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승연 회장이 처음 구속된 것은 아니지만 1993년 말 외화를 밀반출해 미국에 호화주택을 구입한 혐의로 구속됐을 때와는 다르게 <보복폭행>이라는 반사회적 범죄혐의로 구속됨으로써 국민일반의 한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1993년 구속 때는 경제사범으로 큰 이슈가 되지 않아 52일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지만, <보복폭행>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무죄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물론 한화그룹 계열사마다 독립경영으로 운영되고 있고 경영과 그룹회장 구속은 별개사안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김승연 회장이 평소 보스형으로 그룹을 운영해왔고 2007년 들어 뉴 한화를 외치며 <트라이서클>로 기업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상태에서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일부에서는 일상적인 경영에는 큰 차질이 없을지라도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M&A 추진은 당분간 보류하거나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석유화학, 상사, 건설 계열사를 중심으로 해외공장 인수, 자원개발 참여 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김승연 회장이 폭력배들이나 저지를 수 있는 보복폭행을 자행한데 그치지 않고 경호원도 모자라 3-4개 조직폭력배를 동원했으며 전기충격기와 쇠파이프 등을 사용해 직접 폭행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하찮은(?) 술집 종업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니 화가 치밀어오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지라도 재벌그룹의 회장이 직접 폭행하겠다고 마음먹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터인데 경호원에 하청기업 어께도 모자라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했으니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보복폭행>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줄곧 부인하는 우까지 범하고 말았다. 국민들이 재벌의 위상(?)을 실감하고 돈이 권력을 지배하며 법 위에 군림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그리고 실제 존재하지만 재벌들이 정말 보여주고 싶지 않은 현상을 국민 일반에게 낱낱이 공개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구속은 피할 심산으로 영장 실질심사에서는 직접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잔꾀를 부렸으니 어느 누가 그를 재벌그룹 회장이라고 인정할 수 있으며, 그러한 사람이 지배하는 한화그룹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지 헷갈리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도 26쪽에 걸친 구속영장에서 “피의자는 막강한 재력과 영향력으로 일반인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나 사회적 책임을 지기는커녕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사적인 보복을 위해 사용했다”고 지적하고 “회사 직원과 외부세력을 사병처럼 동원해 사적보복을 감행했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무력하게 함으로써 <규범에 대한 신뢰>라는 사회적 법익을 침해했으며, 도주의 우려는 없지만 말바꾸기와 말맞추기 모습을 보여 기각하면 그를 보호하려는 조직적 증거인멸이 시도되는 상황에서 폭력조직의 가담여부 등을 신속히 수사하기 어렵다”고 기술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 경영진들은 김승연 회장 구속으로 사기가 떨어진 임직원들을 안정시키면서 동요하지 말고 일상으로 돌아와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모양이다.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그룹 회장이 구속됐다고 계열사 경영에 공백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고,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경영함으로써 회사를 안정시키고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주위의 좋지 않은 시선도 피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국민일반의 시선이 호의적으로 돌아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김승연 회장이 결정해야 하겠지만 무엇인가 환골탈퇴의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한화그룹이 화학산업의 한 축으로 계속 남아있기 위해서는 반성과 함께 변신하고 있다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줄 시점이다. <화학저널 2007/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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