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기업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 국제유가 폭락까지 겹쳐 1분기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2019년부터 이어진 정제마진 하락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사우디-러시아 간 오일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폭락까지 겹치면서 위기 상황에 봉착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신 성장동력으로 본격 육성해온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사업도 코로나19 타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적자가 최대 4000억원, 에쓰오일도 3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는 물론 국제유가 폭락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Naphtha) 가격 하락에 따른 일부 수혜가 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돼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1분기 영업이익이 182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은 ESS(Energy Storage System) 사고 관련 충당금 약 3000억원을 반영돼 2019년 4분기 영업적자 275억원을 기록했으며 일회성 충당금을 제외한 영업이익 2757억원을 기준으로 2020년 1분기에 9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영업이익이 1313억원으로 약 55.0% 격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3월4일 발생한 대산 NCC(Naphtha Cracking Center) 폭발사고까지 겹치면서 전망치를 더욱 하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기대를 모은 EV 배터리 및 부품 사업도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대수가 감소하면서 수주 악화 우려가 커지고 공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2월 자동차 판매대수가 31만대로 전년동월대비 79.1%나 감소했으며 연초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중심이었던 코로나19가 최근 팬데믹으로 확대하면서 유럽,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도 자동차 수요 감소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EV 배터리 수주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3사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 김현수 연구원은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이 478억원으로 60.0% 격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수익성 개선 시점을 2분기로 전망했다.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국제한 조치 등의 영향으로 인력 운용에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미국·중국·폴란드, 삼성SDI는 중국·헝가리, SK이노베이션도 미국·중국·헝가리에서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헝가리가 3월12일부터 한국, 중국, 이태리, 이란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막기 시작했고 폴란드도 3월15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도 입국과 함께 14일 동안 격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해외공장은 현지인력 중심으로 정상 가동하고 있어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자동차기업이 수주 물량을 줄이는 등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