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인천정유)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와 한화케미칼 등이 3번째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0월12일 현대오일뱅크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한화케미칼, 한화개발, 동일석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전부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현대오일뱅크 측이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한 내용 중 상당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배상액을 10억원으로 제한한 2심 판결이 위법이라는 취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김승연 회장 등으로부터 한화에너지 주식 946만주를 사들여 합병했다.
주식 양수도 계약에는 한화에너지가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계약 이후 뒤늦게 발견돼 현대오일뱅크에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한다는 진술·보증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인수합병 이후 한화에너지는 1998-2000년 현대오일뱅크와 SK, LG칼텍스정유, S-Oil과 함께 군납유류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고 2000년 475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후 국가는 2001년 한화에너지 등의 군납유류 입찰담합으로 손해를 보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한화에너지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2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담합행위와 관련해 각종 소송을 치르며 변호사 비용과 벌금 등을 지출한 현대오일뱅크는 진술보증조항을 근거로 322억여원을 물어내라며 2002년 김승연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공정위를 상대로 한 과징금 취소소송과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출한 변호사 비용과 벌금 2억원 등 8억273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에너지의 군납유류 담합 사실을 인수합병 이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문제 삼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뒤늦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양측이 계약체결 당시 진술보증 내용을 위반한 사실을 알았는 지와 관계없이 손해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다시 열린 2심은 약정상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도 배상해야 하지만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며 배상액을 10억원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10월12일 대법원은 회사의 주식가치 감소분 등 우발채무나 자산감소 전부가 손해에 해당한다며 다시 2심을 열어 배상액을 산정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