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우한(Wuhan)에서 발생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중국, 한국, 일본을 넘어 유럽, 미국, 중남미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약기업들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월2일 기준 중국 사망자가 3312명, 이태리는 1만3155명에 달했고 미국도 확진자가 21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어 백신 및 치료약품 개발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미국에서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가 치료제 임상시험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중국 및 일본기업들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4파전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길리어드, 렘데시비르 치료제 임상 속도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는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Remdesivir)를 코로나19 치료약으로 투여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확대되고 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3월26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 임상3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으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국제공동임상을 2군으로 나누어 총 1000개에 달하는 증례를 확보할 계획이다. 3월부터 증례 등록을 시작했다.
앞서 중국 의료기관과 미국 국립 위생연구소(NIH)도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나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별개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례 1000건은 중증 증례 약 400건과 중등증까지를 포함한 600건으로 진행하며 표준치료에 함께 투여하는 형태로 렘데시비르를 5일 동안 혹은 10일 동안 투여해 유효성, 안전성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중증환자는 발열과 산소포화도 개선 정도, 중등증 환자는 퇴원 환자의 비중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증례를 수집하며 3월부터 등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상3상에서 양호한 데이터를 확보해도 신약으로 당국에 승인 신청을 할지는 미지수이다.
렘데시비르를 사용한 코로나19 임상시험은 중국과 미국 의료기관 주도로도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는 이르면 4월 나올 예정이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출혈열 등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했으며 코로나19 대응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볼라용 생산을 위한 비축분을 사용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SK바이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돌입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의 후보물질을 개발해 본격적인 동물 효력시험 단계에 돌입했다고 3월23일 발표했다.
동물실험에서 효력이 확인되면 곧바로 비임상시험에 돌입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비임상 완료 후 빠르면 9월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항원(인체에 투여해 면역력을 위한 항체를 형성하게 하는 물질)을 여러 형태의 단백질 배양과 정제 플랫폼을 거쳐 백신 후보물질로 확보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다른 세포에 넣어 인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할 항원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확보한 백신 후보물질은 서브유닛(바이러스의 일부를 포함한 항원) 형태로 다른 백신에 비해 높은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우선 일반 쥐로 만든 항원이 생체 내에서 면역물질인 항체를 만드는지 알아보는 동물 효력 시험을 진행했다.
백신의 효능을 확인하려면 먼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쥐를 개발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쥐는 호흡기 세포가 인체와 달라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존에 보유한 합성항원 제작 기술과 메르스 백신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일 플랫폼으로 자궁경부암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해 현재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고 2017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S 단백질 면역원 조성물 및 제작방법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안동 백신공장 L HOUSE도 가동하고 있어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바로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신설된 백신 전문기업으로 국내 최초로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와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세계 2번째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그리고 국내에서 2번째로 개발한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등을 자체 개발한 바 있다.
강스템바이오텍, 줄기세포 치료제 사용승인 신청
줄기세포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대표 강경선)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퓨어스템 RA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고 3월20일 발표했다.
긴급치료 목적 사용승인으로 코로나19 감염 환자 중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대상이다.
퓨어스템 RA주는 강스템바이오텍이 개발하고 있는 류마티스관절염 동종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2014-2015년 단회 정맥투여로 진행된 임상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고, 2018년에는 4주 간격으로 3회 정맥투여를 통해
안전성 및 내약품성을 추가 평가했다. 2019년 5월부터 임상2a상(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을 진행하고 있다.
퓨어스템 RA주는 폐렴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식세포 분화와 활성을 제어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사이토카인 폭풍과 림프구감소증 등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앞으로 면역력을 강화할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상업적 임상시험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줄기세포 생산기업 BHI의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중국인 우동청 박사도 코로나19에 걸린 노인 중증환자 9명에게 줄기세포를 정맥 투여한 결과 며칠만에 모두 완치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동청 박사는 “아직 더 많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데 도움이 돼 치료제로 충분히 쓰일 수 있다”며 “줄기세포 치료제는 수천명을 구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위한 임상시험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파빌라비르 안정성·유효성 입증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특효약 개발이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최근 선전(Shenzen) 제3인민병원이 주도하는 파빌라비르(Favipiravir)가 코로나19 확진자 임상치료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파빌라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를 가속화해 폐렴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보였으며 이상반응이 경미하고 내성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빌라비르 실험조 35건은 대조조(Lopinavir/Ritonavir) 45건과의 비교임상에서 바이러스 제거시간의 중간값이 4일(2.5-9일) 대 11일(8-13일)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투약 후 2일 이내의 퇴열율은 72.41% 대 26.30%, 환자 흉부 CT영상 개선율은 91.43% 대 62.22%, 반응은 11.43% 대 55.56% 등으로 파빌라비르가 활발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120명의 확진자를 실험조에 투입한 무한중남병원이 주도한 코로나19 임상치료 연구에서도 파빌라비르 치료조는 7일 임상 회복률이 80%를 넘어 대조조(Abidole)보다 현저한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파빌라비르는 알약이어서 복용하기가 간편하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파빌라비르는 일본에서 전략비축 항바이러스 제제로 지정돼 있다.
저장하이정제약(Zhejiang Hisun Pharmaceutical)은 2016년 일본 후지필름(Fuji Film)의 자회사인 도야마화학(Toyama Chemical)으로부터 파빌라비르의 중국 독점 라이선스를 받아 중국 군사의학과학원과 공동으로 개발했고, 2020년 2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품목허가를 획득해 중국에 출시했으며 중국 정부는 중요방역물자로 지정한 바 있다.
저장하이정제약은 원료의약품을 유럽·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합병증 치료제로 츄가이의 악템라 투입
중국에서는 일본 츄가이제약(Chugai Pharmaceutical)이 개발한 악템라(Actemra)도 코로나19 합병증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악템라는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IL-6)에 결합함으로써 과잉면역을 일으킬 수 있는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본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약으로 판매됐으나 중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가 3월4일 코로나19 치료 가이드라인을 갱신하고 추천 치료약으로 인정함에 따라 코로나19로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긴 중증환자에게도 사용이 가능해진 상태이다.
중증환자 가운데 증상이 심화되면서 과잉 면역반응에 다른 염증(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한 환자에게 투여하자 증상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나와 추천 치료약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로슈(Roche)가 중국에서 취급을 담당하고 있으나 수요가 증가한다면 츄가이제약이 직접 생산을 확대해 대응할 방침이다.
Teijin Pharma의 천식 치료약 오르베스코도 초기·중기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3명의 환자로부터 증상이 개선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DNA 플라스미스 활용해 백신 개발
일본에서는 유전자 치료약품을 생산하는 AnGes가 오사카(Osaka)대학, Takara Bio와 협력해 DNA 플라스미드(핵외유전자)를 활용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고 인체 감염으로 이어지는 스파이크 단백질(S단백질)을 코드로 한 백신을 접종하면 체내에 발현되는 S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해 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물시험에서 유효성을 확인한 후 인체에 대한 임상시험도 추진할 방침이며 어느 지역에서 진행할지 정하지 않았으나 이르면 6개월 안에 돌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약 제조는 플라스미드 DNA 생산설비를 보유한 Takara Bio가 담당할 예정이다.
달걀 배양 혹은 세포 배양으로 제조하는 기존 백신은 바이러스 분리에서 공급까지 6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DNA 백신은 빠르면 6-8주만에 공급이 가능하고 바이러스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 안전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코스트도 낮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nGes는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치료약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DNA 백신을 말에게 접종해 체내에서 형성된 항체를 사용함으로써 항혈청제제를 치료에 응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항독소제제 제조법을 응용해 단기간에 제조 및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혈청제제를 활용하는 치료법은 다케다제약(Takeda Pharmaceutical)도 개발하고 있다.
AnGes가 말을 이용해 제제를 만든 것과 달리 다케다제약은 완치자로부터 채취한 혈청을 사용해 치료에 응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수를 마친 영국 Shire의 강점이기도 한 혈장분획제제 사업을 활용하는 것으로, 완치자 혈장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루트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미국 조지아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최단 9개월 사이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판매하고 있는 자사제품과 개발제품 중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이용이 가능한 화합물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약은 현재 Toyama Chemical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아비간(Abigan)을 사용하는 임상시험을 일본과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다른 의약품 중에서도 유효성이 기대되는 품목이 등장하고 있다.
교린제약, 30분만에 진단 가능한 시약 개발
일본 교린제약(Kyorin Pharmaceutical)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30분만에 진단할 수 있는 시약을 개발해 주목된다.
교린제약의 모회사인 Kyorin Pharmaceutical Holdings에 따르면, 코로나19를 높은 정밀도로 검출할 수 있는 시약을 거의 완성한 상태로 파악되고 있다.
검사 원리는 기존 검사법과 동일한 PCR이지만 히터로 열을 발하는 극소유로 안에서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독자적인 기술을 조합함으로써 5-15분만에 목적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으며 검체 전처리를 포함한 검사시간을 30분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신기술은 2019년 가을 호흡기 감염증 연구 당시 투입된 바 있으며 최대 8개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전용장치도 이미 연구기관 등에 10여대를 납품했으며 재고가 충분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아직 개발에 성공했을 뿐으로 행정기관의 승인은 이루어지지 않아 당장 도입이 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국회에서 3월 도입한다는 언급이 있었으나 정밀도가 높은 검사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검체 채취와 전처리를 포함한 검사순서를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이어서 후생노동성 등과 조율하고 있는 상태이다.
검사순서 외에는 실시간 PCR과 어떻게 함께 운영할지, 또 국가기관이나 민간 의료기관 등에서 어느 정도로 신기술을 활용할지 등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02-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일본 정부의 검사 대응 수준을 감안하면 국립 감염증연구소와 지방 위생연구소, 공항 검역소부터 도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