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전기자동차(EV) 화재라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에 이어 제네럴모터스(GM), 포드(Ford), BMW의 EV에서도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며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기업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화재원인을 배터리로 특정할 수 없는 단계이지만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원인 규명과 별개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만으로도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화재 관련 조사를 시작한 GM의 볼트 EV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고, 현대자동차가 국내외 화재사고로 7만7000대 리콜을 결정한 코나 EV에도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됐다.
BMW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2만6700대에 대해 화재 위험성이 있다며 리콜을 준비하고 있으며 배터리 모듈이 문제로 추정되기 때문에 배터리를 완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포드 역시 6월 이전 판매한 쿠가 PHEV 등 2만여대 차종에서 배터리 과열로 추정되는 문제로 수건의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8월 2만7000여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한 바 있다.
포드, BMW의 리콜 모델에 탑재된 배터리는 삼성SDI 생산제품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광저우기차(GAC)의 아이온S에서도 5월과 8월에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며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Tesla)도 2019년 파나소닉(Panasonic)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S, 모델X에서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되는 문제가 발생해 리콜을 결정한 바 있다.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EV에 배터리 셀, 배터리 팩, 배터리 관리시스템, 냉각시스템 등 여러 장치와 시스템이 장착되기 때문에 최근 불거지는 안전성 논란의 원인이 배터리 제조 불량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은 국토교통부가 코나 EV 화재원인으로 배터리 셀 불량 가능성을 지목하자 즉각 “재연 실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원인이 배터리 셀 불량이라 할 수 없다”며 “국토교통부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EV 배터리를 포함해 배터리는 사용 중 과열이 태생적인 문제인 만큼 EV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기에 앞서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화재원인 규명을 둘러싸고 배터리 생산기업과 완성차기업 사이의 책임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