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케어는 최근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유럽‧미국 유전자‧세포 치료 관련 시장의 변화가 극심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벤처캐피탈 투자가 줄어들면서 신약 개발 벤처기업들의 연구개발(R&D) 지연, 개발 파이프라인 축소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첨단 의약품을 개발하는 신약 벤처들의 개발 작업이 늦어지면 제약기업의 개발제품 확충 기회손실, 프로세스 개발이나 제조 위탁을 담당하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들의 성장성 둔화가 우려된다.
미국의 금리 대폭 인상에 불확실성 확대로…
미국 재생의료단체(ARM)는 2022년 상반기 글로벌 유전자‧세포 치료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가 39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7% 급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에는 백신,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벤처캐피탈들의 바이오테크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돼 2021년에는 벤처캐피탈 투자액이 총 98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과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로 상황이 급변했고 벤처캐피탈 투자가 줄어들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 신약 개발 벤처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여러 개발제품을 갖추고 있던 벤처들은 임상2상 혹은 임상3상 단계에 돌입한 개발제품에 집중하는 대신 임상 전 프로젝트는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들은 세계 신약 개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의약품 매출액은 100억달러 이상의 제약 메이저 25사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신약 연구품목 수는 벤처기업 비중이 80%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탈 투자 감축으로 자금난에 빠진 벤처기업들이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연구개발 속도를 늦출수록 시장 확대 속도가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기업들은 유망 신약후보나 기술을 보유한 벤처를 인수하거나 협업하는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으나 당분간 투자 대상으로 고려될 벤처기업 수가 감소해 사업 기회가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CDMO들도 영향이 우려된다.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세포 치료 분야는 신규 진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진출한 곳들도 기존 계획보다 생산량을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벤처캐피탈 투자 확대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이루어진 것이어서 최근의 감소 추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으나 일정수준의 투자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유전자‧세포 치료 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와 같은 신약 개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 흐름이 장기화된다면 제약기업, CDMO 모두 성장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도 바이오벤처 자금난 심각
국내에서도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57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65%는 추가 자금 조달이 없으면 2023년과 2024년 사이에 운영자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바이오벤처는 매출 없이 외부 투자금으로 수년간 연구개발에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나 자금조달 시장 위축으로 비용을 쓰기만 하면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자금난이 신약 개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자금난→신약 개발 축소→개발 성공 가능성 하락→기업가치 하락→자금 조달 어려움 가중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42.1%는 전임상 개발 잠정중단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임상은 사람 대상 임상 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약효를 파악하는 단계이다.
이에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축소(28.1%) △임상 축소(19.3%) △해외 임상의 국내 선회(7%) △인력 감축(3.5%) 등도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부도 2023년 바이오 등으로 흘러들어갈 모태펀드 예산을 3135억원으로 2022년 52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였다. 2021년 8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대한민국 펀드에서 바이오펀드를 없앤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헬스케어가 화학사업 수익성 보장
일본 화학기업들은 헬스케어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CDMO 사업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고 검사약, 의료기기, 농약 역시 수익이 개선됨으로써 관련사업 영업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곳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최근 원료‧연료 가격 폭등, 석유화학제품 시황 악화, 반도체 시장 조정국면 등 악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으나 앞으로도 경기에 쉽게 좌우되지 않는 헬스케어 분야를 통해 수익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화학‧소재 10사 가운데 5사는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헬스케어 사업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는 국제유가와 연료 가격 폭등 및 석유화학 시황 악화, 반도체‧전자소재 수요 부진 때문에 6사가 하향 조정했으나 헬스케어 사업만은 꾸준히 양호한 수익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상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 CDMO의 수익 기여도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후지필름(Fujifilm)은 덴마크 공장에서 항체 의약품 제조 수요를 확보함으로써 거의 풀가동 상태를 유지함에 따라 CDMO 사업 매출이 상반기 853억엔으로 전년동기대비 19.9% 급증했다.
가네카(Kaneka)는 벨기에 자회사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CDMO 사업을 확대했고 혈액 정화기와 카테터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헬스케어 사업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JSR도 CDMO 매출이 전체 영업실적 악화를 막는데 기여했으나 CDMO 영업이익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공장 완공 등으로 비용이 추가됨으로써 감소했다.
AGC는 바이오 의약품 CDMO를 중심으로 한 생명과학 사업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 생명과학 컴퍼니로 격상시켜 성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세키스이케미칼(Sekisui Chemical)은 의약품 CDMO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 기여했으며 검사약 역시 국내외 외래검사 수요 회복을 타고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상반기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농약도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남미와 인디아 출하량이 늘었고,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역시 판매가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쓰이케미칼은 안경렌즈 소재 등 비전케어 사업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도레이(Toray)는 2022회계연도 전체 영업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혈액 투석기는 일본 수요가 꾸준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3사만 2022년 영업이익 하향 조정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 테이진(Teijin),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3사는 2022회계연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당초 기대했던 코로나19 백신 출시가 늦어져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치료약은 북미 판매액이 예상보다 많았고 다른 중점제품들도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진은 당뇨병 치료제와 재택의료기기 렌탈 사업이 호조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주력제품인 통풍 치료제에서 후발 의약품 진입이 가속화되며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타격을 받았다.
아사히카세이는 바이오 의약품 CDMO인 미국 Bionova Scientific을 인수한 영향으로 영업이익 감소분이 발생했고 자동심장충격기(AED) 등 크리티컬 케어 사업은 반도체 부족으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짐으로써 수익이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2023년 초부터는 크리티컬 케어 사업 환경이 개선되고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화학‧소재 10사는 경기나 시황에 따른 변동 리스크가 작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헬스케어 사업을 중점 영역으로 설정하고 경영자원을 적극 투입하고 있으며, 최근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양호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중국 수요 부진이 심각하고 미국‧유럽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으나 헬스케어 사업은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