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산업계가 트럼프 폭풍에 벌벌 떨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뛸지 모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17일 취임한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25%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캐나다․멕시코에 비상이 걸렸고 양국 정상이 무릎을 꿇고 나서야 해결에 다가설 수 있었다. 콜롬비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국에는 관세 60%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기껏 10%에 그쳤다. 글로벌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그리 만만하게 당하고 있지 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꼬리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기이한 행동은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받아들이겠다던가, 북극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양도받겠다는 등 동맹 무시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 침공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예측 불가능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마디로 예측이 어렵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대응도 어려운 그리고 무서운 폭탄을 숨기지 않는 난폭한 오뚜기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지한 신증설과 중국의 대대적 투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니 화학산업 전체가 벌벌 떨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 추가 부과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동차, 의약품에도 25% 이상을 추가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의약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전혀 아니었다.
만약, 한국산이나 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추가 부과하게 되면 국내 석유화학기업은 물론 페인트, 접착제, 섬유 등 화학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 확실하다. 자동차 수출이 크게 줄어들면 관련 화학소재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로 최대 수입국인 미국 문이 닫히면 갈 곳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사태가 우려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은 물론이고 제약기업들도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대폭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완제품이 아닌 원료의약품이 주력이라는 측면에서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석유화학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음을 놀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도 에틸렌, PVC에 이어 PE 수출을 적극화하고 있어 관세 카드를 들이밀지는 않겠지만 중국 수출이 막힘에 따라 미국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화학제품은 어느 나라나 수입 관세율이 높지 않아 상호관세 카드를 들이밀 대상도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기업에 대한 감세 혜택으로 인한 재정 차질을 메꾸기 위해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 석유․화학제품에도 추가 관세 부과를 압박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뚜렷한 대응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유기업들은 알래스카산 LNG 수입 확대로 트럼프를 달랠 수 있지만, 석유화학은 미국산 에탄 수입에 한계가 있다. 나프타 베이스가 주류이고 에탄 베이스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프타 베이스를 에탄 베이스로 전환하면 답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단기간에 실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아니어서 문제이다. 장기적으로 고려할 수는 있으나 역시 쉽지는 않다. 투자비도 문제려니와 프로세스, 원료 수급, 수입 코스트 등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석유화학은 트럼프에 맞서면서도 타격을 받지 않을 비장의 카드 발굴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