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세계 화학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일본 대지진, 국제유가 초강세 등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긴장을 늦추지 못했던 해로 기록됐다.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태양광 시장이 유럽경기 침체에 따라 위축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70달러대에서 40달러 아래로 폭락함에 따라 태양광에 앞다투어 투자했던 화학기업들이 쓴맛을 보아야 했고, 일본 대지진 및 Formosa의 잇단 화재로 많은 인적ㆍ물적 피해가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아시아 수급타이트 및 일본 수출 확대 등으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볼 수 있었다.
특히, 세계경제의 큰손으로 성장한 중국이 긴축금융을 강화하면서 중국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내기업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으며, 세계 희토류 수요의 97%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을 40% 줄이는 등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희토류 가격의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동반성장 논란에 한국-미국 FTA(자유무역협정)가 현실화되면서 손익 계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황지혜 기자 : hjh@chemlocus.com >
1. 석유화학, 상ㆍ하반기 명암 "극과 극"
2011년 석유화학 시장은 상반기까지 이어진 수요 호조로 호황을 누렸으나 하반기 시황이 악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석유화학은 중국 수요가 예상 밖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2010년까지 장기 호황을 지속했고, 2011년 들어서도 3월11일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플랜트들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춤으로써 호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긴축금융을 강화하면서 7월 중순부터 약세로 전환됐고,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9월까지 수출증가율이 30%를 넘어섰으나 11월에는 6%로 크게 둔화됐다.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및 중국 긴축금융의 영향으로 수요가 냉각되고 겨울철 비수기가 겹쳐 있기 때문으로 8월 말부터 본격화된 가격 하락세가 12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AN은 2년 가까이 초강세를 지속하며 2011년 6-7월에는 톤당 3000달러를 오르내렸으나 중국 긴축금융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폭락을 거듭해 1800달러가 무너졌다.
폴리에스터 시장도 얼어붙어 MEG 수출이 2011년 10월 2만4890톤으로 전년동월대비 42% 급감했다.
에틸렌도 1000달러선이 무너졌고, 부타디엔은 자동차 시장 호조로 7월 톤당 4500달러 선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폭락을 거듭해 11월 초에는 1600달러가 무너졌다.
PP 역시 1300달러대 중반으로 떨어졌으며, LDPE도 1400달러가 붕괴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나프타는 1000달러 안팎으로 강세를 나타냈으나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10월 초 900달러가 무너졌고 스팀 크래커의 가동률 하락이 겹쳐 80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유럽경제 위기가 확산되고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이 우려되는 가운데 수요가 위축되고 중동의 과잉물량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2. 폴리실리콘, 태양광 위축으로 "폭락"
차세대 신ㆍ재생에너지로 주목받던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했다.
태양광 시장은 세계경기 침체 및 공급과잉으로 최근 급격히 위축돼 태양광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2010년 이전 100달러를 웃돌았던 것은 물론이고 2010년 11월 70달러에 비해서도 거의 반토막에 그치고 있다.
태양광은 2007년 매출이 44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08년 1조5400억원, 2009년 2조3700억원, 2010년 5조9000억원으로 급증하며 세계적으로 태양광 열기가 과열돼 투자 경쟁이 벌어졌다.
국내 폴리실리콘 시장에도 OCI를 비롯해 웅진폴리실리콘, 한국실리콘, KCC에 이어 삼성정밀화학, 한화케미칼, LG화학의 진출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폴리실리콘 수요가 가장 큰 유럽경제가 위기를 맞아 보조금이 줄어들고 수요가 급감하면서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중국기업들의 저가공세도 가격 하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3. 일본 대지진으로 반사이익 "톡톡"
3월11일 일본 동북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석유화학산업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JX에너지 등 일본 정유기업들은 정유 처리능력의 30% 가량을 가동 중단했으며, Japan Polychem이 PE, PP 플랜트 가동을 중단하는 등 일본 PE 생산능력의 18%, PP는 36%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본에 대한 부품의존도가 높은 전기전자, 화학, 자동차부품 관련기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상당했으나 석유화학은 공급과잉이 해소돼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일본은 에틸렌 생산능력이 800만톤에 육박하고 있으나 대지진으로 플랜트의 25%가 가동을 중단해 동북아시아 전체적으로 수급타이트가 연출됐고, 에틸렌 가격은 4주 연속 상승해 톤당 1340달러대에 도달했다.
프로필렌도 대지진 이후 급등해 3월25일 FOB Korea 톤당 1571달러를 형성했고 5월6일 1600달러를 넘어서는 등 5월 초까지 초강세를 나타냈다.
MEK는 일본산이 국내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메이저인 Maruzen Petrochemical이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국내가격이 kg당 3000원을 돌파하는 등 아시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6월 수입가격은 115% 상승했다.
4. Formosa 잇단 화재로 "수혜주" 등장
2011년에는 Formosa의 타이완 플랜트에서 잇단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난이 제기됐을 뿐만 아니라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Formosa는 5월12일 Mailiao 소재 에틸렌 컴플렉스의 LPG 파이프라인에서 화재가 발생해 No.1 에틸렌 70만톤 크래커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동북아시아 전체의 수급타이트를 유발했다.
타이완 정부는 화재원인 조사를 위해 석유정제 및 나프타 크래커, 다운스트림 등 28개 설비의 가동중단 명령을 내렸다.
프로필렌은 중국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 차질이 겹쳐 1600달러에 육박했고, 부타디엔도 수급타이트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Formosa의 가동중단까지 겹쳐 Spot 가격이 톤당 4000달러를 넘나들었다.
7월26일에는 수소 파이프라인에서 화재가 발생해 3개 크래커는 물론 LLDPE 26만톤 등 다운스트림까지 가동을 중단해 LLDPE 시세가 1500달러를 돌파했다.
Formosa의 자회사인 Nanya Plastic도 MEG 플랜트 2기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해 5월부터 총 생산능력 72만톤을 가동 중단했고 타이완 당국이 6월16일 36만톤에 이어 6월20일 70만톤까지 가동을 중단하도록 명령함으로써 총 178만톤을 가동하지 못해 MEG 강세 장기화를 유발했다.
5. 중국 긴축금융 강화로 석유화학 공급과잉 심화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석유화학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은 소비자물가(CPI)가 매월 5-6% 상승해 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자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2010년 가을 이후 4번에 걸쳐 총 1%의 기준금리를 올리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대폭 인상하는 등 긴축금융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시중자금이 얼어붙으면서 자동차, 전자, 섬유, 건축소재에 이르기까지 원료 구매를 중단하거나 최소화했고,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수요 감소로 공급부족에서 공급과잉으로 전환돼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합성수지를 비롯한 석유화학제품 전반의 구매의욕이 크게 떨어져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에 수출하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정기보수를 앞당기거나 가동률을 낮추는 등 대거 생산감축에 돌입했다.
아울러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폴리에스터 체인은 중국이 긴축금융 정책을 시행하자마자 폴리에스터 판매가 생산량의 50% 이하로 뚝 떨어졌고 동시에 원료인 자일렌, P-X, PTA 가격이 폭락세로 돌변했다.
6. 화학기업, 동반성장인가? 동반후퇴인가?
2011년은 화학기업을 포함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밥그릇 싸움이 유독 치열했던 해로 기록됐다.
특히,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등 동반성장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정부는 1970년대 중반부터 237개 업종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참여를 금지해왔으나 외국기업의 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1997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고유업종 제도를 폐지했다.
계면활성제는 1994년 9월1일을 기점으로 고유업종에서 해제되면서 호남석유화학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방전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EOA(Ethylene Oxide Additive)는 원료 EO(Ethylene Oxide)를 생산하는 호남석유화학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EOA 관련 중소기업들이 판매 감소와 가격 경쟁으로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LED조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LED산업포럼은 적합업종 선정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 등 중소기업들은 포럼의 유보 신청에 대해 비난했다.
접착제도 1997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되면서 국내 대기업 및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앞다투어 국내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사업영역이 급속히 위축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7. 유럽 경제위기로 신규투자 "철회ㆍ지연" 속출
2011년에는 유럽 경제위기로 태양광을 비롯한 신규투자 철회 사태가 속출했다.
특히, 태양광은 유럽 경제위기로 수요가 감소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투자를 미루는 국내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11개 태양광 셀 생산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한때 40%를 웃돌았지만 10월 23%로 뚝 떨어졌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기로 한 7억달러 상당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획을 포기했으며, 태양광 발전설비인 모듈을 생산하는 음성공장 증설을 연기했고 일부 가동을 중단했다.
OCI와 웅진폴리실리콘, KCC, 한국실리콘 등 태양광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4910억원을 투자해 여수에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6월 발표했으나 태양광 시장의 침체로 12월 투자 자체를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에서 전자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관련제품ㆍ부품의 수출도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유럽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LCD패널 생산이 줄어들고, LCD TV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수요기업들은 가동률을 낮추고 신규투자도 연기하고 있다.
8. 국제유가 초강세
2011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대를 훌쩍 상회하며 초강세를 지속했다.
국제유가는 유럽 경제위기의 확산, 미국의 경기회복세 약화, 리비아 사태 종료 가능성 등 하락요인에도 불구하고 Brent유가 2월1일부터 11월7일까지 100달러를 상회한 기간이 198일에 달해 2008년 147일을 이미 넘어섰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것은 수급불균형 때문으로, 경제위기 우려 속에서도 원유 수요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원유 생산증가율은 비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생산 감소에 따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석유 재고는 8월 42억2000만배럴을 기록해 과거 5년간 평균에서 3000만배럴을 밑돌았다.
한국석유공사는 "2012년에는 수급이 개선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져 석유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제한되면서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9. 자원전쟁: 중국의 희토류 생산ㆍ수출 규제
2011년에는 희토류 세계수요의 97%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쿼터를 3만259톤으로 40% 줄이는 등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희토류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IHS Global Insight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수출가격은 2010년 7월 톤당 평균 1만4045달러에서 2011년 2월 10만9036달러로 7배 이상 상승했다.
희토류는 17개의 자연금속으로 대부분 신ㆍ재생에너지, 반도체, 전자기기, 무기류, 항공우주제품의 핵심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을 비롯한 첨단제품 생산기업들에게 엄청난 타격이 예상돼 화학기업들은 재활용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등 대체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세계 희토류 채광기업들은 새로운 공급원을 찾기 위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을 독점하고 있지만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40%를 차지하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희토류 가격은 청정에너지 및 새로운 응용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희토류 대체원료는 거의 개발되지 않아 상당한 기간 동안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규정을 지키지 않는 중소 희토류 생산기업들을 정리하는 등 생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10. FTA, 화학산업에게 위기인가? 기회인가?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은 경기침체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화학기업들은 한국과의 FTA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화학제품이 주요 수출품목으로 2010년 수출액이 1710달러로 전체 수출의 10%에 달했으며, 2008-10년 한국 수출액이 평균 54억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3년 이내에 95%의 관세를 폐지하고 적어도 10년 후에는 모든 관세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국내에서도 화학제품의 미국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상당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EU)과도 FTA를 체결해 정유ㆍ석유화학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EU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합성수지 수입관세 6.5%가 3년 이내에 철폐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유ㆍ무기 화학제품 및 염료ㆍ안료도 수출증가를 기대하고 있고 플래스틱, 고무, ABS, PET 등 비 에틸렌계 범용제품도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공급량을 늘리는데 시간이 걸려 2-3년 정도는 마진 개선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정밀화학은 경쟁력이 취약해 무역수지 적자 심화가 확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