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생산기업들이 ESS(Energy Storage System)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기업들은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공급에 집중했으나 중국이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시키는 등 견제가 심화돼 수요가 부진해지자 ESS용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ESS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지원이 세계적으로 이어지면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책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LG화학, 삼성SDI 등이 대량 수출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내수 공급은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정책 지원이 부실해 공공기관 설치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성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태양광·ESS 연계 사업은 배터리 공급부족으로 설치가 지연되고 있으며 가정용은 2018년 상반기 이후에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등은 배터리 제조코스트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ESS 가격은 하락함으로써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EV 생산기업들이 ESS 사업 진출을 확대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코스트 절감과 효율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성장성 “주목”
글로벌 ESS 시장은 LiB(리튬이온 배터리)계가 60% 수준을 장악하고 있다.
LiB계 ESS 시장규모는 2015년 1.7GWh에서 2016년 2.8GWh로 커졌고 2017년에는 4.0Gwh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전력용이 2015년 584MWh에서 2016년 1317MWh로 성장을 주도했으며 북미는 130MWh에서 560MWh로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 역시 발전기업들이 ESS 설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전력용 ESS 수요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납축전지를 ESS에 투입했으나 LiB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수명이 2배 가까이 늘어남으로써 투입을 확대하고 있다.
발전기업들은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저장한 후 높은 시간대에 방전함으로써 전력 수급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ESS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투입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 발전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코스트가 낮아져 설치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북미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진 곳을 중심으로 전력망의 불안정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ESS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 삼성SDI는 내수시장이 가정·상업용 중심으로 형성돼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북미·유럽을 대상으로 대규모 전력용 ESS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가정·상업용은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2차전지 부문 수장도 물러나고…
LG화학은 2017년 ESS 수출을 통해 영업실적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주력사업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11월30일 전지사업본부장인 이웅범 사장을 보직 해임하고 김종현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이웅범 사장은 2016년 LG이노텍 대표이사에서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후 2년만에 2차전지 사업 수장에서 해임됐다.
배터리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투자를 지속했으나 영업실적 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전지 부문을 부사장급 조직으로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웅범 사장이 해임된 이유가 영업실적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과 함께 2차전지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며 투자를 확대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매출, 영업이익 등에서 롯데케미칼에게 추월당했다.
LG화학 내부에서는 2차전지에 투자하며 석유화학 투자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차전지 부문은 2015년 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이웅범 사장이 취임한 2016년에는 493억원의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6년 1/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2017년에는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조치로 중국공장의 가동률이 10% 수준까지 하락했으며 비철금속 등 원료가격 폭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재가 겹쳤다.
ESS용을 적극 공급하며 흑자로 전환했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차전지 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석유화학 사업부 직원에 비해 영업실적 부진으로 연봉도 적어 퇴직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2차전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퇴직률이 높은 상태에서 중국기업들이 2차전지 관련 직원들을 스카우트하는데 혈안이 돼 기술 유출도 우려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2차전지 부문은 ESS만으로는 성장세를 나타내기 어렵고, EV 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하지만, 중국에 이어 유럽 자동차기업 수주가 지지부진해 석유화학 사업을 대체할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이 2017년 2차전지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했으나 글로벌 경쟁력과 2차전지 시장 재편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이 선행되지 않으면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차세대 전지분야에서 후발기업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반면, 기술력은 경쟁상대인 일본 등에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LG화학은 중국에 EV용 배터리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원료 코스트가 상승하고 있다”며 “EV용 배터리 사업이 언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LG·삼성, ESS용 공급으로 위기 모면했으나…
LG화학과 삼성SDI는 2차전지 사업을 EV용에서 ESS용으로 선회하면서 성장했다.
글로벌 LiB계 ESS 시장은 LG화학과 삼성SDI의 점유율이 40% 수준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년간 미국, 유럽의 전력기업들과 ESS 프로젝트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가격에 비해 품질 안정성을 요구하는 글로벌 전력 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이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LiB 매출이 2016년 EV용 1조2000억원, ESS용 2700억원에서 2017년에는 EV용 1조5000억-2조원, ESS용 5000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SDI는 2016년 4/4분기에 미국 Aliso Canyon 프로젝트를 수주함에 따라 2017년 흑자 전환했고 매출은 2017년 2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대규모 수주와 수출을 통해 매출이 발생했으며 국내시장에서 발생한 영업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ESS 시장이 성장 초기단계이고 ESS 관련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ESS 시장은 2017년 태양광 연계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도입과 공공기관 설치 의무화 제도를 통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배터리 수급 차질과 정부기관의 예산 문제로 지지부진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태양광 발전기업들이 생산한 전력을 바로 판매하지 않고 ESS에 저장해 판매하면 REC에 5배의 가중치를 부여하기로 결정해 군소 발전기업들이 ESS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배터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특히, LG화학은 수급타이트를 이유로 2017년 ESS용을 내수시장에 공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기업들은 삼성SDI도 수급이 타이트한 상태에서 일부만 공급했다며, LiB 시장이 아직 공급이 부족할 수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LG화학이 의도적으로 수급을 조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은 뒤늦게 일부 수출물량을 내수용으로 공급했으나 국내 수급타이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말 ESS 보급에 나섰으나 중소기업들의 불만을 무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LG화학은 2017년 12월14일 한전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중소기업의 ESS 보급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업무 협약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ESS 보급 및 확산 정책을 선도하고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으로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도 미완성 “지지부진”
LG화학과 삼성SDI는 정부 지원에 의존해 국내 ESS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말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2017년부터 국내에서 건축허가를 받는 건물에 ESS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계약전력이 1000kW 이상인 공공기관은 2020년까지 계약전력의 5% 이상에 해당하는 ESS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ESS 설치대상 공공기관 49곳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 2곳만 설치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ESS 공공기관 의무화는 계약전력이 1만kW 이상인 49곳을 2017년 말까지 완료하고, 5000-1만kW인 100곳은 2018년 말까지, 2000-5000kW인 200곳은 2019년 말, 1000-2000kW인 1000곳은 2020년까지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한국전기연구원, 강원랜드 등 9곳은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립암센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17곳은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곳은 계약전력 대비 피크전력이 30% 미만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의무설치를 면제 받았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ESS 설치가 부담으로 작용해 2017년까지 마무리하기 힘들다”며 “예산 부족에 이어 ESS 설치비용이 급격히 상승해 보류한 곳이 많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료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활성화 정책 부재로 일부가 지원만 받고 철수함으로써 신규 에너지 지원정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00년 이후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을 명목으로 국내 1세대 연료전지 생산기업인 GS칼텍스에게 약 66억원, 삼성SDI에게 약 135억원, 포스코에너지에게 약 186억원 등 387억원을 출자했으나 생산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하고 있다.
GS칼텍스와 삼성SDI는 적자생산을 견디지 못하고 연료전지 기술과 특허권을 전량 매각했고 포스코에너지는 글로벌 재무투자자를 통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절실하다!
LG화학과 삼성SDI가 ESS 사업으로 전환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후발기업들이 대거 진입함에 따라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슬라(Tesla)는 2017년 하반기에 중·대형 EV 「Model 3」 출시에 맞추어 배터리 생산능력 35GWh에 달하는 기가팩토리를 완공했다.
경쟁기업 대비 압도적인 생산능력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함으로서 생산성 개선, 코스트 절감, 배터리 성능 개선 등을 통해 2020년까지 배터리팩 제조코스트를 kWh당 100달러 수준으로 50-100달러 낮출 계획이다.
LiB 제조코스트는 2016년 팩 기준 KWh당 273달러로 2015년 540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 떨어졌다.
생산능력 35GWh 가운데 5GWh를 ESS에 할당할 예정이며 2018년부터 상업 및 가정용 ESS를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기업들은 테슬라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들도 ESS용 배터리 생산을 확대해 제조코스트가 하락함에 따라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ESS용 배터리는 제조코스트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판매가격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며 “규모화 생산체계를 구현하지 않으면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밝혔다.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팩 가격은 가정용이 2015년 kWh당 450달러, 2016년 380달러, 2017년 330달러로, 전력용은 2015년 370달러, 2016년 320달러, 2017년 27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테슬라에 이어 BMW, 다임러(Daimler), 닛산(Nissan) 등 전통 자동차기업들도 ESS 사업에 관심이 높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V용 폐 배터리는 ESS 용으로 재활용
EV 중고·폐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ESS 사업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V는 보급속도가 빨라지면서 재생 배터리에 대한 경제적 활용 방안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독일 재생에너지협회(BEE), 미국 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등은 7-15년 사용한 중고 EV 배터리를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으로 재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량이 저하된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감소하는 등 EV용으로는 채용이 어렵지만 ESS 등에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ESS용 배터리는 혹독한 사용조건을 가정한 EV에 비해 온화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어 10년 이상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닛산은 가정용 ESS 「xStorage」를 2016년 말부터 유럽에 출시했으며 재활용 배터리를 사용한 모델을 포함시켜 테슬라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임러는 배터리 자회사 Accumotive를 통해 「Mercedes Benz Energy America」를 설립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해 가정용 ESS를 출시했고, BMW는 2016년 구형 「BMW i3」로부터 회수한 배터리를 적용한 ESS 솔루션을 발표했다.
ESS 솔루션은 22kWh와 33kWh 등 2가지로 출시되며 최대 24시간 가전제품 등 생활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과 관련된 인프라 구축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대부분 기획·준비단계로 구체적인 사업성 확인이나 실질 효력 발생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까지 「xEV 폐배터리를 이용한 ESS(500kWh급)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을 추진해 총 60억원의 사업비 지원과 배터리 잔존가치를 등급별로 산정함으로써 합리적인 거래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폐배터리 재활용센터를 포함한 13만평방미터의 「EV 타운」 조성계획을 구상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 급상승에 따른 경제성 확보 여부 및 대규모 재원 소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허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