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기업들이 정제마진 악화로 수익성 개선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2019년 4분기 매출액이 최소 11조원 후반대에서 12조4500억원대 사이, 영업이익은 1060억원에서 2140억원 사이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인 4276억원을 큰 폭 하회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영업이익이 517억원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1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2분기 이후에는 계속 영업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유보다 가격이 더 낮은 벙커C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제마진이 예상외로 장기간 하락세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가 요동친데 따른 결과로 판단된다.
정제마진은 4분기 배럴당 6.3달러로 전분기대비 1.2달러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지연되면서 화학제품의 스프레드도 대부분 낮아져 타격이 컸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자체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SK이노베이션 등 정유기업들의 영업실적 개선에 급제동이 걸렸다”며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정유 영업이익이 404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8.7% 격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도 4분기 매출액이 6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1100억원대에서 최대 1800억원대로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시장 전망치인 2951억원보다는 60.0%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선박의 연료 전환 시기가 다소 늦어지며 정제마진 상승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됐고 중국 산둥(Shandong)에 밀집한 민간 정유기업의 연말 재고 소진을 위한 가동률 상승으로 화학 시황이 부진한 것이 영업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강동인 현대자동차증권 연구원은 “화학 시황 악화와 정제마진 개선 지연, 예상보다 높은 산유국의 원유 공식 판매가격(OSP) 상승이 영업실적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동 이슈 격화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기업에게 앞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양사가 1분기 영업실적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상 연료유 시장이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로 2020년 1월부터 황산화물 0.5% 미만의 저유황중유(LSFO), 선박용 경유(MGO),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재편되고 있고, 저유황중유 수요 증가가 시장에 가장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과 이란의 대립으로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반론도 등장하고 있다.
이란 문제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면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