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화학기업들이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용도를 확대하고 있다.
CFRP는 코스트가 높아 항공기용 위주로 채용됐으나 최근에는 제조원가를 낮춤으로써 전기자동차(EV)를 중심으로 스포츠용품으로 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CFRP는 2022년 글로벌 수요가 2019년에 비해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용 수요 급감은 불가피하나 자동차, 스포츠용품, 풍력발전이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도 자동차 경량화를 필수적으로 요구해 CFRP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독일 복합소재협의체인 AVK는 세계 자동차용 CFRP 시장이 2019년 5조원에서 연평균 8% 성장해 2025년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도레이, 기술서비스 강화에 항공기용 설비 전환
도레이(Toray)는 인공지능(AI), 데이터 마이닝을 활용해 최적화된 소재와 성형기술을 제안하고 있다.
탄소섬유와 매트릭스 수지로 구성된 CFRP를 설계‧가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나 수요기업이 전문인력 갖추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수요처 밀착형 개발 등 CFRP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CFRP는 경량‧고강성을 바탕으로 스포츠‧레저용품, 항공기, 경주용 자동차, 풍력발전 블레이드를 비롯한 광범위한 용도에 투입되고 있다.
도레이는 탄소섬유 및 중간소재, 성형제품까지 모두 개발하는 방식으로 니즈를 반영한 공급체제를 정비하고 있으며 컴퓨터 케이스, 의료기기 등 성형제품 분야 채용 경험을 살려 소재 제안 시스템을 확립할 방침이다.
항공기용은 세계 여행객 증가 경향, 신흥국의 소득 증가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본격적인 회복에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항공기용 설비를 다른 용도로 활용함으로써 설비투자를 억제하고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 용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가리지 않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도레이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며 자회사 졸텍(Zoltek)이 헝가리에서 증설한 5000톤 공장을 상업 가동함에 따라 라지토우(Large Tow) 생산능력을 2만5000톤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닛산, 경량화 강화에 개발체제 최적화
닛산자동차(Nissan Motor)는 자동차부품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닛산은 CFRP 베이스 자동차부품을 양산하기 위한 수지 함침 시뮬레이션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금형 설계부터 시험제작, 평가에 이르는 기간을 50%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자동차 탑재를 목표로 탄소섬유 조형성을 개선하는 등 CFRP 개발 및 제조공정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닛산은 환경행동계획 Nissan Green Program(NGP)에서 신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22년까지 2000년의 40%, 2050년까지 9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동자동차(xEV)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전기자동차의 항속거리를 연장할 뿐만 아니라 엔진, 모터를 모두 사용해 무게가 증가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HV)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V) 적용 차종을 늘리기 위해 차체 경량화를 강화하고 있다.
경량화는 스틸에서 플래스틱으로 소재를 대체하거나 박형화, 발포성형 등 가공기술 활용방안에 중점을 두었으나 기존 기술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알루미늄, CFRP 등 가벼운 소재를 특성에 맞추어 차체 및 골격에 적용하는 다중물질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스틸에 비해 알루미늄이 30%, CFRP가 50% 경량화할 수 있어 다중물질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은 경량화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프론트패널, 도어패널, 루프, 백도어 등 대형 부품에 대한 적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경량소재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에 대한 적용도 중시하고 있다.
다중물질화는 개별 국가 및 지역의 생산기능과 조달체제에 맞추어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차종에 적합한 경량화가 요구됨에 따라 생산지 및 생산계획을 고려하면서 부품설계, 재료선정, 성형가공법 등 전체 개발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는 경량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도 및 강성이 뛰어난 CFRP는 자동차부품에 적용함으로써 스틸에 비해 약 50% 경량화가 가능하나 코스트가 약 10배에 달해 원가 절감이 선결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조 프로세스 간소화, 개발기간 단축을 시도하고 있으나 대형 부품에는 본격적으로 채용되지 않고 있다. 닛산 역시 GT-R NISMO 등에 한정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통해 예측 정밀도도 향상
복합소재 시뮬레이션 기술은 정밀도에 문제가 있어 현물 재현성이 불충분함에 따라 양산 자동차에 적합한 코스트를 실현하기 어렵고, CFRP 성형 시뮬레이션은 탄소섬유가 개재하는 환경에서의 정확한 수지 유동성 예측이 정밀도 향상의 열쇠로 파악되고 있다.
시뮬레이션은 실험과 최종 충진할 때의 결과가 상이하고 미함침 부위를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닛산은 금형 내 수지 함침 거동을 모두 해명하기 위해 투명금형을 이용한 수지 유동 가시화와 금형 내 보이지 않는 부위에 실리콘오일과 온도센서를 투입해 유동성을 실험한 결과, 투명금형 실험에서는 탄소섬유 위를 흐르는 수지의 마찰저항을 계산조건으로 넣고 센서 약 20개를 이용함으로써 탄소섬유와 수지 흐름의 관계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오일을 사용한 실험에서는 오일 투입 후 온도 변화를 계측함으로써 금형 내 수지의 흐름을 파악하고 섬유 두께에 따라 함침계수 로직을 산출했다.
닛산은 실험결과를 시뮬레이션에 적용함으로써 예측 정밀도 개선에 성공했다.
금형을 완성하기까지 약 3회 반복하던 금형 수정이 불필요해져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한 후 금형제작, 성형시험, 평가를 각각 1회로 완료할 수 있어 개발기간 단축이 가능하며 개발한 시뮬레이션을 C-RTM(Compression Resin Transfer Molding) 공법에 활용함으로써 성형시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닛산이 시작한 CFRP 베이스 센터필러 레인포스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른 최적 형상의 비드를 금형에 최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성형시간을 약 80% 단축했다.
측면충돌시험을 통과하는 강도도 확인해 두꺼운 부품에 대한 효과가 실증됨에 따라 다양한 부품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닛산은 CFRP가 경량화와 동시에 부품 통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형성 향상 등 생산 프로세스 전반을 고효율화함과 동시에 이종소재 접착기술 등 CFRP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미즈노, 독자 성형법 강화로 자동차용 확대
미즈노테크닉스(Mizuno Technics)는 CFRP 분야에서 독자시장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미즈노(Mizuno) 그룹이 1970-1980년대부터 테니스 라켓 등 스포츠용품에 카본 소재를 사용하면서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산업용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방침이다.
새로 개발한 토우 프리프레그는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의 연료전지자동차(FCV) 미라이에 채용됐고 양산기술에서 높은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설계 정확도를 개선함으로써 다양한 용도에 대응할 계획이다.
미즈노테크닉스는 미즈노 그룹에서 스포츠용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CFRP는 개발부터 판매까지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다. 미즈노에서 분할돼 자회사로 설립된 2002년부터 그룹 외부 업무도 담당하고 있으며 2004년에는 휠체어를 CFRP로 제조하는데 성공했고 이어 카시오(Casio)의 손목시계인 G-Shock의 밴드 부분이나 도요타자동차 미라이의 수소탱크 보강용 토우 프리프레그 분야에서도 채용에 성공했다.
미즈노테크닉스는 내압성형 및 시트 랩핑 성형에 강점을 갖추고 있다.
모두 스포츠 분야에서 잘 알려진 방법이며, 내압성형은 금형에 안쪽부터 다가가는 방향으로 배치한 프리프레그 안에 공기를 주입해 소재를 약간 누르며 넓히면서 경화시키는 블로우 성형과 유사한 방식이며, 중공구조로 필요한 형태를 만들 수 있어 핵심 소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가벼운 라켓이나 배트를 제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트 랩핑 성형은 이트 와인딩 성형으로도 알려진 맨드릴에 프리프레그를 부착해 가열경화시키는 방식으로, 골프 샤프트와 같은 파이프 형태를 성형할 때 적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압성형은 스포츠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CFRP 성형으로는 생소한 방식이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용품은 가벼우면서 강도, 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노하우를 활용하면 CFRP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리프레그 자체 가공으로 경쟁력 향상
미즈노테크닉스는 그동안 필요한 프리프레그를 외부로부터 조달받아 사내에서 성형가공해 성형제품으로 공급했으나 도요타 미라이에는 프리프레그부터 자체 제조해 공급하고 있다.
탄소섬유(일부는 유리섬유) 토우를 조달한 후 섬유로 뽑아내면서 에폭시수지(Epoxy Resin)를 균일하게 합침시켜 제조했으며 높은 파괴강도와 피로강도를 실현하는 양산기술을 확보했다.
프리프레그로도 채용실적을 거둠으로써 앞으로 용도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FRP를 스포츠용품에 사용하면 가벼울 뿐만 아니라 진동감퇴성 등을 활용해 기록을 혁신하는 등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처럼 산업용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자파 차단성 등 가볍고 강한 것 외의 특성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프리프레그 생산을 강화하고 수지를 개선해 다른 특성을 부여하기 용이한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미즈노 그룹 내부에서 CNT(Carbon Nano Tube)를 사용해 내충격성을 향상시킨 CFRP로 골프 샤프트, 배드민턴 라켓 분야에서 채용실적을 거두었고 3축 블레이딩기를 사용하는 심리스 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까지 확립해 다양한 방법으로 부가가치 부여에 주력하고 있다.
SK케미칼, 현대 보닛에 CFRP 공급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자체 생산한 CFRP를 자동차에 적용하는 등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19년 자체 CFRP 브랜드 스카이플렉스(SKYFLEX)를 현대자동차의 유럽연합(EU) 생산모델인 i30N 프로젝트 C에 적용했다.
현대자동차 양산 모델에 탄소복합소재가 보닛(엔진후드) 소재로 적용된 것은 SK케미칼 스카이플렉스가 처음이다.
현대자동차의 EU 한정모델인 i30N 프로젝트 C는 철에 비해 무게는 5분의 1이지만 강도는 10배에 달하는 스카이플렉스를 보닛에 적용해 보닛 무게를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자동차 중량이 5% 줄어들면 연비는 1.5%, 동력성능은 4.5% 향상되고 가벼운 차체는 충돌에너지를 낮추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고 자동차의 가속과 조향, 제동 성능 향상에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의 지표물질인 이산화탄소 감축도 기대하고 있다.
EU는 자동차 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6년 km당 118.1g에서 2021년 95g으로 낮출 것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50g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은 2021년 EU의 환경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동차 대당 매년 45kg 이상, 5년 동안 약 230kg을 경량화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