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포비아(chemiphobia)라는 말이 유행이다.
살충제 달걀에 이어 유해 생리대 파문이 터지면서 나타난 화학물질 공포를 일컫는 유행어로, 없어서 팔지 못했던 달걀을 팔지 못해 안달이고, 생리대도 국산은 판매되지 않고 해외 직구가 6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닭을 집단 사육하는 양계농가에서 진드기를 비롯해 해충을 방제하고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살충제와 살균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달걀이 오염됐느니, 치킨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느니 난리를 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생리대도 마찬가지이다. 선조들이 대대로 사용해온 면 생리대를 모를 리 없건만 편리함에 취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화학 생리대 사용을 고집하더니 갑자기 화학물질에 오염됐으니, 계속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느니 야단법석이다.
양계장에서 살충제나 살균제를 사용하는 것을 모르는 관계자들은 하나도 없을 것이고 학자들은 문제가 될 것으로 간파하고 대체방법까지 개발했다고 하지 않던가? 하기야 친환경 대체방법을 개발하고 사용을 권장하자 농약기업이 해당 학자를 형사적으로 고발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생리대도 물을 70-80배 흡수하는 고흡수성 폴리머인 SAP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고, 각종 부직포와 접착제를 사용해야만 제조할 수 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가진 국민이라면 쉽게 깨우치고도 남음이 있다. 유해 가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달걀이 살충제로 오염돼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을까? 국내에서 친환경 대체방법을 개발해 사용을 권장할 때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던 것이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문제 파장이 번진 다음에야 관심을 갖게 됐고 부랴부랴 현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역시나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유럽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지금도 살충제나 살균제에 오염된 달걀을 먹고 있을 것이고, 닭고기에 대한 경계심도 전혀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반포의 세빗둥둥섬 인근을 비롯해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살충제 파문에도 불구하고 치킨과 생맥주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그렇다면, 생리대는 어떠할까?
생리대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2014년 미국의 여성환경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VE)가 처음 제기했고 당시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P&G의 생리대 올웨이즈 4종에 발암물질이거나 생식독성이 있는 스타이렌 같은 여러 유해물질이 검출된 바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제기되지 않았다.
여성환경연대가 왜 강원대 김만구 교수에게 조사를 의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국산 생리대에서 인체에 해로운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산 생리대 불매운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VOCs 관리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고는 하나 면 생리대로 대체할 생각은 차마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극히 일부에서 면 생리대를 찾고 있다고는 하나…
달걀이든, 생리대든 소량의 유해 하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해서 당장 심각한 위험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당장에 난리를 피우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주력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케미포비아, 아마 3개월이 아니라 3주 뒤쯤이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엣날 이야기로 회자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