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들이 탈석유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들은 미국 셰일(Shale) 혁명이 본격화된 2014년 중반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경제 및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사우디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일 때 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유 수익 감소로 2015년 재정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15% 수준에 달하는 등 적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출 억제, 보조금 감축 등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경제성장률은 최악의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2018년 이후 GDP 성장률이 모두 2%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장기간 축적한 풍부한 재정능력을 바탕으로 급격한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재무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경제 다각화 및 탈석유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산업구조 다각화
국제유가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자원가격이 상승하면서 배럴당 120달러 이상에 달했으나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영향으로 2009년 12월 33달러대로 폭락했다.
2009년 이후 100달러 안팎으로 강세를 유지했으나 2011년 무렵부터 미국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따른 원유 수출수요 감소로 공급과잉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2014년 여름 이후 폭락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침체,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 등으로 공급과잉이 심화됨에 따라 2016년 2월 3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후 러시아와 OPEC이 감산에 합의하고 글로벌 경제가 서서히 회복됨과 동시에 공급과잉이 개선돼 50달러대를 회복했고 수요 호조에 감산체제 강화에 따라 2018년에는 70-80달러 사이에서 등락한 후 50-60달러로 하락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고유가 시대가 막을 내림에 따라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 의존형인 경제에서 벗어나고 자원 유효이용을 확대함과 동시에 인구 증가에 대응해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비석유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는 Saudi Vision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석유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관광, 제조, 물류 등으로 경제를 다각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오만은 Oman Vision 2030을 통해 경제 및 금융 안정화, 민간부문 확대, 경제 국제화 및 다양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카타르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진사회를 목표로 경제, 사회, 인재, 환경 개발을 유지하면서 근대화를 실현하는 Qatar National Vision 2030, 쿠웨이트는 인프라 및 비즈니스 환경 정비, 국영기업 민영화, 비석유 수입 확대를 비롯한 경제 발전 및 민주적 시스템 강화를 목표로 하는 Kuwait Vision 2035, 바레인은 지속가능성, 경쟁력, 공평성에 따라 민간 주도 경제 실현을 목표로 The Bahrain Economic Vision 2030을 실행하고 있다.
UAE(아랍에미레이트)는 The UAE Vision 2021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수송, 교육, 건강, 기술, 수자원, 우주산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세불안에도 소비 증가세 지속
중동은 재정난 뿐만 아니라 국가간 대립에 따른 안전보장도 불안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이 문제시되고 있다.
중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질서 형성을 주도했으나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역할이 불분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이집트, UAE,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과 이란, 이라크, 시리아로 분리돼 대립이 심각해짐에 따라 안전보장 환경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이란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중동지역의 안전보장 환경에 더욱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이 경제제재를 재개한 이란,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 협정에서 탈퇴함에 따라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석유화학제품까지 파장이 미칠지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중동은 재정악화 및 정세불안 등 우려되는 요인이 산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연평균 2-3% 늘어 2020년 5억7000만명을 돌파함에 따라 사우디, 이란, 터키, 이집트를 중심으로 소비 및 인프라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저유가를 경제 발전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고 탈석유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석유산업은 업스트림인 원유개발 및 석유정제부터 다운스트림인 석유화학산업까지 광범위하게 확대할 방침아래 해외기술 및 자금 도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유가, OPEC 감산에 미국 증산으로…
세계 석유화학산업은 에틸렌(Ethylene)의 원료인 나프타(Naphtha) 가격이 국제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특히 산유국인 중동은 국제유가가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원유 시장은 2017년 OPEC을 비롯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과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줄다리기를 지속했다.
OPEC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2016년 11월30일 총회를 열어 사우디 주도로 2017년 상반기 일일 원유 생산량을 3250만배럴로 감축하기로 결정했으며 12월에는 러시아 등 일부 OPEC 비회원국까지 55만8000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2017년 2월 WTI(서부텍사스 경질유) 기준 50-55달러로 상승했으나 3월 미국이 원유 생산을 확대하면서 재고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 다시 40달러 안팎으로 하락했다.
10월 이후에는 OPEC 감산 연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50달러를 돌파했으며 2018년에는 1월 64달러를 시작으로 상승세를 계속해 10월 중순까지 70-80달러에서 등락했다.
OPEC,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2017년 11월30일 감산기간을 2018년 12월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으며 2017년 말 발생한 북해유전 소재 Forties 파이프라인의 균열에 따른 공급불안, 미국 재고 감소, 이란 정세불안을 포함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라 글로벌 원유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확대했으나 별 영향이 없었다.
미국 에너지국은 원유 생산량이 2017년 일일 평균 920만배럴에서 2018년 100만배럴 이상으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셰일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용이해짐으로써 2020년대 중반까지 증산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에틸렌, 석탄 및 에탄 베이스 생산 급증
최근에는 국제유가 뿐만 아니라 석탄 및 에탄(Ethane) 베이스 에틸렌 생산이 석유화학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석탄을 원료로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CTO(Coal to Olefin) 프로젝트를, 미국은 셰일가스 베이스 에탄을 원료로 투입하는 ECC(Ethane Cracking Center)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원료인 나프타 이외 원료를 사용하는 에틸렌 생산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동 역시 코스트 경쟁력이 뛰어난 에탄을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는 2015년 에탄 공급가격을 100만BTU당 0.75달러에서 1.75달러로 대폭 인상해 에틸렌 코스트가 톤당 24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으나 미국산 셰일가스 베이스 에틸렌에 비해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2020-2021년을 목표로 가격체계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업스트림 개발에 따라 새롭게 공급되는 에탄은 공급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학기업들은 미국산 에탄 등으로 공급원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은 에탄 공급량이 기존 에틸렌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고, 사우디는 에틸렌 공급을 개별 프로젝트에 정책적으로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탄 공급능력 부족으로 신증설 주춤
중동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2008년 1550만톤에 불과했으나 신규 크래커가 잇따라 가동하면서 2014년 3000만톤을 돌파했으며 최근에는 약 3400만톤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우디는 약 1700만톤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나 에탄 공급능력이 부족해지면서 대규모 신증설 프로젝트가 감소하고 있어 2020년 중동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6%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중동 국가들 역시 에탄이 충분한 상황은 아니어서 에틸렌 증산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 석유화학산업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미국, 중국과 비슷한 사우디가 크게 뒷받침하고 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UAE, 바레인,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가 포함된 GCC에 중동 에틸렌 생산능력의 약 75%가 집중되고 있다.
2006년 GCC를 비롯한 석유화학 및 화학기업 등이 결성한 The Gulf Petrochemicals & Chemicals Association(GPCA)은 약 250사가 가입하고 있으며 페르시아만안 지역 화학산업 출하량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동 소재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 유도제품으로 주로 PE(Polyethylene), EG(Ethylene Glycol)를 생산했으나 최근 들어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을 서서히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는 사빅(Sabic), 아람코(Saudi Aramco)가 석유화학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기업 프로젝트, 국영기업의 해외진출 및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합의가 계속된다는 전제 아래 에틸렌 프로젝트가 진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천연가스 개발 계획, 인프라 정비 상황에 따라 가동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재개함으로써 2018년 11월부터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어 재정적 압박이 심화되고 석유화학 신증설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유도제품 공급과잉 2000만톤 상회
ECC가 주류인 중동은 NCC(Naphtha Cracking Center)가 많은 아시아와 달리 주로 에틸렌 유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NCC는 에틸렌 뿐만 아니라 프로필렌(Propylene), C4 및 C5 유분, 분해가솔린(Cracked Gasoline) 등도 생산하기 때문에 원료 투입량에 대한 에틸렌 수율이 30%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ECC는 일반적으로 에틸렌 수율이 80% 이상에 달하며 프로판(Propane) 및 부탄(Butane) 혼합가스도 원료로 사용해 생산 밸런스가 제각각 상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동은 2015년 올레핀 생산량이 에틸렌 2652만톤, 프로필렌 843만톤으로 격차가 컸으며 아시아의 에틸렌 생산량 5083만톤, 프로필렌 4864만톤과 대조적인 양상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에틸렌 유도제품은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EG는 생산량이 2008년 429만톤에서 2018년 828만톤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에틸렌 유도제품은 2015년 수요가 940만톤에 불과했으나 생산량이 2680만톤으로 약 3배 많아 과잉물량이 1740만톤에 달했다.
프로필렌 유도제품은 수요 520만톤에 생산은 1.5배인 810만톤으로 과잉물량이 290만톤을 나타냈으나 에틸렌 유도제품의 15% 수준에 그쳤다.
다만, 2021년에는 에틸렌 유도제품 생산량이 3260만톤으로 2015년에 비해 21.6%, 수요가 1150만톤으로 22.3% 증가함으로써 공급과잉이 개선되나 프로필렌 유도제품은 생산량이 1080만톤으로 33.3%, 수요가 680만톤으로 30.8% 늘어 과잉물량이 400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에틸렌 유도제품은 상대적인 공급과잉이 축소되는 반면 프로필렌 유도제품은 심화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고부가화에 다운스트림 다양화로 돌파
중동은 폴리올레핀 과잉물량을 압도적 코스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에틸렌 유도제품은 EG 및 PE 수출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EG를 757만톤 수입한 가운데 사우디산이 347만톤, 이란산이 33만톤을 차지했다.
2016년에는 중국 수요 신장에 따른 생산 증가로 수입량이 감소했으나 2017년에는 1-8월 기준 수입량이 577만톤으로 전년동기대비 20% 늘어 사우디산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PE는 공급부족으로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PE 수입량은 총 994만톤으로 이란산 188만톤, 사우디산 172만톤, UAE산 120만톤, 카타르산 52만톤 등 중동산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중동은 급격한 인구 증가 및 산업육성 정책에 따라 PE 가공제품 및 공업용 고부가가치 유도제품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탄 베이스 에틸렌 유도제품은 뛰어난 코스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수출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최대의 수출지역이라는 입지가 변화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동 석유화학기업들은 국제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경쟁력이 높은 에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컴플렉스 건설을 추진하는 등 탈석유를 목표로 석유 밸류체인을 구축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관련 제조업을 육성하는 등 산업 다각화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에틸렌 유도제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학제품이 뛰어난 코스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는 중동산과 더불어 중국산 석탄 베이스 및 북미산 셰일 베이스 화학제품의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수급 밸런스가 붕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표, 그래프: <미국과 사우디의 에틸렌 제조코스트 비교, 중동의 석유화학제품 생산·수요동향, 중동의 에틸렌·프로필렌 유도제품 수급밸런스 변화, 중동의 프로필렌 수급 변화, 중동의 에틸렌 수급 변화, NCC와 ECC의 기초유분 생산비중 비교, 중동의 폴리올레핀 수급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