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산업용 수소 탈탄소화를 위해 원자력발전 활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이사회와 유럽의회는 최근 EU 국가의 산업용 수소를 탈탄소화하기 위해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 달성을 조건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수전해를 통해 만든 저탄소 수소의 기여분을 인정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화학 등 관련 산업계는 신재생에너지 베이스 그린수소에만 국한하지 않는 탈탄소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는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가스로 만든 후 가스에서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물을 신재생에너지 베이스 전력으로 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세계적인 탈탄소화 트렌드를 타고 차세대 에너지와 이산화탄소(CO2) 원료화에 필요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는 기존 신재생에너지 지령을 개정해 2030년 EU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를 32.0%에서 42.5%로 상향 조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앞서 유럽위원회가 40.0%로 상향할 것을 제안했고 러시아산 천연가스 탈피를 위해 목표치를 45.0%로 상향 조정한 바 있어 40.0%에서 보류하기를 요구했던 유럽이사회와 45.0%로 상향을 목표로 한 유럽의회가 서로 양보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잠정 합의에서는 산업용 수소의 그린수소 사용 목표 역시 2030년 42.0%, 2035년 60.0%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를 달성하고 화석연료 베이스 수소 소비량 비중이 2030년 23.0%, 2035년 20.0%를 넘지 않는 EU 국가는 그린수소 도입 목표를 20.0%로 설정해 원자력발전 베이스 저탄소 수소를 탈탄소화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위원회 원안은 원자력발전 베이스 저탄소 수소와 화석연료 베이스 수소를 구별하지 않고 2030년까지 그린수소 이용률을 50.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원자력발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프랑스 등이 저탄소 수소까지 포함시킬 것을 요구해왔다.
반대로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유럽위원회 원안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반발해 EU 국가 간 대립이 확대된 바 있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원자력발전 베이스 저탄소 수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유럽 수소 이용을 추진하는 민간단체 Hydrogen Europe은 유럽이사회 및 유럽의회 잠정 합의에 대해 원자력발전 베이스 수소 정책을 위해 국가별로 유연성을 제공함으로써 수소 생산을 화석 베이스에서 청정 전해 베이스로 이행시키는 인센티브로 기능할 것이라고 환영하는 성명을 공개했다.
잠정 합의에 앞선 2023년 3월10일에는 유럽 화학공업연맹(Cefic), 철강연맹(EUROFEF), 비료공학회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산업계 단체들이 유럽위원회와 유럽의회, 유럽이사회에 서면으로 그린수소 도입 비중 산정 시 분모에서 저탄소 수소를 제외할 것을 제안하는 등 그린수소와 저탄소 수소의 병존을 요구한 바 있다.
새로운 재생에너지 목표는 유럽이사회와 유럽의회가 각각 정식 승인해야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