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폴은 2020년 반도체, 바이오의약품, 정밀기계, 화학제품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제조업 성장률이 7.3%에 달했다.
싱가폴 정부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경제 및 고용이 안정세를 유지함에 따라 2021년 1월 기준 1060억S달러에 달한 제조업을 2030년까지 50%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생태계 확충은 물론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인프라를 강화해 제조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석유화학은 탄소세를 부과하는 등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엑손모빌‧쉘, 석유‧화학 생산 축소 선언
싱가폴 석유‧화학산업은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석유제품은 2020년 생산량이 전년대비 3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폴은 석유제품 수출능력이 세계 5위에 달하고 있으나 주롱(Jurong) 등에서 정유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엑손모빌(ExxonMobil), 쉘(Shell), Singapore Refining(SRC)은 연료 수요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엑슨모빌은 2021년 3월 싱가폴에서 가동하고 있는 정유공장 2개와 화학공장의 종업원을 연말까지 7%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업환경 악화로 아로마틱(Aromatics) 등 플랜트 가동을 장기간 중단해 일부 석유화학제품 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쉘은 2020년 11월 부콤(Bukom) 소재 정유공장의 원유 처리능력을 일일 50만배럴에서 25만배럴로 5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싱가폴을 포함한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 컴플렉스를 유지할 방침을 발표한 직후 나온 결정이어서 화학산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에 따라 나프타(Naphtha)를 시작으로 유동접촉분해(FCC)를 통해 생산하는 프로필렌(Propylene), 아로마틱을 포함한 화학제품 기초원료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폴은 일반적으로 동남아시아 인근국가에 비해 생산코스트가 높으나 주롱 소재 화학공장은 원료를 파이프라인으로 안정적으로 조달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쉘의 원유 처리능력 감축이 화학산업 전반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원료 공급 감소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운영하는 Singapore LNG는 천연가스에서 천연가스액(NGL)을 추출해 석유화학 원료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투자 확대로 경쟁력 강화 선회
엑슨모빌과 쉘은 앞으로도 정유공장 고도화 투자, 석유화학 플랜트와의 통합을 계속 강화할 방침이다.
엑슨모빌은 싱가폴에서 CRISP(Chemical & Refining Integrated Singapore Plan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을 목표로 고기능성 윤활유 베이스오일 일일 2만배럴, 저유황연료 4만8000배럴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정유공장 잔사유를 수소와 합성가스로 전환해 정유공장 및 화학공장에서 활용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CRISP는 인력 부족 등으로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해 완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화학제품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폴에서는 에틸렌(Ethylene) 크래커 2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2020년 광둥성(Guangdong)의 후이저우(Huizhou)에 에틸렌 생산능력 160만톤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신규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타이 촌부리(Chonburi)에서 추진하고 있는 투자는 잠시 보류하고 있으나 백지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쉘은 부콤 소재 정유공장과 화학공장에서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디지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설비를 가상공간에 재현하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실용화하며 가동데이터를 활용해 설비를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콤 컴플렉스는 2025년까지 주요 현장작업을 모두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툴과 태블릿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정유공장은 가동 후 60년이 지났으나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25%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 처리능력 감축에 따라 생산량이 감소하고 FCC 프로필렌도 이미 5만톤으로 감축했으나 쉘이 현지에서 가동하고 있는 컨덴세이트 스플리터, SM(Styrene Monomer), MEG(Monoethyene Glycol) 플랜트 등은 유지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생산 중단에 신규투자 확대 “혼란”
싱가폴 석유화학산업은 2020년 초 아시아 각국의 도시봉쇄, 자동차 및 가전 판매 부진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주롱에서는 2020년 아람코(Saudi Aramco)의 자회사 아란세오(Arlanxeo)가 PBR(Polybutadiene Rubber) 14만톤 생산라인 가동을, 2021년 봄 이스트만케미칼(Eastman Chemical)이 정제 프로필렌과 프로필렌 유도제품인 옥소알코올(Oxo-Alcohol) 생산을 중단했다.
그러나 싱가폴 석유화학산업은 중국 경제활동 재개가 본격화되면서 급격한 회복세를 나타내 2020년 생산량이 전년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중반 이후에는 의료‧방호 관련제품과 함께 컴퓨터, 사무기기, 가전, 일상용품 수요가 증가해 화학제품 생산 증가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에틸렌 크래커는 정기보수 설비를 제외하고 높은 가동률을 유지했으며 폴리올레핀(Polyolefin), 스타이렌(Styrene)계 수지, 합성고무도 생산량이 급증했다.
2021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제 프로필렌은 이스트만이 철수한 대신 SRC가 공급을 시작했고 옥소알코올은 엑손모빌이 생산을 계속하고 있어 생산량에 대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싱가폴은 제조업이 GDP(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석유‧화학산업은 제조업 GDP의 20%를 담당하고 있어 싱가폴 정부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 석유화학을 포함한 화학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싱가폴 석유화학산업의 장래성을 기대하고 최근 PDH(Propane Dehydrogenation) 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필렌 유도제품은 포장재용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PP(Polypropylene)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PDH 설비에서 생성되는 수소와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설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원료로 메탄올(Methanol)을 생산함으로써 단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