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폴 화학산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2020년 3월 이후 외국인 노동자의 감염이 확대되는 등 사업 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리스크가 잇따라 발생했으며, 동남아시아 시장 전체적으로도 통화위기 직후와 같이 수요가 크게 침체되면서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의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2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고기능성 수지, 3D프린팅 등 다운스트림 분야에 초점을 맞춰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계,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가동 차질
싱가폴은 2020년 3월 말 건설, 물류, 환경정비, 공장 정기보수 및 유지보수, 폐기물 처리 등 현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전용숙소가 집적된 주롱(Jurong) 지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4월 중순부터 전국 전용숙소에 숙박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약 30만명의 출근을 금지하고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인프라 정비 및 빌딩 건설이 일제히 중단됐으며 에너지·화학산업도 영향이 불가피했다.
정유공장 및 화학 플랜트가 집적해 있는 주롱섬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약 8000명이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나 출근이 불가능해짐으로써 생산설비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싱가폴 정부는 미감염이 확인된 1500명 정도를 다른 숙박시설로 이동시켜 유지보수 및 폐기물 처리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을 확보했으나 산업계 전체적으로는 생산 차질을 막을 수 없었다.
싱가폴 경제개발청(EDB)을 비롯한 정부기관들은 4월 초 부분적인 도시봉쇄를 시작하기 전부터 관련기업들과 협력해 주롱섬의 감염 발생을 미연에 방지했으나 코로나19 감염자수가 6월 말 기준 약 4만4000명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를 뒤따랐으며 외국인 노동자가 9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EDB는 주롱섬의 건설 및 증설공사를 곧 재개토록 허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기업들은 정기보수 연기가 불가피해지고 있으나 촉매 수명 등에 따라 연기에도 한계가 있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외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 사태의 조기 해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화학제품, 수요침체로 생산 감소세 전환
싱가폴은 2018년 화학제품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2019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4월 생산량이 전년동월대비 6% 줄었으며 5월에도 13% 급감했다.
동남아시아 화학제품 시장은 타이, 베트남이 도시봉쇄를 해제하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가 단계적으로 해제를 시작했으나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신규 자동차 판매 부진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4-5월에는 1차 및 2차 하청기업이 합성수지 등 재고 축적에 나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으나 하반기에는 발주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6월부터 자동차 관련 수요처의 가동률이 50%를 넘어 7월 이후 수요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이전 투자 프로젝트에 비추어 화학산업에서 다운스트림을 의식한 성장전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싱가폴 정부는 2019년 화학 관련분야에 약 46억S달러를 투입했다.
지난 10년간의 투자액 가운데 2번째에 해당하며 아케마(Arkema)의 PA(Polyamide) 11 플랜트 신설, 사빅(Sabic)의 폴리에테르이미드(Polyetherimide) 투자 프로젝트 등이 포함돼 있다.
3D프린팅·복합소재 투자 유치 주력
싱가폴 정부는 3D프린팅, 탄소섬유강화수지를 포함한 복합소재 관련기업을 유치해 허브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3D프린팅과 관련해서는 정부 주도로 산학관 협력조직인 적층제조 기술혁신 클러스터(NAMIC)를 출범해 세계 각지의 유망기업 및 스타트업을 탐색·지원함으로써 산업 집적을 추진하고 있다.
3D프린팅은 제조공정 간소화, 부품 감소를 가능케 하는 기술로, 원료 및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싱가폴의 원료 수입의존도 경감, 제조업 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싱가폴이 글로벌 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는 MRO(항공정비)를 시작으로 헬스케어, 해양자원 개발, 정밀기기 등 제조분야에서 이미 3D프린팅 기술을 실용화하기 시작했다.
싱가폴 정부는 화학산업이 정체됨에 따라 다운스트림을 중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폴은 화학제품 생산량이 2018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생산액은 2014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합성수지는 2019년 생산량 및 생산액이 정점을 이루던 2000년에 비해 약 50% 격감했다.
싱가폴 화학산업은 아크릴산(Acrylic Acid), SAP(Super-Absorbent Polymer), 사료첨가물인 메치오닌(Methionine) 등 C3계, SSBR(Solution Polymerized-Styrene Butadiene Rubber), BIIR(Bromobutyl Rubber) 등 C4계 등에 대한 투자를 유치해 유도제품 다양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있다.
에탄(Ethane) 베이스로 경쟁력이 높은 북미 및 중동산 C2계 유도제품 유입에 준비하려는 전략이나 경쟁이 심화됨과 동시에 시황이 계속 변화함에 따라 통계상으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촉매‧프로세스 관련기술 R&D 강화
싱가폴의 연구개발(R&D) 정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개발청(A*STAR)은 과제 해결에 필수적인 4개 영역으로 도시·녹화기술, 정보과학·인공지능, 의료기술, 농업·수산양식기술을 설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탐색하고 있다.
A*STAR 산하에 있는 화학 계열의 연구소 ICES(과학공학연구소)와 IMRE(재료공학연구소)도 도시국가인 싱가폴의 과제 해결 및 지속가능성 확보에 기여함과 동시에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촉매기술 등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ICES는 R&D 부문의 글로벌 협력을 중시하고 있으며 산업계 출신 연구자 고용을 확대하고 정부계 연구기관 및 국내외 관련기업과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Westcom Solutions와 공동으로 식품폐기물을 비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ICES는 폐기물 고속분해와 수율 향상에 필요한 바이오 촉매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Westcom Solutions는 중국에서 기술 실용화를 추진하고 폐플래스틱 등 식품 이외의 폐기물을 유익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개발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ICES는 정부계 연구기관과 협력해 촉매 개발기간 80% 단축을 목표로 기계학습 및 모델링 기술을 이용한 고효율 개발 프로세스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제 등에 적용되는 캡슐화 기술을 포함한 제제(Formulation) 기술도 ICES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로 화학기업과 공동으로 생분해성 수지를 채용한 캡슐을 개발하고 있다.
모노머를 수지의 긴사슬 분자에 정밀하게 삽입함으로써 수지의 물성을 유지하면서 작용 후에는 박테리아가 분해되는 방식으로 식품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MER은 소재 분석 및 합성, 설계기술로 정책목표 실현을 돕고 있다.
3D프린팅, 차과‧의료 소재 개발 가속화
싱가폴 정부가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3D프린팅과 관련해서는 현지기업 Star 3D와 공동으로 의치에 사용하는 3D프린팅용 수지를 개발했다.
기존 세라믹 의치에 비해 제조부터 시술 완료에 이르는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으며 수요자 요구에 맞추어 색과 형태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합성수지는 일반적으로 금속에 비해 파괴강도가 떨어지나 특수한 필러 등을 투입해 해결했으며 인쇄한 후 경화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광개시제도 개발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망막박리 수술용으로 생체 적합성이 있고 사람의 눈에 낮은 온도에서 주입할 수 있는 하이드로겔을 개발하고 있다.
망막박리 수술은 일반적으로 유리체를 적출한 후 실리콘오일, 유리를 주입해 압력으로 망막을 접착하나 유리체는 눈에서 적출하면 액체 형태로 변화함에 따라 원래 생태로 되돌릴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실리콘오일(Silicone Oil) 등의 대체소재로 개발하고 있는 하이드로겔을 주입하면 유리체를 재생할 수 있으며 수술 후 관리도 간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임상시험이 늦어지고 있으나 A*STAR와 싱가폴 국립대학병원이 공동으로 설립한 벤처기업을 통해 곧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