 부대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으나 수익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CC는 동국제강의 고부가 컬러강판 증설물량에 PCM 페인트를 공급함에 따라 수혜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며 2016년 4/4분기부터 영업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규제 강화로 R&D 부담 높아져…
페인트는 환경규제 강화로 R&D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페인트는 세계적으로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 절감, 6가크롬 화합물, 납, 카드뮴 퇴출 등의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됨에 따라 R&D 투자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선박용에 대한 VOCs 제한조치가 추가되는 등 환경규제가 한층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제품 개발이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환경부는 2016년 초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강남제비스코, 조광페인트와 유해화학물질 사용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유통 구조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건축용 페인트를 대상으로 6가크롬 화합물, 납, 카드뮴 사용을 중단하고 대체물질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통의 이원화를 통해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6가크롬 화합물, 납, 카드뮴은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되어 있어 일정비율 이상을 함유한 페인트를 판매할 때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의거한 영업 및 수입허가가 요구되고 있다.
환경부와 페인트 생산기업들은 대체물질 개발을 통해 단계적으로 유해화학물질의 사용을 중단하고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된 페인트는 전문판매점에서만 판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페인트 시장은 환경규제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하면서도 기존제품과 동일하거나 더 나은 기능성을 선보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페인트 생산기업들은 친환경·고부가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국내 화학기업 가운데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삼화페인트 및 노루페인트는 R&D 투자비중이 3.39%, 강남제비스코는 3.25%를 기록해 화학기업 10위권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페인트만으로는 생존 어렵다!
국내 페인트 생산기업들은 사업구조에 따라 투자전략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건축소재 사업도 함께 영위하고 있는 곳은 건축소재로 투자를 선회하고 있으며 페인트 사업만 영위하는 곳은 수요 부진에도 해외법인 진출 및 페인트 고부가화에 집중하고 있다.
KCC는 국내 페인트 1위를 고수하고 있으나 글라스울(Glass Wool), 석고보드 등 건축소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매출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페인트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있다.
무기단열재는 EPS(Expandable Polystyrene) 단열재를 일부 대체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석고보드도 국내 수급타이트로 호황을 나타내고 있다.
KCC의 건축소재 사업은 영업이익 비중이 2014-2014년 41-45%대를 나타냈으나 2015-2016년에는 53%으로 페인트 사업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벽산은 자회사 벽산페인트의 해외매각을 준비하는 가운데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석고보드 시장에 2018년부터 신규진입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강남제비스코, 조광페인트 등은 이미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페인트 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해외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형식으로 수요가 높은 동남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활발한 특허출원을 통한 고부가화 및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내화페인트, UV(Ultra-Violet) 페인트 관련특허를 취득함으로써 고부가화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특허 취득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강남제비스코는 베트남에 신규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강남제비스코는 삼성전자 가전제품 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함에 따라 100억-2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에 플래스틱용 및 건축용 페인트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벽산, 페인트 구조조정 불가피…
국내 페인트 시장은 구조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방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페인트 수요도 크게 변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페인트는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으며 B2B(Business to Business) 중심에서 B2C (Business to Consumer) 영업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 페인트 시장은 상위 4-5사가 전체 시장의 80% 가량을 장악하고 있어 나머지 소규모기업들은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현대페인트는 경영악화 및 영업부진이 장기화돼 2016년 11월21일부터 상장이 폐지됐으며, 벽산도 벽산페인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벽산페인트는 B2B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R&D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매각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페인트는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R&D 및 설비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유상증자에 실패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이 장기화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현대페인트와 벽산페인트는 해외지사가 없고 내수비중이 100%에 달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국내 페인트 메이저들은 중국, 베트남 등에 지사를 설립하고 있으며 온라인채널을 개설해 B2C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소규모기업들은 투자가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루페인트는 적자를 지속하던 사우디 소재 자동차용 페인트 법인에서 철수하고 중동 판매거점을 UAE(아랍에미리트)로 이전할 방침이다.
두바이법인 NOROO FZCO을 설립해 사우디법인을 이전하고 자동차보수용 페인트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우디법인은 자동차보수용 페인트 생산기업 AKA 그룹과 60대40으로 합작한 현지 판매법인으로 아시아 공략에 나섰으나 4년 동안 적자를 지속함에 따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노루페인트는 사우디에 자동차보수용 페인트 공장도 신규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사우디법인에 대한 투자금 전액을 손상 인식하고 추가 자금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법인은 노루페인트가 국내에서 제조한 페인트를 중동에 공급했으나 현지의 자동차기업과의 네트워크 부족으로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영업적자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정현섭 기자: jh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