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Graphene)은 기술 개발에 비해 수요가 적어 꿈의 신소재에만 그치고 있다.
그래핀은 원자 하나의 두께를 보유하면서 표면 결함이 상대적으로 적고 우수한 전도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탄소로만 이루어져 나노패턴 가공이 용이해 ITO(Indium-Tin-Oxide) 투명전극을 대체할 수 있는 꿈의 신소재 가운데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기계적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지만 종이처럼 유연해 플렉서블(Flexible) 전자소재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래핀은 제조공정에 따라 자동차 외장재나 항공우주 부품 등 초경량 고강도 복합재로 사용이 가능한 플레이크(Flake), 투명 전극용으로 응용할 수 있는 CVD (Chemical Vapor Deposition)로 구분된다.
플레이크 그래핀은 수요가 많지 않고 제조기술 진입 장벽이 낮아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하고 있으나 원료인 석탄을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중국기업이 코스트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CVD 그래핀은 한화테크윈, LG기술원, LG디스플레이 등 주로 대기업이 연구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가운데 해성디에스도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그래핀 연구는 10년 이상 지속돼 특허 출원이 2014년 10월 4255건으로 미국 3559건, 일본 1583건에 앞서 가장 많았으며 미국 외 국가에서 미국에 출원한 그래핀 특허도 603건으로 미국 외 국가가 미국에 출원한 특허건수 1262건 중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술 개발 속도에 비해 수요 신장세가 더뎌 상용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무엇이든 수요가 많을 때 투자가 가능하다”며 “그래핀은 현재 수요가 적기 때문에 설비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술이 부족해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활성화가 예상되는 시기가 그래핀 상용화 시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또다른 꿈의 신소재인 CNT (Carbon Nano Tube)는 그래핀과 달리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2005년 가장 먼저 개발에 착수해 50톤 생산체제를 구축했으며, LG화학은 2011년 개발하기 시작해 2017년 1월부터 400톤 생산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CNT는 세계 시장규모가 2016년 824톤에서 2018년 1069톤, 2020년 1335톤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그래핀도 한 부문에 본격적으로 채용되기 시작하면 시장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당장 ITO를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은나노와이어(Silver Nanowire)와의 경쟁에서도 아직 어떠한 것이 더 유리한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한, CNT는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로 대량생산이 가능함을 입증했으나 그래핀은 그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아 수요 부족 뿐만 아니라 상업화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Sony가 그래핀 연구를 활발하게 주도했으나 수년에 걸친 구조조정에 따라 관련 부서가 해체돼 연구를 중단했으며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영국 그래핀 연구소 방문 이후 다시 그래핀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5년 10월 영국 방문에서 Huawei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수행을 받으며 맨체스터 대학 그래핀 연구소에 방문해 그래핀 연구를 참관한 바 있다.
Huawei는 같은 시기에 맨체스터 대학과 그래핀 기술 응용을 위한 제휴를 맺었으며 2016년 말 그래핀을 활용한 LiB (Lithium-ion Battery)를 출시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초기 시장 구축이 가능해 그래핀 상용화가 가장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시장은 독일 Siemens, 네덜란드 Philips, 미국 General Electric이 장악하고 있었으나 중국기업이 코스트 경쟁력을 갖추고 시진핑 정부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 장려와 민간병원 증가에 힘입어 중국시장 점유율이 2011년 5% 미만에서 2015년 40%대까지 확대하며 세계 시장점유율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임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