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지아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말레이지아 중앙은행(BNM)에 따르면, 말레이지아는 2024년 3분기, 4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전년동기대비 5.4%,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남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베트남(7.4%, 7.6%)에는 못 미치지만 필리핀과 함께 소폭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전기·전자제품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 설비투자 확대에 힘입어 화학소재·화학제품 수요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제조업 호황 타고 화학제품 수요 증가
말레이지아는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2024년 3분기 개인 소비가 4.8% 증가한 가운데 자동차, 전기·전자제품 등이 호조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말레이지아 자동차협회(MAA)에 따르면, 2024년 신규 자동차 판매대수는 81만6474대로 사상 최초로 80만대를 돌파했다.
말레이지아 자동차기업 1위인 페로두아(Perodua) 역시 판매가 증가했다. 페로두아는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지아 수상이 육성하고 중국 지리(Geely)
가 출자한 프로톤(Proton)과 함께 말레이지아의 국민 자동차기업으로 평가되며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말레이지아는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2024년 8-9월 조사한 일본기업의 경기동향지수도 12.1포인트로 2023년 8-9월 마이너스 0.6포인트 대비 10포인트 이상 회복하는 등 체감경기가 양호했다.
제조업은 전기·전자제품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지아 투자개발청(MIDA)이 발표한 2024년 1-9월 제조업에 대한 투자 인가액은 888억링깃(약 29조4000억원)으로 75%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차지했다.
특히, 전기전자제품 분야가 470억링깃으로 52.9%를 차지해 과반을 넘겼다.
타이완 Siliconware Precision이 60억링깃을 들여 집적회로(IC) 조립·테스트 사업장을 완공했고, 전자기기 위탁생산기업(EMS)인 미국 플렉서스(Plexus)는 페낭(Penang)에 No.6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자동차용 LED(Light Emitting Diode) 메이저 Dominant Opto Technologies도 투자를 결정했다.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미국-중국 무역 갈등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을 이관하는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플래스틱을 중심으로 말레이지아에서 화학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산업,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회복 지연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지아 수상은 2023년부터 10년 이내에 글로벌 GDP 30위 진입을 목표로 선언했다.
말레이지아 정부는 2024년 종합 국가정책인 마다니 경제(Madani Economy) 정책을 발표했다. 정권에 관계없이 5년마다 국가계획을 신규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2026-2030년 13차 계획에 포함된 경제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말레이지아 화학산업은 경제 호황에도 불구하고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업스트림 부문은 동남아시아 경쟁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발 공급과잉이 화학제품 시황을 악화시키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 12월 중순 자회사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의 말레이지아 반도 남부 조호르(Joror) NCC(Naphtha Cracking Center) 2기 중 43만톤 1기 가동중단을 발표했다.
롯데티탄은 최근 2년 동안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추가적인 적자 확대를 피하기 위해 가동중단을 선택했다. 시장 환경 개선을 기다려 가동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한 편이다.
페트로나스, 화학사업 수익성 악화
말레이지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도 고전하고 있다.
페트로나스의 화학 자회사 PCG(Petronas Chemicals Group)는 2024년 3분기 PAT(세후이익)가 7억6200만링깃 적자를 기록했다. 비료·메탄올(Methanol) 부문과 플래스틱 코팅 등을 포함하는 특수화학제품 부문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해 회복 조짐을 나타냈으나 올레핀(Olefin)·유도제품부문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설비 가동률은 77%에서 92%로 회복했다. 매출은 약 21% 급증했으나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마이너스 1억3700만링깃이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Saudi Aramco)와의 합작 사업 추진이 영업적자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는 조호르 펭게랑(Pengerang)에서 석유정제·석유화학 종합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면적 상업가동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3분기에 가동 테스트 완료를 공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가동 시기로 예정된 2024년 말에도 소식이 없었다.
NCC는 가동과 가동중단을 반복하고 있으며 PE(Polyethylene)와 PP(Polypropylene)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채무 재평가에 따른 대형 환율차액도 PPC의 수익성을 압박했고 종합기지에서 석유화학 분야를 담당하는 PPC(Pengerang Petrochemical) 운영비까지 가중되면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페트로나스는 2024년 창업 50주년을 맞이했으나 화학 사업 뿐만 이나라 LNG(액화천연가스)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수화학, 글로벌 메이저와 협력 확대
다만, 페트로나스는 특수화학제품 사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PCG는 독일 PCC와 합작해 북부 트렝가누(Terengganu) 케르테(Kerteh)에 옥시알킬레이트(Oxyalkylate) 공장을 건설했다. 주로 세제, 홈케어, 퍼스널케어 용도에서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PCG는 4분기에 특수화학제품 수익선 개선에 힘입어 PAT가 5억3900만링깃으로 회복됐다.
페트로나스와 바스프(BASF)의 합작법인 BPC(Basf Petronas Chemicals)는 2024년 중부 파항(Pahang) 쿠안탄(Kuantan) 페어분트(Verbund)에서 2-EHA(2-Ethylhexanoic Acid) 생산능력을 6만톤으로 100% 확대했다.
BPC는 2-EHA를 윤활유와 오일 첨가제 중간제품 등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시황 악화로 BR(Butadiene Rubber) 생산법인인 LUSR(LOTTE UBE Synthetic Rubber)를 청산했다.
페트로나스는 탈탄소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CO2) 포집‧이용·저장(CCUS) 사업을 적극화하고 있으며 2024년 8월에는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영국 CCS 추진기업 Storegga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2023년에는 엑손모빌(Exxonmobil)과 공동개발 사업을 양해각서(MOU) 수준에서 개발 계약으로 격상시켰으며 일본 미쓰이물산(Mitsui & Co), 프랑스 토탈에너지스(Total Energies)와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일본 석유자원개발(JAPEX), JGC, K Line과도 사라왁(Sarawak) 원해 고갈 가스전 사업화에 합의했다.
반도체, 정부 주도로 후공정 투자 확대
안와르 이브라힘 수상은 반도체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말레지이아는 수출의 약 40%를 전기·전자 관련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는 태양전지, LED와 함께 3대 핵심 품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수상은 2024년 5월 반도체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는 국가 반도체 전략(NSS)을 발표했다.
후공정에서 첨단영역으로의 이행을 촉진하고 파워반도체 생산, IC 설계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며, 정부에 호응해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가 잇따라 결정됐다.
말레이지아 반도체산업은 기존에 패키징·테스트(OSAT)에 투자를 집중했으나 NSS는 기존 OSAT 사업장이 첨단 패키징 영역으로 이행하는 것을 지원하는 동시에 전기자동차(EV)용으로도 수요가 기대되는 파워반도체 공장 유치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또 말레이지아 및 해외기업의 IC 설계를 진흥하고 말레이지아의 패키징기업과 IC 설계기업을 100곳 이상으로 늘리는 등 250억링깃(약 8조28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2024년 7월에는 슬랑오르(Selangor)에 IC 설계단지 Malaysia Semiconductor IC Design Park를 가동했다. MaiStorage 등 현지기업 뿐만 아니라 프랑스·중국기업도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페낭은 2024년 12월 IC 설계기업 유치정책 Penang Silicon Design @5km+를 정식으로 개시했다. 특정 지역의 반도체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오피스와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지원 센터도 개설한다.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독일 반도체 메이저 인피니언(Infineon Technologies)은 2024년 8월 케다(Kedah)에서 200밀리미터 SiC(탄화규소) 웨이퍼 세계최대급 공장을 건설했다.
타이완, 중국 반도체 관련기업 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 IC 조립·테스트 사업을 영위하는 타이완 Siliconware Precision과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기업 Lincotec등이 공장을 건설했으며, SiC 세라믹 기판을 이용한 절연 방열회로기판을 공급하는 일본 NGK도 페낭 생산능력 확대를 발표했다. (윤우성 선임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