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이 어느 수준인지는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이다. 생산능력이 그렇고, 제조 코스트가 그러하다. 운영기술이 상당수준 올라와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어느 것 하나 유리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노기호 LG화학 사장이 5월10일 COEX에서 열린 2002 APIC(아시아 석유화학공업회의)에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21세기 비전] 기조연설을 통해 석유화학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는 사실이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다면서 M&A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계속 발전하려면 전문화·차별화 제품 생산에 더욱 주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적 경쟁체제에서 한국 석유화학업계가 현재처럼 소규모로 난립돼서는 살아남기 힘들며 구조조정을 위해 사업교환, 합병, 전략적 제휴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일 것이다. 세계 에틸렌 평균 생산능력이 1990년 45만톤에서 2000년 100만톤으로 확대된 것을 비롯해 LDPE는 1990년 20만톤에서 2000년 40만톤으로, HDPE는 18만톤에서 25만톤으로 확대됐다. 중국도 앞으로 5년 이내에 에틸렌 수요의 60% 이상을 자체 충당한다는 목표 아래 에틸렌 생산능력을 최소 900만톤으로 확장하고 Shanghai와 Nanjing 등 6곳에 각각 에틸렌 100만톤 안팎의 크래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세계 5대 에틸렌 생산기업은 평균 생산능력이 591만3000톤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1위인 여천NCC가 130만톤에 불과하고, PP는 264만톤 대 50만톤, LDPE는 246만톤 대 73만톤, HDPE는 169만톤 대 39만톤, PS는 125만톤 대 29만톤 등으로 경쟁상대가 되지 않고 있다. PVC가 201만톤 대 100만톤, ABS는 71만톤 대 50만톤으로 그나마 크게 차이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현대석유화학 인수에 LG화학과 SK가 관심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2002년 2월초 현대석유화학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호남석유화학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호남석유화학이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면 호남석유화학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170만톤을 넘어 국내 석유화학산업 주도권을 보유하게 되고, 아울러 PP 및 HDPE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할 것을 불문가지이다. LG화학이 현대석유화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면 에틸렌 생산능력 기준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LG석유화학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75만톤으로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면 에틸렌 105만톤 생산설비를 추가 확보해 총 생산능력이 180만톤에 달하게 된다. SK도 현재 에틸렌 73만톤 크래커를 가동하고 있으며 SK, SKC, SK케미칼 등의 화학계열사를 통해 기초유분에서 생명공학 등 다양한 화학분야를 영위하고 있다. SK가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면 에틸렌 생산능력 178만톤에 프로필렌 87만5000톤, 부타디엔 24만5000톤, 벤젠 63만3000톤, HDPE 41만톤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기업으로 부상하게 된다. 다만, SK는 2001년 7월 SK에버텍(SK케미칼에 흡수·합병)의 Styrene 플랜트를 한국BASF에 1억3000만달러를 받고 매각했으며, 2001년 말까지 SK의 합성수지 부문을 떼어내 대림산업, 폴리미래 등과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어 진위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중국의 에틸렌 수요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7% 이상 증가하고, 합성수지 수요가 2005년 2950만톤, 2010년 398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나 코스트 경쟁력이 없이는 중국시장을 안방처럼 차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대석유화학 인수를 둘러싼 호남. LG, SK의 페어플레이를 기대한다. 표, 그래프 | 석유화학 생산능력 비교 | <화학저널 2002/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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