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기업들이 석유사업법 개정으로 지속가능 항공유(SAF) 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AF는 옥수수·사탕수수와 같은 작물과 폐식용유 등을 이용해 제조하는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발생량이 80%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UN(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코르시아(CORSIA: Carbon Offsetting &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 규제를 통해 2027년부터 사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며 현재는 기존 항공유에 SAF를 혼합하는 비율을 순차적으로 높여나가는 방식으로 규제가 이루어져 유럽, 미국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기존 항공유에 SAF를 혼합하는 비율을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확대하고,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규정을 통해 SAF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글로벌 SAF 시장은 2021년 7억4550만달러(약 9695억원)에서 2025년 100억달러(약 13조원), 2027년 215억달러(약 27조9607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석유사업법 개정 통해 친환경 연료 개발 가속화
국내에서는 2024년 1월9일 석유 및 석유대체 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친환경 연료의 생산·사용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조성됐다.
정부는 석유사업법 개정을 통해 석유정제 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 투입을 허용했으며 바이오 연료, 재생합성 연료 등 명시적으로 규정한 친환경 연료의 원료 확보 및 개발·이용·보급 확대를 적극 지원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친환경 연료 시장 선점에 주력할 계획이다.
친환경 정제원료는 시행규칙에서 폐플래스틱 열분해유, 폐윤활유, 바이오매스 등 구체적으로 정할 예정이며 품질 확보 및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석유 이외의 원료 사용 시 보고 의무 및 행위 금지 규정을 신설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설된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친환경 정제원료 투입 시 산업부 장관에게 사용계획 및 내역을 보고해야 하며 석유제품 제조 원료로 석유 또는 친환경 정제원료가 아닌 물질은 사용이 금지된다.
석유대체연료는 친환경 여부와 관계없이 석유를 대체하는 모든 연료를 뜻했던 기존 정의에서 화석원료 베이스 석유 대체연료와 친환경 연료를 구분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사업법 개정안 시행에 맞추어 하위 법령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친환경 연료 관련 지원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전담기관(석유대체연료센터)을 설치·운영하며 관계부처와 친환경 연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마련할 방침이다.
석유사업법 개정으로 국가적 지원이 시작됨에 따라 개정안에서 명시적으로 규정된 바이오 연료, 재생합성 연료 중에서 SAF 시장이 빠르게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화학기업들은 최근 대표 수익지표인 정제마진 하락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비정유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왔으며 법·제도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바이오 원료를 사용한 대체연료 개발 및 실증 사업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석유사업법에서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기업들이 옥수수와 팜유 등을 활용한 친환경 원료를 석유 정제공정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 정유기업들이 정부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바 있다.
GS칼텍스, 국내 최초 SAF 상용화 “도전”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SAF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폐식용유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SAF를 미국 로스앤젤레스(LA)행 대한항공 화물기에 보급했으며, 대한항공은 2023년 9월5일부터 3개월 동안 총 6번의 시범운항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는 2022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 2023년 6월 바이오 항공유 실증연구 추진 계획에 맞추어 국내 최초로 SAF 실증을 추진했다.
GS칼텍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 연료 생산기업인 핀란드 네스테(Neste)의 SAF를 국내 최초로 공급하고 있으며 2023년 8월에는 국내 정유기업 최초로 바이오 연료에 대한 국제 친환경제품 인증제도 ISCC EU를 취득했다.
DL이앤씨는 미국기업과 SAF 사업 관련계약을 체결했다.
DL이앤씨는 2023년 12월 미국 석유화학‧에너지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인 KBR(Kellogg Brown & Root)과 ATJ(Alcohol to Jet: 식물 추출 에탄올을 항공유로 만드는 기술)를 활용한 지속가능 항공유 생산 사업의 타당성 조사 계약을 체결했으며, 양사는 SAF 관련기업에게 산업 전반에 걸쳐 ATJ 기술을 활용한 전방위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항공유 공장의 기본설계(FEED), EPC(설계‧조달‧시공), 시운전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KBR은 사전설계 이전 단계인 Pre-FEED를 맡아 원천기술, 촉매 선정, 유지보수에 대한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 사이노펙 주도로 생산능력 확대
중국은 국영 사이노펙(Sinopec) 주도 아래 SAF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민간항공국은 2022년 1월 14.5 민항 그린 발전계획을 통해 SAF를 화석연료 대체 후보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총 사용량을 5만톤으로 확대하는 화석연료 대체 프로젝트를 장려하고 있다.
화석연료는 민간항공 분야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SAF가 대체재로 고려되고 있으나 원료 조달, 코스트, 기술 장벽 등 과제가 남아있다.
중국 민간항공부는 2023년 7월 항공대체연료에 대한 지속가능성 니즈에 관한 의견을 모집해 초기 목표로 SAF 혼합비율을 10%로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SAF는 원료에 따라 필요한 기술이 상이하며 크게 △화석연료 △동식물 △물 △이산화탄소·수소(H2) 합성연료 베이스 등 4종으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중국 SAF 생산기업 Sinopec Zhenhai Refining & Chemical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HEPA 기술로 식용유지 베이스 SAF 생산에 성공했다.
Sinopec Zhenhai Refining & Chemical은 2020년 10만톤 건설, 2022년 중국기업 최초로 RSB(Roundtable on Sustainable Biomaterials) 인증 취득에 성공하고 에어버스(Airbus)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2023년 9월 항저우(Hangzhou) 아시안게임 PR 비행기에 SAF 연료를 공급했으며 중국남방항공(China Southern Airlines) 항공기에도 SAF를 공급하는 등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허니웰(Honeywell UOP)은 2022년 2월 Oriental Energy와 공동으로 광둥성(Guangdong) 마오밍시(Maoming)에서 100만톤 설비 건설을 시작했으며 2022년 9월 Zhejiang Jiaao Enprotech Stock과 장쑤성(Jiangsu) 롄윈강시(Lianyungang) 플랜트를 착공했다. 2023년 4월에는 Sichuan Jinshang Environmental Protection Technology와 협정을 체결하고 쑤이닝(Suining)에서 40만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SAF 전체 생산능력은 건설 예정 설비를 포함하면 32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타이, SAF 사용의무 비율 확대 추진
타이는 EU의 2025년 SAF 사용의무화를 계기로 SAF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타이에서는 정부가 자동차 전동화를 국가전략으로 추진함에 따라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용 연료를 공급해온 정유기업 및 바이오연료 생산기업들이 SAF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또 타이 에너지부가 기존에 검토해온 SAF 1% 사용 의무화 정책을 최근 2%로 확대하는 논의를 진행함에 따라 항공유 생산기업들도 사용의무화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SAF 정책 시행을 위해 에너지부, 운수부, 농업‧협동조합부 등 관계기관들의 의견 조정이 필요하고 가격 문제 해결에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타이 SAF 시장은 재생가능에너지와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EA(Energy Absolute)가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A는 일평균 생산능력 130톤 설비를 건설하고 있으며 2024년 가동할 예정이다.
Bangchak도 4분기부터 허니웰 기술을 도입한 100톤 설비를 가동할 계획이며 2022년부터 공항 급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BAFS(Bangkok Aviation Fuel Service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품질 검사 체제를 갖추어 SAF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Bangchak은 2023년 12월 일본 코스모에너지홀딩스(Cosmo Energy Holdings)에게 SAF를 10년 동안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코스모에너지 공급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물로 거래할 방침이다.
국영 석유기업 PTT는 일본 소지츠(Sojitz)와 연계해 HEFA법을 활용한 SAF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계열사 Global Green Chemicals(GGC)가 SAF 생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소매 사업을 담당하는 PTT Oil Retail Business(PTTOR)는 2023년 11월 핀란드 에너지 생산기업 네스테로부터 SAF를 조달해 Thai Airways의 시험도입 프로젝트용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팜유 대신 폐식용유‧사탕수수 활용 선회
SAF는 서플라이체인 정비 뿐만 아니라 수요 확보가 선행돼야 원활한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가 2025년부터 역내 공항을 사용하는 항공기에 SAF 2% 사용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나 다른 국가 및 지역은 의무화가 미진하고, 동남아와 일본, 인디아 주요기업 15곳으로 구성된 AAPA(Associaton of Asia Pacific Airlines)는 2030년에야 SAF 5% 사용 목표를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2030년에는 EU가 의무 사용비율을 6%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수요 대부분이 유럽용 항공기용이고 나머지는 시험도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규모의 경제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기존 연료에 수십퍼센트는 혼합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나 오염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혼합설비가 필요하고 아직 숫자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SAF 공급기업과 혼합설비, 공항이 지리적으로 멀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계획적인 혼합설비 배치도 중요해지고 있다.
또 타이는 식물 자원이 풍부하나 UN 산하 ICAO의 코르시아가 팜유 원료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산 팜유만을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SAF 원료 선택지가 폐식용유 및 사탕수수 찌꺼기 등으로 제한되면서 신규 진출이 어려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EA는 신규 사업으로 팜유 베이스 SAF를 추진했으나 항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팜유 이용을 포기하고 폐식용유 및 바이오디젤 생산과정에서 얻어지는 지방산을 원료로 대신 사용했고, 2025년 1분기 공장 가동 예정인 Bangchak도 팜유 대신 폐식용유를 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Bangchak은 2023년부터 급유 공장을 통해 폐식용유 인수를 시작했으며 2023년 말 합작 파트너인 식용유 생산기업 Thanachok Oil에서 폐식용유 사업을 담당하는 Thanachok Vegetable Oil(2012)에 대한 지분율을 확대하는 등 원료 확보를 위한 공급망 정비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타이는 글로벌 팜유 생산 3위국이기 때문에 원료에 대한 이력추적정보를 확보해 ICAO로부터 타이산 팜유 베이스 SAF의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항공유 넘어 화학제품 수요 확보 관건…
SAF는 기존 항공연료보다 3-5배 고가이기 때문에 보급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타이는 연료 뿐만 아니라 화학제품까지 식물 베이스로 대규모로 생산하는 바이오 리파이너리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Bangchak이 도입하는 허니웰의 에탄올 제트연료(Ethanol to Zet Fuel) 기술은 바이오에탄올을 탈수소화해 에틸렌(Ethylene)을 생성하고 올리고머화한 다음 수소화를 거쳐 제트연료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바이오 에틸렌을 화학제품 원료로 이용할 수 있어 주요 화학기업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다만, 화학제품에 바이오 에탄올을 적용하는 움직임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에 Bangchak은 약 80% 수율의 SAF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물질을 바이오매스 플래스틱 원료로 공급할 계획이나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 에틸렌 이용을 검토하는 곳은 기존 PE(Polyethylene) 생산기업이며 대부분 현행 PE 공정에 바이오 에틸렌을 일부 투입하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 기술에 주목하고 있을 뿐이어서 코스트와 원료를 고려할 때 바이오 에틸렌 100%화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 (윤우성 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