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EC(European Commission)가 시장점유율 및 가격 담합과 같은 불공정 거래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불공정 거래행위가 단기적으로는 부(수익)의 이동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해치는 것은 물론 경제 및 산업 발전을 왜곡시켜 결국에는 국가경제에 크나큰 해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및 EC는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기소할 수 있는 시한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행위시점이 아니라 불공정 거래행위를 인지한 시점부터 기산해 사실상 시한을 없앰으로써 시장점유율이나 가격 담합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미국 법무부나 EC가 적발한 화학제품 가격담합행위도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루어진 불공정 거래행위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불공정 거래행위가 적발되면 해당제품 매출의 2-10%를 벌금 또는 과징금 형태로 부과함으로써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불공정 거래행위로 벌어들인 수익의 수십배 또는 수백배를 납부하도록 해 해당사업을 유지할 수 없거나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도록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 EC는 최근 EU에서 Hydrogen Peroxide(H2O2) 및 유도제품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Akzo Nobel을 비롯해 Arkema, Degussa, Kemira, Solvay, FMC, MGC 등 18개 화학기업을 적발했다. 가격담합 기간은 1994년부터 2001년으로, 매출액의 2% 선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C는 화학제품 가격담합을 근절시키기로 하고 MCAA (Monochloroacetic Acid) 가격담합에 대해서는 8438만유로(1억1000만달러)를, Choline Chloride 가격담합에는 2099만유로를 부과했다. 미국 법무부도 DuPont Dow Elastomers에게 합성고무 가격담합 혐의로 84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법무부는 2004년 고무 관련제품 가격담합에 대해서도 2억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EC나 미국은 이전에도 Lysine 등 화학제품 가격담합에 대해서는 거액의 과징금 또는 벌금을 부과해 근절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국내 불공정 거래를 뿌리 뽑아야 할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들의 출자총액제한에 매달릴 뿐 본질적인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모르는 채 일관하고 있고, 더군다나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져 불공정거래를 예비한다고 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제재 없이 폭넓게 허용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공정위가 거시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력 집중이나 아주 미시적인 정책인 소비자 보호 업무에 치우쳐 정치집단의 양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재벌들을 견제하는 데는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해치는 불공정 거래 차단에는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남석유화학-LG화학 컨소시엄의 현대석유화학 인수로, 호남은 현대를 인수함으로써 MEG 시장점유율이 73%를 훨씬 넘어섬으로써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행사할 수 위치에 서 있다. 호남이 현대의 MEG 부문을 전부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해 분리인수를 조건으로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전히 국내시장의 3/4을 장악함으로써 독과점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는 상태이다. 물론 Dow Chemical, Shell, Sabic 등 수입제품이 국내시장의 50% 정도를 공급하기 때문에 호남의 실질 시장점유율이 30% 수준에 그친다고 강변할 수는 있으나 Polyester 생산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문을 닫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더군다나 Polyester 부문의 경쟁력이 되살아나지 않아 국내 MEG 수요가 대폭 줄어들고 수입제품이 일부만 유입될 때 과연 국내 MEG 시장은 어떠한 양태로 변모할 것인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만 엄연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행위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화학저널 2005/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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