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09년 이후 내륙지역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연안지역은 2000-2008년 경제성장률이 상위를 차지했으나 2009년 이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수출이 격감함에 따라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반면, 내륙지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뿐만 아니라 민간 제조업의 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륙지역의 중간소득층도 과거 연안지역과 마찬가지로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12-2020년 중간소득층 이상의 소비자층이 약 8000만세대에 달하는 가운데 내륙지역 도시가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연안지역은 2000년 무렵 자동차 대중화 시대에 진입했으며, 2008년에는 자동차 대중화의 2단계로 연안지역의 부유층에서 내륙지역의 중간소득층으로 수요가 확대됐다.
자동차 대중화의 척도인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2013년 미국이 800대, 일본이 600대에 달했으나 중국 내륙지역은 20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내륙지역은 자동차 보유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연안지역보다 인구가 많아 자동차 수요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폭스바겐, 저가 중국 전용차 판매 확대
폭스바겐(Volkswagen)과 보쉬(Bosch)는 각각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중국 내륙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글로벌 최고의 자동차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폭스바겐은 신규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Rule Change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08년 무렵부터 내륙지역 시장이 성장하는 타이밍에 맞추어 현지 니즈에 대응한 저가 중국 전용차 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중국 전용차 제1호는 폭스바겐과 Shanghai Automotive (SAIC)의 합작기업 Shanghai VW에 설치된 기술센터에서 개발한 「Ravida」이다.
2013년까지 신규 카테고리에 포함된 차종은 총 5개로 폭스바겐이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적당한 가격, 중국인의 센스에 맞는 외관 디자인, 큰 차체와 넓은 좌석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폭스바겐은 낮은 가격과 큰 차체라는 모순된 요소를 양립하기 위해 차별화된 개발방법을 채용하고 있다.
개발이 어려운 파워트레인과 타이어 주변(플랫폼)의 기본설계는 독일에서, 차체 상부(Upper Body) 개발은 중국에서 실시하는 방법으로, 중국 전용차의 성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차체 상부는 소비자의 기호를 숙지하고 있는 현지 설계기술자를 중심으로 외관부터 패키징, 내·외장재 디자인까지 일괄적으로 실시하고 품질기준을 유연하게 변경하면서 중국산 부품을 채용함으로써 중국 전용차종의 코스트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아울러 달리고 회전하고 멈추는 차량의 기본 성능에 관한 부분은 기본적으로 폭스바겐 본사에서 유럽계 부품 생산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저렴한 가격과 큰 차체를 양립하는데 성공했으며 내륙지역의 중간소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외국계 브랜드의 중국 전용차라는 신규 카테고리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도 영향력 발휘
폭스바겐은 중국 정부의 정책에 관여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자동차 보유대수가 급증함에 따라 석유의 안정공급, 이산화탄소(CO2) 배출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가 연비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의 산업정책 의사결정 기관과 접촉해 연비규제 관련 산업정책을 자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주력 기술인 다운사이징 터보형 가솔린 엔진기술을 저연비 기술의 표준(Industry Standard)으로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공업신식화부(MIIT)의 책임자와 접촉해 유럽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기술동향을 소개하면서 자사의 주력 분야인 다운사이징 터보 기술을 어필했다.
중국은 정부계 연구기관인 CATARC가 자동차 관련 산업정책의 초안을 작성하는 사례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폭스바겐은 보쉬 등 부품 생산기업, CATARC와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산업정책 책정 프로세스에 일정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리더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매스컴,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기술선전활동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내륙지방 소비자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저가 중국 전용차를 공급해 대규모 시장을 구축함과 동시에 기술리더로서의 입지를 적절히 유지하고 있다.
보쉬, 포트폴리오형 판매로 중국시장 개척
세계 최대의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인 보쉬는 1996년부터 중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초반에는 기존 거래처인 폭스바겐의 중국 생산에 대한 대응이 주목적이었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현지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를 적극화해 중국시장에서 일본의 자동차부품 생산기업보다 높은 성장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자동차기업은 자체적으로 부품 사양을 정의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어 부품 생산기업에게 자사의 구상에 적합한 부품을 발주하는 프로세스를 채용하고 있다.
보쉬는 중국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앞으로 필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품 기술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구체적으로는 기능·기술타입별로 몇가지 기본사양을 준비한 후 현지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하면서 판매하는 스타일로, 보쉬는 기본사양을 플랫폼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또 보쉬가 사전에 정의한 스펙 포트폴리오 가운데 자동차기업이 선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로 포트폴리오형 판매라고도 지칭되고 있다.
플랫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기업의 니즈 파악이 가장 중요하며, 보쉬는 선진기업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의 개발동향, 기술지향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많은 자동차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범용성 높은 부품 사양을 포트폴리오화하고 있다.
기술 공개로 수요처와의 관계 강화
중국 자동차기업은 선진국에서 개발된 자동차의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독자모델 개발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품을 대강 수집한 후 정확히 설계하지 않은 채로 조립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전성, 환경규제 강화 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저가 자동차 투입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기업은 기술력이 뛰어난 외국계 부품 생산기업과 제휴해 고품질 부품의 안정공급, 설계 단계에 대한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상품성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부품 조립법, 차량에 대한 적합기술 습득에 주력하고 있으며, 후발주자의 우위성을 최대한 활용해 단기간에 선진국 자동차기업 수준의 개발체제를 정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부품 생산기업들은 기술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나 보쉬는 기술을 주체적으로 전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밀사항, 차별화 요소에 관한 기술은 블랙박스화해 전수하지 않고 있으나 공개해도 상관없는 부분은 연수 프로그램, 기술 개발툴을 통해 중국기업에게 전수하고 있다.
정보공개 전략은 관계 강화 및 이탈 방지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쉬는 포트폴리오형 판매를 통해 Rule Change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 공개를 통해 현지 수요기업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전력 파워트레인 기술 보급 주력
유럽기업은 신규 카테고리 창출, 독자기술의 표준화, 자동차 관련정책 관여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Rule Change형 시장전략을 통해 가솔린 엔진 자동차 영역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앞으로 에너지 및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파워트레인 기술 보급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력 파워트레인 시장은 HEV(Hybrid Electric Vehicle)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 EV(Electric Vehicle), PHEV(Plug-in HEV)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또 연비개선 효과는 한정적이나 추가코스트가 적은 ISS (Idling Stop System) 도입이 확대되고 2016년부터 간이 HEV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기업은 HEV 개발에서 뒤처지자 전면승부를 피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유럽의 엄격한 연비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ISS를 표준 탑재하고 있으며, 다임러(Daimler)는 ISS를 표준 탑재함과 동시에 연비규제에 대한 우대효과가 있는 PHEV 개발에 주력해 2017년까지 10개 차종을 투입할 계획이다.
유럽은 유럽기업의 전략에 호응하는 형태로 EV, PHEV에 대한 우대책인 슈퍼 크레딧(Super Credit) 제도를 도입했다.
슈퍼 크레딧은 미국, 중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전력 파워트레인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