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B(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은 중국과의 협력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세계적인 전기자동차(EV) 보급 확대에 따라 LiB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전기자동차 주행거리 연장에 영향을 미치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LiB 4대 핵심소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분리막은 기존 생산기업들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LiB의 고기능화 트렌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쇼트(단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PE(Polyethylene)나 PP(Polypropylene)로 만든 다공질막을 사용하고 있다.
LiB 생산기업들이 양극활물질 사용량 확대를 준비하면서 최근 분리막의 박막화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고 세라믹 코팅으로 내열성을 높이거나 전극과의 밀착성을 높이는 연구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SKIET, 글로벌 분리막 점유율 1위 향해 질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배터리 시장에서 2차 격돌을 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증평과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에서 분리막 총 13억7000만평방미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KIET는 2022년 3월 폴란드 공장 증설투자를 위해 2억달러를 출자하는 등 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폴란드에서만 유럽 최대 생산능력인 15억4000만평방미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2021년 10월 생산능력 3억4000만평방미터의 1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2공장도 2023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각각 4억3000만평방미터 생산능력을 갖출 3공장과 4공장도 2021년 7월부터 건설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공장에만 2조원을 투입하며 2024년에는 한국‧중국‧유럽에서 총 27억3000만평방미터 생산체제 확보가 예상된다.
SKIET가 분리막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는 분리막 시장이 연평균 40% 성장해 2025년 193억평방미터에 달하고, 특히 전기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습식 분리막이 2025년 72%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부터는 공급부족 현상이 예측되며 실제로 폴란드 1공장과 중국 창저우 2공장은 2021년 공장이 가동하기도 전에 충분한 수요처를 확보해가고 있다.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유럽은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며 글로벌 3대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이 2021년 82GWh에서 2026년 약 410GWh로 5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04년 12월 분리막 자체 개발에 성공했고 2005년 청주공장을 준공해 상업가동을 시작해 2014년 말에는 생산량 기준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세계 분리막 시장을 선도하던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와 도레이(Toray) 등이 특허침해 소송으로 견제했으나 꾸준히 생산량을 늘린 끝에 2020년 고품질 분리막인 티어1(Tier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분리막 시장점유율은 SKIET가 26.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사히카세이(23.7%), 도레이(23.6%)가 그 뒤를 쫓고 있다.
SKIET는 우수한 필름 기술을 바탕으로 PE에 PP를 코팅해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으며, 습식 분리막의 단점으로 꼽히는 내열성을 PP코팅과 세라믹 코팅을 통해 극복하고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전지 시장에서 분리막 1위에 올라섰다.
LG화학, 도레이와 합작으로 분리막 시장 진입
LG화학은 2015년 수익성을 문제로 분리막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배터리 소재 시장의 성장성이 확대됨에 따라 2021년 일본 도레이와 헝가리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분리막 공급부족이 예상되면서 공급사슬 관리(SCM) 확보를 위해 LG화학이 분리막 사업을 내재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과 도레이가 합작법인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30개월 후 LG화학이 도레이 보유 지분 20%를 추가로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의 분리막 공장은 헝가리 북서부 도레이의 기존 공장 부지에 42만평방미터로 건설될 예정이며 2024년부터 생산하는 분리막을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등 유럽 배터리 수요기업에 공급하고 2028년 생산능력을 8억평방미터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도레이와의 합작을 통해 분리막 필름 기술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LG화학의 세라믹 코팅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테이진, 상하이에너지 업고 점유율 확대
분리막 생산기업들은 이전부터 박막화 연구를 추진해왔고 대부분 비슷한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으나 판매전략은 중국 상하이에너지(Shanghai Energy)가 등장한 이후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에는 아사히카세이가 점유율 17%로 글로벌 시장 1위를 달렸으며 상하이에너지와 도레이가 각각 11%로 공동 2위에 그쳤으나 2019년 이후 상하이에너지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에너지는 빠른 개발 속도로 품질을 대폭 개선하고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배터리 메이저들을 대거 수요기업으로 확보하고 있다.
2021년에는 시장점유율이 23%로 대폭 상승했고 도레이는 물론 1위인 아사히카세이까지 제치고 글로벌 1위로 등극했다.
테이진(Teijin)은 일본 분리막 생산기업 가운데 후발주자이지만 상하이에너지에 대한 대응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이진은 2019년 불소계 화합물을 활용하는 용제계 코팅 분리막을 제조하기 위해 상하이에너지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2020년에는 아라미드 코팅 분리막을 추가하는 등 주요 경쟁기업인 상하이에너지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경쟁기업보다 생산능력이 작고 코스트 경쟁력도 약했던 부분을 보완하며 최근에는 전기자동차용 LiB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도 노선을 바꾸어 상하이에너지와 협업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2022년 장시성(Jiangxi) 가오안시(Gaoan)에 상하이에너지와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용 건식 분리막을 생산한다.
LiBS 제조공법은 크게 습식과 건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건식 LiBS는 현재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탑재되는 습식 LiBS와 비교했을 때 제조코스트가 우수한 편이고 세공이 직선적이어서 리튬이온의 이동저항을 막을 수 있어 ESS용 고출력 LiB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습식‧건식 LiBS를 모두 생산하며 최근 탄소중립 트렌드를 타고 LiB가 주목받음에 따라 경쟁기업보다 빠르게 건식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상하이에너지와의 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도레이, LG화학과 협업하며 수직적 관계 강화
아사히카세이가 수평적 협업에 나선 것과 달리 도레이는 수요기업과의 수직적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도레이는 LG화학과 헝가리에 50대50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LG에너지솔루션에게 LiBS를 공급하기로 합의하면서 유럽‧미국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과의 합작기업은 2022년 상반기 설립을 완료하며 2년 후 도레이가 지분 20%를 유상 양도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도레이의 지분 양도를 두고 도레이가 분리막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분석했으나 도레이의 기존 헝가리법인 자체가 LG화학의 유럽 배터리 시장 진출에 맞추어 설립된 것이고 LG그룹의 자본이 추가되는 것은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철수와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도레이는 LG화학과의 협력을 통해 전기자동차용 LiB 생산을 강화하고 스마트폰, 전동공구 등 전기자동차 외의 용도에서도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폴리올레핀(Polyolefin) 소재에 아라미드 내열층을 코팅한 분리막을 중심으로 협업 없이 독자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뛰어난 내열성이 호평받으며 테슬라(Tesla)에게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Panasonic)이 채용했고 2021년에는 전기자동차 외의 용도로도 채용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베코산(Ube Kosan)은 맥셀(Maxell)과의 합작기업인 우베맥셀(Ube Maxell)을 통해 고출력화에 적합한 건식 분리막을 공급하고 있다. 주로 하이브리드자동차(HV)용 배터리에 공급하고 있으며 요구 특성에 따라 전기자동차에도 적용이 가능하지만 하이브리드자동차 시장만으로도 성장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조기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더블유스코프, 유럽공장 건설에 9000억원 투자
더블유스코프(W-Scope)는 한국‧유럽에서 분리막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2025년까지 유럽 신규 사업장 건설 및 한국 사업장의 성막 및 코팅라인 증설을 추진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투자는 주요 수요기업인 한국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미국‧유럽에서 배터리 생산을 확대함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약 9000억원을 투자해 성막라인 8개와 코팅라인 16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투자자금은 한국 자회사 WSC(W-Scope Chungju) 상장 및 한국‧일본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충당할 방침이다.
한국에서는 자회사 WCP(W-Scope Korea)를 통해 증설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신규투자도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1200억원을 투자해 성막라인 2개를 건설하고 있으며 2023년 완공, 2024년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성 개선 투자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라인은 폭 4.5m 사양이 주력이지만 신규라인은 5.5m로 확대해 생산성을 30% 이상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성막라인 8개를 도입하고 현재 가동률이 90%에 달하고 있는 코팅 분리막용 도공라인도 25개 추가할 계획이다.
더블유스코프는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2021년 대비 2배 확대하고 매출액은 2021년 2990억원에서 2025년 7억달러(약 8000억원)로 2.5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속리튬 음극용 분리막 개발에 고체전지도 연구
분리막을 포함한 LiB 소재 생산기업들은 LiB 고용량화에 맞추어 차세대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차세대 배터리용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도레이는 금속리튬 음극에 적합한 분리막으로 고내열 아라미드 폴리머 무공층을 미다공 분리막 위에 적층한 무공 분리막을 제안하고 있다.
금속리튬 음극은 이론상 용량이 가장 크며 조기 상용화가 기대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이나 충전 시 리튬 덴드라이트(수지상 결정)가 성장해 분리막을 찢고 쇼트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나 도레이 개발제품은 리튬 덴드라이트 성장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배터리 벤처 3DOM은 덴드라이트 억제를 위해 독자 개발한 PI(Polyimide) 분리막으로 금속리튬 음극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3차원 규칙 배열 다공 구조가 특징인 배터리로 동그란 구멍을 규칙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음극에서 석출되는 리튬 덴드라이트를 억제하고 있다.
앞으로 2년 안에 PI 분리막 뿐만 아니라 금속리튬 음극 배터리까지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 프로젝트에 참여해 아연음극 2차전지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2022년에는 맥셀(Maxell)이 황화물계 전고체전지 출시를 선언하는 등 전고체전지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분리막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분자 폴리머나 액체를 고체 전해질과 함께 사용하는 고체형 전지는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분리막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LiB 자체의 진화 뿐만 아니라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 최근에는 고체전지 설계에도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이 없는 상태이다.
배터리 설계에 맞춘 분리막 연구개발(R&D)은 전고체전지 실용화에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