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이 화학을 넘어서 과학을 기반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는 순간 인디아공장에서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LG화학은 5월7일 신학철 부회장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화학사업 경험과 과학을 바탕으로 한 지식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세상에 없는 혁신을 만듦으로써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하겠다고 선언했다.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 것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업모델을 진화시키고 다른 분야와 융합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으로 많은 화학기업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을 함께 육성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적인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는 한편 리더십 육성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방침이어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LG화학이 비전을 발표하기 직전에 LG Polymers India 공장에서는 유독가스가 누출돼 1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입원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AFP를 비롯한 외신들은 200명에서 500명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70명 이상은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보도해 대형 참사가 분명하다. 인디아 언론도 인근 주민 1000명 이상이 구역질 등 가스에 노출된 증상을 느꼈고 일부 주민은 의식을 잃고 길에 누워있었다고 보도했다.
인디아 경찰이 공장 내부의 5000톤급 탱크 2곳에서 SM(Styrene Monomer)이 자연 화학반응을 일으켜 유독가스 형태로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LG화학도 SM 가스 누출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SM이 누출돼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SM은 벤젠 70%에 에틸렌 30%를 중합해 제조한 후 PS, ABS의 원료로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벤젠, 에틸렌이 사망사고를 일으킬 정도로 독성이 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울산단지를 비롯해 여수단지, 대산단지 모두에서 SM을 생산한 후 PS, ABS 제조에 투입하고 있으나 SM이 누출돼 많은 인명 피해를 유발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SM이 유독가스로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다면 국내 플랜트들도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유독가스 누출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시급하지만 유독가스의 실체가 무엇인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수백명이 피해를 본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1984년 인디아 보팔에서 발생한 참사를 잇는 또다른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유니온 카바이드의 농약공장에서 원료 이소시안화메틸 36톤이 2일 동안 누출돼 2800명이 사망하고 20만명 이상이 실명, 호흡곤란 등 피해를 입었고 10%인 2만명은 이미 사망했으나 아직도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LG Polymers India는 LG화학이 1996년 인디아 최대의 PS 생산기업인 Hindustan Polymers의 지분 100%를 인수한 해외 자회사로 2019년 매출액이 2228억원에 달해 중견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독가스 누출사고를 일으킨 원인을 규명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누출사고 수습을 서두름은 물론 사고 원인을 명백히 규명함으로써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