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소금속 시장이 수급난에 허덕이고 있다.
희소금속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소재로 부상하며 정부와 관련기업이 안정적인 수급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부존량이 적고 기술적, 경제적 이유로 추출이 어려워 비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매장 및 생산국가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상당수가 독재, 빈곤, 내전 등으로 정치적 불안정을 겪고 있어 수급체제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다.
여기에 선물거래 시장도 존재하지 않아 가격변동에 대비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기업들은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관련산업 성장으로 수급타이트가 발생함에 따라 가격이 급등해 제조코스트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리튬 및 코발트, 네오디뮴 등 2차전지, 전기모터에 투입되는 희소금속은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국제가격이 폭등해 코스트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희소금속 비축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나 중국, 일본, 미국 등에 비해 체계화되지 못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소재·부품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희소금속, 수입의존도 100%에 중국이 좌우
희소금속은 전기자동차, 2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 분야에 폭넓게 채용되고 있으며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급 시스템 구축이 시급해지고 있다.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은 2차전지, 코발트, 크롬, 니켈, 티타늄은 3D프린팅, 희토류, 텅스텐, 갈륨, 인듐, 백금족, 몰리브덴은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에 투입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매장량 및 생산량은 일부 국가 및 지역에 편재돼 있어 정치·외교적 리스크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거나 무역분쟁이 발생해 안정적인 수급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국내에서는 규소, 니켈, 백금족, 리튬, 티타늄, 크롬, 망간, 주석을 중심으로 수입하고 있으며 수입의존도가 100%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체 천연광석의 9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티타늄, 텅스텐, 인듐, 카드뮴 등 일부 광종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규소 및 텅스텐, 마그네슘, 코발트, 리튬, 망간, 희토류 등은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있어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입의존도가 높고 수급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희소금속 관련 소재 및 부품은 안정적인 생산이 어려워 4차 산업혁명 관련제품 생산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티타늄 및 망간, 희토류 니켈을 채용한 소재·부품은 적자생산을 이어가고 있으며 관련 소재 및 부품의 경쟁력도 열위에 놓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희소금속 관련 소재 및 부품의 경쟁력이 낮아지면 신규 관련산업이 성장해도 고부가가치화가 어렵다”고 밝혔다.
자원외교, 컨트롤타워 없이 하늘만…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희소금속 광산 개발은 글로벌 광물 메이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과 종합상사 중심인 일본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광산 개발 및 해외자원 개발 투자는 2012-2014년 3년간 한국이 7억1000달러에 그친 반면 중국은 597억달러, 일본은 105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자국의 희소금속 생산을 전략적으로 통제하는 한편, 글로벌 광물 메이저에 대한 인수합병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ODA(공적개발원조), 차관, 관세 혜택 등을 활용해 아프리카, 중남미 등 자원보유국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희소금속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금융 위기로 희소금속 등 광물자원 가격이 급락한 것을 기회로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해 리튬, 코발트 등 주요 전략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15년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리튬과 코발트 광산 및 주요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본 또한 중국과의 희토류 분쟁이 있기 전인 2009년부터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4대 전략」을 수립하고 Mitsubishi상사, Sumitomo상사, Itochu상사 등 종합상사와 JOGMEC(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가 해외광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민간 종합상사 중심으로 자원개발에 참여했으나 최근 아프리카에서의 중국 영향력 견제와 일본 대지진 이후 에너지 자원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기관인 JOGMEC는 탐사기술 및 정보를 민간기업에 제공하는 등 민·관 협력을 통해 해외자원 개발을 선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정책이 실패한 후 해외광산에 대한 투자가 침체돼 있고 광물자원공사가 부실화되면서 컨트롤 타워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아프리카, 중남미의 자원 보유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해 경제협력을 증진하고 주요 희소금속 보유국에 ODA를 집중해 성과를 극대화는 등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응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들도 주요 희소금속의 안정적 수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소재 분야의 내부화를 통한 수직적 통합을 추진하고 종합상사 기능을 강화해 신규 광산 개발을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요구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 조달청과 비축사업 “중복”
희소금속은 높은 수입의존도, 가격 변동성, 수급 차질 등 안정성이 떨어짐에 따라 중국, 일본은 전략적 비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달청, 광물자원공사가 금속 비축사업을 통해 희소금속의 안정 수급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다른 법령·절차에 따라 비축계획 수립단계부터 이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12종의 비축대상 금속을 지정하고 비축목표량을 소비량의 60일분으로 설정해 경제산업성 42일분, 민간 특수금속비축협회 18일분으로 분담해 정부 중심으로 비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달청이 비철금속 6종과 희소금속 9종을, 광물공사는 희소금속 10종을 비축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비축대상이 2007년 19종에서 2016년 25종으로 증가하고 비축량은 2007년 7만3071톤에서 2016년 31만1622톤으로 폭증했다.
조달청은 조달사업법 제2조 규정에 따라 비축물자사업을 수행하면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협의해 「비축대상물자 고시」로 정한 비철금속 6종, 희소금속 9종을 비축하고 있다.
광물공사는 광물공사법 제10조 규정에 따라 광산물 비축사업을 수행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재부 장관과 협의해 정한 희소금속 10종을 비축하고 있다.
산업부는 에너지회계법 제2조 규정에 따라 광물공사에 비축사업 출자금을 교부하는 한편, 광업법 제85조 및 광업법 시행령 제61조에 따라 광산물 비축사업 등을 포함해 광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조달청과 광물공사는 전체 희소금속에 대한 비축타당성을 평가하지 않고 상대기관이 비축하고 있는 희소금속을 제외한 후 비축타당성을 평가해 비축목표량을 설정하며 비축계획 수립단계부터 이원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원적 운영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속 비축사업 기관 연계·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금속자원비축기관협의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조달청이 비축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갈륨, 지르코늄 등을 광물공사는 비축이 필요하다며 신규 비축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도 조정기능이 없어 기관별 의사대로 추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개 기관이 비축타당성을 평가할 때 조달청은 수입규모 및 증가율, 중소기업 지원효과 등을, 광물공사는 신규산업 관련성, 보관성 등에 중점을 두고 평가해 비축대상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달청, 광물자원공사가 조정 및 협의를 통해 상이한 희소금속 비축대상 및 비축목표량 설정 기준을 일치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비축기능을 통합하는 등 합리화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 등 해외사례를 참고하면, 전담기관이 종합비축계획을 수립하고 산하기관이 구매·재고관리·방출 등 실무를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국내와 같이 2개 기관이 계획 수립부터 집행까지 모든 과정을 이원화해 운영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스코·LG, 해외자원 개발 투자 “움찔”
정부기관이 미흡한 희소금속 비축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기업들도 희소금속 비축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차전지에 투입되는 일부 비철금속 광산을 대상으로 LG상사 등이 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자원외교 비리 논란으로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전환돼 주요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2016년 15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지켈 광산 개발에서 손을 뗐고. 포스코와 LG상사는 2009년부터 볼리비아에서 리튬 개발에 나섰으나 2013년 중국에게 사업권을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LG상사, GS칼텍스가 아르헨티나 리튬 개발 사업에 투자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2016년 철수했다.
시장 관계자는 “자원개발은 중국과 같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거나 일본과 같이 정부기관이 리스크 부담을 상쇄해주지 않는 이상 섣불리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기업들은 일찌감치 콩고 광산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에 나서 코발트 대부분을 정련해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인 오스트레일리아 탈리슨의 경영권도 중국 티앤치가 인수했으며, 마리온 리튬광산 개발 프로젝트도 중국 간펑리튬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광물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주둔 병력의 증원을 검토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최소 1조달러 가치의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에 특사를 파견해 자원 개발을 협의할 계획이다.
일본은 앞바다 해저탐사를 통해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있으며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도 광산개발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회수·재활용 기술 개발 “시급”
국내에서는 희소금속 개발 뿐만 아니라 회수 및 재활용 기술을 개발해 수급불안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희소금속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는 등 수급불안이 심화되면서 도시광산 육성이 해결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광산은 폐 가전제품, 산업폐기물 등 공정 부산물을 순환자원으로 간주해 수집-분리-분류-선별-제련·정련 과정을 통해 함유 금속을 재활용하는 사업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산업이 성장할수록 희소금속의 회수와 재활용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어 다양한 사업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부는 2016년 도시광산 전략금속으로 니켈, 주석, 망간, 코발트, 텅스텐, 티타늄, 탄탈륨, 니오븀, 지르코늄, 규소, 게르마늄 등 11개 희소금속을 선정했다.
도시광산은 단순 폐기물 처리수준이 아니라 고난이도 제련기술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기술력 부족, 제도적 환경 미비, 인식 수준 부족으로 선진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희소금속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해서는 특정 유형의 대규모 폐기물을 집중적으로 처리해야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에 처리기술 확보와 더불어 처리규모의 대형화가 요구된다”며 “수집, 분류, 처리 등을 위한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관리하는 희소금속 56종 가운데 루테늄, 이리듐, 오스뮴 등 백금종 3종, 희토류 17종, 탄탈륨, 니오븀, 붕소 등 35개 금속은 회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회수되는 희소금속은 2017년 기준 17만톤으로 수입금액이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광산 활성화를 위해 폐기물의 관리 특성을 고려한 규제 완화 및 성장기반 조성을 위한 기술지원이 요구되며, 회수 금속 재활용 사업 육성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허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