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산업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폐지를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월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그린 뉴딜(친환경 산업정책)을 종식하고 전기자동차(EV) 의무화를 철회한다”며 “자동차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자동차 의무화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
전기자동차 의무화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금지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자동차 제조업 분야의 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기자동차 의무화 정책의 정확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아 폐기 내용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 방향에 기반해 유추해볼 때 2030년까지 전체 신규 자동차차 판매대수의 50%를 친환경 자동차(CV)로 채우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판단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는 전기자동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연료전지자동차(FCV)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전기자동차 의무화가 철회되면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자동차 확산 속도가 둔화할 수 있으며 내연기관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의 시장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자동차 의무화 철회를 언급함에 따라 IRA 폐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구매자에게 제공되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와 배터리 생산기업이 받는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존속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알려졌다.
AMPC는 투자기업에 대해 kWh당 배터리셀은 35달러, 모듈은 10달러를 환급하는 제도로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분기마다 최대 수천억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IRA 폐기를 위해서는 상·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IRA를 바로 폐기하기보다는 행정명령 등을 통해 IRA에 따른 혜택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번째 단계로 행정명령을 통해 “개인, 민간기업, 정부 단체의 전기자동차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 폐지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등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보조금을 줄일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FEOC 규제 강화는 중국과 합작법인을 운영하는 한국기업에게 리스크로 작용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전기자동차 의무화 폐기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자동차산업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선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다만, IRA 폐기를 선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 국내 2차전지 관련기업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하락 폭은 에코프로비엠 8.33%, 에코프로 5.56%, LG화학 4.95%, LG에너지솔루션 4.45%, 삼성SDI 3.90%, SK이노베이션 3.71% 순이었다. (윤우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