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정제-석유화학 수직계열화 … No.2 에틸렌은 축소 가능성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메이저 CAP(Chandra Asri Petrochemical)가 쉘(Shell)의 싱가폴 자산을 인수함으로써 석유정제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싱가폴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석유화학제품 공급국이며 연료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르타미나(Pertamina)와의 연계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쉘 자산 인수를 계기로 석유정제-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실현함으로써 수익 개선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자바섬(Jawa)에서 진행하고 있는 No.2 에틸렌(Ethylene)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CAP는 자회사가 80% 출자하고 글렌코어(Glencore) 자회사가 20% 출자한 합작기업을 통해 쉘의 싱가폴 자산을 2024년 말까지 인수하고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CAP가 쉘 자산 인수를 통해 화학제품 사업에서는 큰 이득을 얻지 못할 수 있으나 정제설비와의 연계에 주목해 인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석유정제능력이 부족해 휘발유, 경유 등 연료와 석유화학제품 내수 중 약 4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3년에는 싱가폴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량이 약 1300만톤으로 전체 수입량 중 25%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는 원유‧가스 수요가 2035년까지 연평균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CAP의 투자는 인도네시아 석유제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결정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싱가폴 부콤(Bukom)에 소재한 쉘 정유공장은 최초 상업가동 이후 60여년이 경과해 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화학 플랜트를 포함해 총 10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저가에 인수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또 CAP가 싱가폴 정부의 최대 우려 상황이었던 고용 유지를 약속함으로써 CAP가 싱가폴 정부로부터 탄소세 감면 조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화학제품 사업은 다소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CAP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추진하는 No.2 에틸렌 크래커 건설 프로젝트 CAP2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CAP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CAP2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쉘 자산 인수 전후로 프로젝트의 향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동남아 석유화학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백지화 혹은 에틸렌 생산능력 110만톤을 계획하고 있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 건설만이라도 철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에틸렌을 매년 90만-100만톤 수입하고 있으나 CAP2 프로젝트를 그대로 진행하면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이 자바섬에 건설하고 있는 에틸렌 100만톤급 NCC와 거의 동시에 완공됨으로써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CAP가 2026년까지 EDC(Ethylene Dichloride) 50만톤을 사업화할 계획이지만 EDC 50만톤 생산에 필요한 에틸렌은 15만톤이기 때문에 110만톤을 전부 상업화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투자 철수 및 축소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 싱가폴 상사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의 에틸렌 수급에 대해 롯데티탄 100만톤으로 충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CAP2 프로젝트가 백지화되면 CAP2 생산제품 거래를 조건으로 CAP에 증자 및 출자한 타이 SCG(Siam Cement Group)와 PTT그룹 타이오일(Thai Oil)의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에 투자 재검토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부상하고 있다.
CAP는 쉘 자산 인수를 통해 쉘이 기존 수요기업들과 체결한 공급계약을 모두 인수하게 됐고 올레핀 포함 화학제품의 파이프라인 공급률이 최대 8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초반에는 융통에 한계가 있더라도 기초화학제품을 싱가폴에서 수입한 후 유도제품 플랜트를 건설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