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화학산업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산업계에 여러 가지 화두를 던져준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경제·산업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1만원 및 주52시간이 온 나라를 휩쓸었고, 성장 지상주의의 장기 후유증이 표면화되면서 안전 및 환경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석유화학은 호항과 불황이 극명하게 엇갈림으로써 사이클에 맞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정밀화학·제약은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원제 및 중간체 수입이 제한됨으로써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무역마찰, 최저임금, 환경·안전, 연구개발 4가지 화두는 앞으로 3-4년 동안 국내 경제·산업은 물론 화학산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1-2년 논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오랫동안 썩혀두었던 과제가 한꺼번에 분출됐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역마찰은 국내 산업·경제가 영원히 안고갈 수밖에 없는 불씨로,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막을 내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경제·군사적으로 견제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기술전쟁을 통해 중국의 급성장을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타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이고 중간소재를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활성화를 통해 고부가 차별제품을 생산해야 하나 현실은 전혀 그러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글로벌 1위 수준이나 걸맞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및 주52시간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체불명의 정책 아래 지나치게 급격히 추진함으로써 각종 부작용을 잉태하고 있으며 고용을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조차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조차도 고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부작용 심화가 우려된다.
석유화학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중동과 함께 미국의 셰일가스 공세가 더해짐으로써 10월 이후 현물시세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까지 침체되면 2019년에는 적자행렬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5-6년의 호황에 취해 불황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석유화학 위기가 정밀화학, 플래스틱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안전은 더욱 중차대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환경정책은 아직 후진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보다 뒤떨어져 있다고 비난받을 정도로 엉망이고, 국민이나 국내기업들의 환경대책이나 자세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안전도 마찬가지로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죽음의 외주화라는 문구가 회자될 정도이다. 서울지하철에서 외주 비정규직 꽃다운 청춘이 죽음을 당했으나 태안화력에서 재발할 때까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최저임금, 주52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환경·안전의 위험에 노출된 비정규직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했어야 했고,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환경·안전 경영을 통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정책적 작업이 시급하다.
환경·안전은 코스트 개념이 아니라 정도경영의 최우선 항목이라는 점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석유화학기업들은 환경·안전 투자를 최소화한 것이 호황에 한몫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