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해당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법의 사전적 의미이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2020년 1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높인 법으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2020년 6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산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적용유예 대상을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국회는 50인 미만으로 한정해 1월8일 의결했다. 적용유예 기간도 공포 후 4년에서 3년으로 축소했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유예 없이 공포 1년 후 즉각 적용하고 50인 미만 사업장도 공포 3년 후 적용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유예기간 동안 산재가 발생하면 원도급은 처벌받을 수 있다.
경영계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가 사업주‧법인‧기관에 위험시설 개선과 장비 구매, 종사자 건강진단·관리 등 예방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생색내기일 뿐이다.
더군다나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 수립과 이행에 관한 조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정권의 의사에 따라 의무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비교적 의무가 명확히 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조항을 준용하면 의미가 퇴색된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처벌조항도 마찬가지여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직업상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조항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부상자‧질병자에 대한 해석도 병원에 따라, 의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짙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특별법을 만들어 충돌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우려가 클 것이다.
정유기업이나 석유화학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화학기업은 모두가 처벌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학공장은 크기와 상관없이 사고가 일어나면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이 커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2020년에도 롯데케미칼 대산 크래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것을 비롯해 화학 공장‧연구소 등에서 여러 건의 재해가 발생했으며 화재사고도 잇달아 자칫하면 화학기업 CEO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이 많은 줄 알지만 일단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환경과 안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자세로 대응해서는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석유화학기업들은 정기보수에 맞춰 외부인력을 대량 투입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운전인력들의 정신적 해이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국내 재해사고도 상당부분이 근무자세의 해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 유념해야 할 것이다.
경영계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처벌에 앞서 예방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내기업들의 환경‧안전에 대한 투자와 대응자세로 볼 때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