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리튬이온전지)는 세계적으로 자동차 전장화가 추진됨에 따라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는 1990년 9월 발효된 ZEV(Zero Emission Vehicle) 규제의 영향으로 전장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LiB가 핵심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기업과 자동차부품 생산기업들이 전장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기술면에서 우위에 서있으나 미국도 ZEV 규제를 실시하고 있고 유럽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 강화,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 주요국의 연비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계속 확대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이브리드자동차(HEV) 분야에서는 도요타(Toyota Motor), 혼다(Honda) 등 일본기업들이 여전히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ZEV 규제 시행으로 시장 형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ZEV 규제를 발효하고 1998년부터 전기자동차(EV)가 전체 판매량의 2% 수준을 차지하면서 전장화 움직임이 정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 혼다, 닛산자동차(Nissan Motor)가 1997년부터 미국에 EV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나 개발 초기단계였기 때문에 자동차 차체 뿐만 아니라 2차전지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연비 및 안전성 향상 등을 바탕으로 2차전지 산업이 고도화·안정화되기 시작했고 도요타와 혼다가 HEV 보급을 시작했다.
도요타는 HEV 차종을 1997년 프리우스(Prius), 1999년 인사이트(Insight) 등으로 확대하며 시장장악력을 확대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시장도 점차 확대돼 현재는 EV, HEV와 함께 주요 친환경 자동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2020년 이후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xEV)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2022년에는 ZEV 대상 자동차의 비중이 2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ZEV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2018년까지 대상 차종의 점유율을 4.5%로 확대하고 2025년에는 22%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역시 CO2 배출 규제를 강력히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까지 kg당 배출량을 95g으로 제한하고 2025년에는 70-80g, 2030년에는 60g 이하로 규제할 예정이다.
중국도 정부가 EV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대대적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자동차 시장에 미칠 파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그동안 전장화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던 자동차기업이나 자동차부품 생산기업까지도 관련 R&D에 뛰어드는 등 시장 확대가 지난 30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EV가 시장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나 FCV(연료전지자동차)도 점차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동차의 발전에 맞추어 LiB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도요타·혼다, 하이브리드 중심 선행
도요타는 HEV 중심으로 친환경 자동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HEV 확대와 xEV 사업의 전방위적 확대, 니켈-수소(Ni-MH) 배터리 및 LiB 병용, HEV의 중국시장 진출 등을 바탕으로 전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Ni-MH 배터리는 1999년 미국 ZEV 법률자문단이 LiB 중심의 2차전지 과제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후부터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으며 도요타는 2015년부터 양산 자동차에 적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엔진만으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제로로 줄이고 전동화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로 100%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혼다도 PHEV, EV, FCV 등 친환경 자동차의 일본 생산량을 2020년까지 3만5000대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혼다 역시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HEV 중심으로 xEV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2016년 중국에서 상업화를 시작했다.
배터리는 전면적으로 LiB를 채용하고 있으며 당초 도시바(Toshiba) 배터리를 사용했으나 최근 파나소닉(Panasonic)으로 공급처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닛산자동차는 도요타, 혼다에 비해 HEV 사업 진출이 늦었고 EV를 중심으로 xEV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Mitsubishi Motors와 2010년 xEV 공동개발을 추진해 2010년 12월부터 누적 판매량 20만대를 달성했으며 전극 생산기업 NEC와 합작한 AESC(Automotive Energy Supply)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았으나 최근 AESC를 매각함에 따라 배터리 공급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부에서 닛산자동차가 LG화학을 새로운 배터리 공급처로 지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으나 아직까지는 AESC의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기업들이 자동차 전장화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ZEV 규제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 미국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자동차기업들이 일본기업만큼 규제 대응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유럽기업들도 전장화 분야에서 뒤처져 있으나 2017년부터 신제품 개발 및 사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미국기업도 후발진입 가속화
다임러(Daimler)는 2016년 9월 파리 모터쇼에서 2025년까지 EV를 10종 새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고, 2017년 3월에는 계획을 3년 앞당겨 2022년까지 투입하겠다고 수정했다.
EV용 신규 브랜드는 EQ 시리즈로 이름을 붙이고 신차 판매대수의 15-25%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2019년 최초의 EQ 브랜드 양산 EV로 SUV(다목적스포츠자동차)를 투입할 방침이다. 가격대는 4만-5만유로를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12조원에 가까운 R&D 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르노(Renalt)도 2012년 출시한 소형 EV 「ZOE」를 개선해 1회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2016년 발매했다. 기존에는 에너지량 22kWh 배터리를 사용했으나 LG화학의 41kWh LiB를 개선 버전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시장에서 최대 자동차 판매대수를 자랑하는 폭스바겐(Volkswagen)도 2016년 11월 EV 진출 의사를 밝혔다.
폭스바겐은 세계 각국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2015년 9월 발생한 배기가스 배출 조작 문제가 발각된 것을 계기로 xEV 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다임러와 마찬가지로 2025년 신차 판매량 가운데 최대 25%를 EV로 전환하겠다는 파격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EV와 배터리 시스템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생산체제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함으로써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3만명, 독일에서만 2만3000명을 해고할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직원의 5%, 8% 수준이다.
BMW도 2013년부터 EV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
현대자동차, 2018년부터 ZEV 대상
자동차기업들의 EV 진출 흐름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배터리, 부재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정한 ZEV 규제에서는 현재 제너럴모터스(GM), 포드(Ford), Fiat Chrysler Automobiles(FCA), 도요타, 혼다, 닛산자동차 등 6사가 대상으로 지정돼 있으며 2018년에는 폭스바겐, BMW, 다임러, 현대·기아자동차, 마쯔다(Mazda)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마쯔다는 2019년까지 북미에서 EV 공급을 시작하고 2021년 이후 PHEV까지 포함해 북미 시장에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2016년 11월 밝혔다.
HEV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 사업에서는 도요타와의 기술제휴를 바탕으로 이미 Axela HEV를 출시했으며 EV 사업에서도 도요타와의 연계를 바탕으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바루(Subaru)는 당초 2018년부터 ZEV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쟁기업에 비해 세계 판매대수가 소규모이고 2015년 로비활동을 벌인 결과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2025년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도록 7년간의 유예기간을 얻었으며 2021년 EV 출시를 위해 준비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역시 앞으로 4조5000억원을 투입해 xEV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어서 EV가 상당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혼다는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EV 사업 확대에 소극적이나 경쟁기업들의 동향에 맞추어 2016년 말 EV 개발실을 만들었으며 본격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EV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나 주로 PHEV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글로벌 EV 시장은 2009년부터 사업을 개시한 Mitsubishi Motors, 2010년부터 시작해 EV 누적 판매대수가 25만대에 달하는 닛산자동차, 2021년 양산 EV를 출시한 르노, 2013년부터 진출한 BMW, FCA 뿐만 아니라 마쯔다, 도요타, 스바루, 폭스바겐, 다임러까지 추가돼 EV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글로벌기업 퇴출 본격화…
중국의 친환경 자동차 보급정책도 세계 자동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xEV 시장으로 성장했고 2018년부터는 NEV(New Energy Vehicle) 규제와 연동된 친환경 자동차 라이선스 공여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NEV는 미국의 ZEV 제도를 모방한 것으로 친환경 자동차 생산기업 20사에게만 라이선스를 공여하는 제도이며 기존 생산기업들을 퇴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 자동차로 EV, FCV 총 2%, Transient ZEV(TZEV)인 PHEV 2.5%를 정해놓았으나 중소 자동차기업에게는 TZEV만으로 대응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2025년에는 더욱 확대해 전체적으로 22%, ZEV 16%, TZEV를 6%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PHEV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기업 8곳에만 라이선스를 공여했으며 일본, 미국, 유럽, 한국 등 해외기업들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Mitsubishi Motors와의 협업을 통해 PHEV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며 2020년 ZEV 대응이 가능한 EV, PHEV 차종을 다수 출시할 방침이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