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석유시설 및 유전이 상당한 타격을 입으면서 국제유가를 비롯해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핵심 원료인 나프타 현물가격이 톤당 530달러 수준으로 60달러 폭등함으로써 석유화학제품 가격도 급등 또는 폭등할 수밖에 없었으나 악화될대로 악화된 수익성이 단번에 개선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70달러 턱밑까지 폭등한 후 다시 하락해 64달러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급락 또는 폭락세로 전환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권가에서는 마치 석유화학제품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라도 한 양 호들갑을 떨기에 여념이 없다. 국제유가 및 나프타 가격이 폭등함으로써 원료코스트가 크게 오른 것은 무시하고 단순히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으니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거짓 정보를 흘림으로써 선량한 투자가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혹세무민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이다.
국내 MEG 생산기업들이 사우디 석유시설 및 유전 테러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NH투자증권은 아람코의 원유 생산설비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원유에서 정제설비, 석유화학으로 이어지는 공급 체인의 생산 차질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아람코의 원유 생산 차질이 일일 약 570만배럴로 글로벌 생산량의 5.7%에 달함으로써 사우디 정유공장과 석유화학 생산설비도 원료 공급을 순차적으로 축소하며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MEG는 사우디 생산능력이 650만톤으로 글로벌 3660만톤의 17.7%를 차지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테러지역 인근의 쥬베일 생산능력이 450만톤에 달함으로써 MEG 현물가격이 2일 동안 톤당 564달러에서 642달러로 78달러 폭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내 MEG 생산기업들이 스프레드 확대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거들었다. 국내 MEG 생산능력은 롯데케미칼이 113만톤으로 최대이고 대한유화, LG화학, 한화토탈은 20만톤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롯데케미칼 주식을 사라고 권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MEG는 폴리에스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생산할수록 손해가 쌓이는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00달러대 중반으로 폭등한 후에도 적자가 줄어들었을 뿐 마이너스 스프레드를 면치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적자에서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순히 폭등한 사실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원료코스트가 어떻게 변하고 마진은 어느 수준으로 개선되었는지 분석해 제시함으로써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행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흐름을 잘 알고 있는 기관 투자자들은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를 채고 있겠지만 개미 투자자들은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개미의 등골을 뽑아먹는 악덕 브로커로 비난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미찬가지이다.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급등 또는 폭등했다고 하나 나프타 폭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가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수요증가율이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해 국제유가 폭등이 결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국제유가 폭등에도 에탄이나 나프타 현물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석유화학은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고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